낯설지만 익숙한 : 실험음악의 의의와 ‘어어부 프로젝트’

글 입력 2015.03.2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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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익숙한 : 실험음악의 의의와 ‘어어부 프로젝트’


새로운 방법이나 형식을 시험 삼아 해 보는 것. ‘실험적’이라는 관형사의 정의다. 우리는 다소 낯선 영화, 낯선 미술작품, 낯선 음악 등 어떤 낯선 오브제를 접할 때 이 ‘실험적’이라는 말을 하기 마련이다. ‘어어부 프로젝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 너무나 낯설어 충격을 준지 어언 20년, 우리는 아직도 그들의 음악을 실험적이라 한다. 이제는 익숙해졌을 법함에도 들을 때마다 생소한 느낌을 받는 것은 그들의 음악이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비대중성은 일종의 거북함을 일기도 하지만 신선함, 우리 안에 누구나 지니고 있지만 타인에 의해 건드려지는 경우는 드문 그런 퀴퀴한 감정들을 자극한다. 우리나라 실험 음악의 시초라 알려진 ‘어어부 프로젝트’의 첫 번째 앨범 ‘손익분기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보컬, 국악 세션, 베이스 연주 어느 하나 시선을 끌지 않는 요소가 없다. 다분히 실험적인 이 앨범에서는 꽤나 한국적인 냄새가 난다. 모순적이게도 이 한국적 내음은 K-pop의 그것과는 다르다. 판소리와 같은 국악에서 풍기는 분위기와도 차이가 있다. 국악 세션에 전자음이나 베이스, 드럼 등의 세션이 가미되어 앨범은 가요라는 기본적 중심을 지키고 있는 듯하다.

탄탄한 리듬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보컬 또한 인상적이다. 백현진 특유의 가래를 토악질(실제로 ‘소세지 깍두기’에서는 토악질을 한다)하는 듯한 보컬은 그들이 말하는 스토리에 힘을 실어준다.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듯하지만 어어부 프로젝트 음악들의 가사 등의 스토리를 살펴보기에 앞서 ‘어어부 프로젝트’ 스스로가 그들의 음악에 대해 어떻게 평하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그들의 음악을 ‘자유의지 불능자를 위한 감상용 음악’이라 했다. 가사들을 듣다보면 ‘녹색병원’을 탈출하나 결국에는 벗어나지 못하고 ‘담요세상’에만 갇혀 있는, 탈출구나 자유는 없지만 그저 ‘지랄’맞은 그들 스스로 혹은 자유의지 불능자들을 대상으로 노래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다소 염세적인 메시지들은 염불하는 것 같기도, 구토하는 것 같기도 한 백현진의 목소리를 통해 청자의 귀에 ‘박힌다’.

주목할 만한 점은 멜로디와 가사가 어느 정도 유기적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 트랙 ‘담요세상’의 경우, 강렬한 국악적 멜로디와 4음보로 이루어진 가사가 꽤나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마찬가지로 ‘녹색병원’의 몽환적 멜로디와 잘 들리지 않는 보컬/ 일종의 ‘한’의 정서가 담긴 ‘아름다운 세상의 어느 가족 줄거리’의 가사와 뽕짝 멜로디/ 토악질이 반복되는 ‘소세지 반찬’의 가사와 ‘락’적인 분위기. 곡과 가사 간의 유기성은 단순 실험 혹은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음악가들은 아님을 입증한다.

[조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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