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모든 '잎싹' 에게 바칩니다,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

글 입력 2015.02.19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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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잎싹'에게 바칩니다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




김지현 글(ART Insight 서포터즈 3기)




마당 포스터.jpg


<공연정보>

공 연 장 소ㅣ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예   매  처ㅣ인터파크, 공연예술센터
티 켓 가 격ㅣR석 70,000원 / S석 50,000원 / A석 35,000원
공 연 시 간ㅣ화,목 4시, 8시 / 수 4시 / 금 8시 / 토 2시, 6시 / 일 2시
(월 쉼, 2월 18일~19일 공연 없음, 2월 20일 4시) 
관 람 등 급ㅣ8세 이상 관람가
제       작ㅣ(주)극단민들레, (주)이다엔터테인먼트 
공 동 주 최ㅣ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센터
후       원ㅣ한국콘텐츠진흥원, 사계절출판사





'마당을 나온 암탉' 의 ‘잎싹’이 뮤지컬로 돌아왔다. 사실 처음엔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 동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사람이 동물 분장을 하고 동물의 특성을 따라한다면 몰입에 방해가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이런 우려를 멋지게 반전시켰다. 의상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색감과 질감을 살린 멋진 의상으로 바꿔놓고, 닭스러운 행동도 적절한 때에 자연스럽게 구성을 짜놨다. 내가 늘 눈여겨보는 무대 장치나 소도구 역시 분위기를 잘 살려내는 요소로 작용했다.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 영상


‘마당을 나온 암탉’은 닭과 오리, 그리고 기타 동물들을 통해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차별과 배척, 지배, 약육강식, 희생 등 다양한 주제를 우화처럼 표현한다. 닭장에 갇혀 기계처럼 알을 낳는 것을 안락하다고 생각하는 닭장의 닭들. 서열에 따라 지배하는 마당의 닭과 오리들, 종족의 품위를 중시하는 우두머리 수탉 등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 우리의 모습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내게 제일 와닿았던 부분은 마당의 분위기였다. 닭장의 닭들이 모두 족제비에게 죽임을 당했는데도 마당의 닭들과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다. 오리들 역시 ‘나그네’의 짝이었던 흰 오리가 죽었음에도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춤을 추고 밥을 먹는다. 쓸모없어지면 버리고, 경쟁에서 지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한다.


잎싹 싫어하는 오리.jpg


나는 여기서 우리의 모습을 봤다. 자유를 구속당하고 있음에도 이것이 잘못된 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봤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사람들이 애써 외면하던 이기심을 봤다. 뒤로 쳐지고, 고통스러워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쟤는 이번에 잘 못했으니까’ 라는 말로 정당화시키는 우리들이 있었다. 나는 무대를 보면서 계속 불편했던 감정이 이것임을 깨달았다. 나도 이랬던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 모습이 내 모습이었을 거라는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닭장 잎싹.jpg


이렇게 속물적인 무리 속에서 잎싹은 당연 낭중지추이다. 아카시아 잎사귀를 닮고 싶어서 스스로 지은 이름, 잎싹. 그녀는 김춘수 시인의 ‘꽃’ 처럼 자신에게 이름을 지어주면서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치를 직면하고 그 가치를 살리기 위해 해야 하는 일에 충실했다. 그녀 스스로를 먼저 인정하고 사랑했기에 청둥오리였던 초록머리도 사랑할 수 있었다.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 곧 자신을 사랑하는 길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죽는 그 순간까지, ‘아, 왜 나는 날 생각을 못했을까?’ 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더 높은 꿈을 꾸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잎싹은 외관은 비록 볼품없을지언정 주체적인 의식과 노력, 사랑과 따스함을 아는 ‘멋진 닭’ 이었다.


잎싹 꽃.jpg


그런 잎싹의 일생일대의 꿈은 바로 자신의 알을 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알을 낳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잎싹은 우연히 발견한 청둥오리 알을 품는다. 비록 외관은 다르지만, 잎싹이 아들 초록머리를 대함에 있어서는 여느 어머니들과 다르지 않았다. 잎싹의 모성애가 가장 극대화된 장면, 초록머리의 다리에 묶인 줄을 끊어내기 위해 자신의 부리를 희생하는 장면에서 관객 모두 자신의 부모를 생각했을 것이다. 아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고 피투성이 부리로 계속 줄을 끊어내던 그 모습은, 늦은 밤 자식들이 잘 때 몰래 우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잎싹은 아들 초록머리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늘 살고 싶어하던 마당에서 나와야 했으며, 몇 번이고 목숨 걸고 족제비와 싸워야 했고, 부리가 없어질지언정 아들의 자유를 위해 한 몸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전부였던 초록머리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을 희생해 초록머리를 무리 속으로 보냈다. 하지만 초록머리가 떠난 후, 족제비의 아이를 위해 자신을 먹이로 바친 그 희생은 최초의 ‘타인을 위한 희생’이자, 같은 ‘엄마’였던 족제비와 자신에 대한 희생이었다. 항상 희생하며 살아야 하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엄마’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지 않았을까.  


초록이 지키는 잎싹.jpg


이 작품은 뮤지컬 특유의 생생함을 강점으로, 책으로는 볼 수 없는 많은 ‘관점’을 보여줬다. 먼저 닭장에서 나오고 싶어한 잎싹의 모습에서 하나의 개체로서, ‘인생의 주체’로서의 잎싹의 삶을 볼 수 있게 해줬다. 초록머리를 키우면서 드러났던 ‘어머니’의 모습과 동시에 ‘자식’의 관점도 객관적으로 가르쳐줬다. 그리고 적이었던 ‘족제비’의 안타까운 사정을 보여줌으로써 왜 족제비가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줬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악역’의 사정을 통해 우리가 무의식중에 악역을 괴롭히는 ‘악역’은 아닌지 고려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깊은 내면까지 살필 줄 아는 작가와 연출가의 시선으로, 관객들은 선과 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족제비.jpg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은 누구나 갖고 있을 엄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 녹아 있는 무대였다. 왜 이 작품을 청소년과 부모가 같이 보기를 권장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록머리가 너무 철없이 비춰졌다는 것일까. 초록머리의 고민이 가볍게 다루어져 아쉬웠다. 하지만 그랬기에 잎싹의 모성애가 더 돋보이기도 했다. 

조그마한 닭이 어떤 모성애를 지니고 있는지, 우리의 영원한 ‘잎싹’이실 어머니와 함께 같이 보러 가는 것은 어떨까. 모든 ‘잎싹’ 어머니들은 ‘초록머리’ 아들에게 고마워하실 것이다.


무대.jpg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 커튼콜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메이션 예고편





<출처 및 참고자료>






아트인사이트




서포터즈3기-김지현님-태그2.png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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