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리뷰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2.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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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일본 아마미 섬에 사는 소녀와 소년은 인간의 본능과 숙명을 맞이하는 경험을 한다. 자연처럼 거대한 운명 앞에서 있는 그대로,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나누며 죽음을 맞이하고 누군가에게서 독립하는 법도 배운다. 소녀는 어머니의 죽음을, 소년은 가족의 붕괴를 받아들이며 성숙해진다. 

  소녀의 어머니는 신을 모시는 신과 인간 사이의 사람이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녀는 아직 죽음이 낯설고 무섭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장례식 갈 일이 많아지고 그만큼 죽음에 대해 겸허히 받아드리는 것이라 한다. 아직 소녀는 어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첫사랑과 가장 무서운 죽음을 한 번에 받아드리기엔 조금 어린 나이. 그런 소녀는 영화 속 내내 본능에 충실하다. 그렇게 맞선다기 보다 충실하게 슬퍼하고 사랑하며 자연스럽게 받아 드린다. 

  영화 속에 이큔 냐카나 라는 일본 민요가 두 번 불린다. 한번은 죽음을 앞둔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으로 마을 사람들이 불러주고, 다음엔 소녀가 죽음을 받아들인 후 바다를 보며 부른다. 
이큔 냐카나는 망자의 노래이다. 당신은 정말 가시려 합니까 저를 두고 가시려 합니까 당신이 가버리시면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시는 당신도 괴로우시겠죠. 그래도 역시 가시려 합니까 난 저 먼 섬으로 그렇게 가야겠군요. 천 년 만 년 오래 살고 싶었는데 살고 싶었는데. 노래 가사처럼 어머니 역시 자기 죽음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담담하게, 하지만 아쉬움은 남긴 채 그렇게 받아 드린다. 소녀도 왜라는 질문을 멈추고 노래를 통해 어머니를 마음속에 새긴다. 

  소년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둘이 섬으로 내려왔다. 그는 아직 두 사람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버지는 운명을 지키지 못하고 어머니는 정조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분노한다. 그런 그는 상상 속에서 어머니의 남자를 죽임으로 써 자신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화시키며 애증을 더 키운다. 어머니를 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자신도 독립하는 일을 오랜 시간에 걸쳐,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찾으며 해내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시작 전에는 제목처럼 소녀 소년 그리고 바다였지만, 영화가 끝날 땐 소녀는 더는 소녀가, 소년은 더는 소년이 아닌 채로 바다라는 거대한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 드린다. 바다는 거대하다. 항상 그 자리에서 몸을 부딪혀 파도를 만들어내고 가끔 삼켜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바다는 변하지 않는다. 소년은 바다가 살아있다며 무서워 했다. 아마 살아있는 바다 보다 바다로 둘러 쌓인 섬에 어머니와 단 둘 이 시작하는 새로운 삶이, 그리고 자신이 삼켜버린 어머니의 남자가 무서웠을 것이다. 그는 이제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소녀의 손을 잡고 함께 바다 안에서 유영한다. 바다를 있는 그대로, 상대방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드리며 헤엄친다.

 

[서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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