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통의 승화, 베토벤 장엄미사

글 입력 2015.02.1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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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승화시키다
베토벤 장엄미사



김지현 글(ART Insight 서포터즈 3기)



베토벤 장엄미사.jpg



목포시립교향악단 초청 제58회 서울오라토리오 정기연주회


베토벤 [장엄미사] / 위대한 유산 시리즈 6
2015년 2월 10일(화) 오후 8시 /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지휘 : 최영철
독창 : 소프라노 신지화, 알토 문혜경, 테너 성영규, 베이스 염경묵, 오르간 신지현
서울오라토리오 합창단 / 목포시립교향악단
주최, 주관 : 서울오라토리오
후원 : 서울오라토리오 후원회
협찬 : (주)삼진엘엔디, (주)두산중공업, 리브라더스(주)
문의 : 02-587-9277, 9272
입장권 : R석 100,000원 / S석 80,000원 / A석 60,000원 / B석 40,000원 / C석 20,000원



내 부모님께서는 노래를 꽤 잘 부르신다. 특히 성악처럼, 진성보다 가성을 사용하는 노래를 잘 부르신다. 덕분에 나도 어릴 적부터 돌고래 부럽지 않은 고주파 소리를 곧잘 내었다. 이런 능력을 그냥 썩힐 리 없는 우리 엄마께서는 당연히 나를 합창단에 집어넣으셨다. 그 때 부른 노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 바로 ‘Kyrie(키리에)’ 였다. 도대체 어느 나라 언어인지, 표기는 영어로 되어있건만 발음은 영어가 아니었던 그 곡이 신기했다. 심지어 가사도 ‘키리에’ 한소절만 계속 반복됐다. 의미도 모르고 불렀던 그 곡의 정체를 이번에 알게 되었다. 베토벤의 장엄미사곡이었다. 

베토벤의 ‘장엄미사곡’은 철학적 심오함이나 음악적 난이도가 높아 전 세계에서도 쉽게 연주되기 어려운 악곡이라고 한다. 공연을 들으면서 정말 공감을 했다. 꽤나 ‘하드코어’한 공연임에 틀림이 없었다. 마치 성당에 와서 성가대의 합창을 듣는 듣한 느낌을 받았다. 가사도 잘 모르고 같은 가사를 반복하니, 사실 심도 깊은 음악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미사곡은 정한 가사로 된 6개의 부분(악장)으로 되어 있다.

제1곡 Kyrie (키리에-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제2곡 Gloria (글로리아-하늘에서는 천주께 영광)
제3곡 Credo (크레도-나는 믿나이다)
제4곡 Sanctus (상투스-거룩하시다)
제5곡 Agnus Dei (아뉴스 데이-천주의 어린양)

이것들은 어떠한 종류의 미사에서도 항상 쓰이며, 통상문이라고 한다. 나는 여기서 왜 내가 불렀던 ‘Kyrie'와 베토벤의 ’Kyrie'가 다른지 알 수 있었다. 통상문이기 때문에 다른 작곡가들도 같은 명칭으로 곡을 썼기 때문이었다.



바흐-Kyrie


전반적인 곡에 대한 느낌을 말하자면, 미사에 쓰이는 곡의 특징답게 곡 자체도 굉장히 단조롭고 큰 변화의 폭을 보기가 힘들었다. 가끔씩 기교가 들어간 부분을 빼면 대부분 잔잔한 느낌을 주는 멜로디였고, 분위기가 그렇다보니 지휘의 동작도 크지 않았다. 예전에 봤던 ‘하모니’ 오케스트라에 비해서 현악기들의 비중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악기가 많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베토벤의 잘 구성된 악보를 보면, 반복 구조를 사용하여 종교적 의미를 강조시킨 부분들이 많다. 제 1곡 "Kyrie" 에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라는 뜻의 ‘eleison'이 자주 나오는 이유가 그것이다. 



베토벤-Kyrie


뿐만 아니라 제 2곡의 “Gloria" 에서도 ’miserere(불쌍히 여기소서)'라는 감탄사가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기도하는 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나타낸다고 한다. 가사의 감탄사 뿐만 아니라 곳곳에 등장하는 약종지는 베토벤의 특징적인 기법 중의 하나로써, 신을 향한 경외심을 나타낸다.  



Gloria


조금 더 곡의 구성에 대해 자세히 본다면, 제 3곡 “Credo"에서는 가사를 중점으로 내용에 따라 곡의 어조를 섬세하게 바꾼다. 같은 가사일 때는 연주형태를 많이 바꾸지 않았고, 변환구의 연결도 화성적, 대위적, 엄격모방 등으로 구성하여 다양하면서도 아이디어 넘치는 면모를 보여준다. 가사에 맞춰 곡의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Credo


제 4곡 ”Sanctus"는 아마 제목이 익숙할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성한 이미지로 희화화하기위해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그 때 사용되는 곡은 가사는 비슷하지만 음은 조금 다르다. 제 3곡의 분위기는 경건하고 서정적이다. 그리스도의 성품을 연상케 하는 멜로디이다. 



Sanctus



리베라 소년합창단의 'Sanctus'


마지막 제 5곡인 “Agnus Dei" 는 다 잃어버린 자의 심정을 노래하듯 비통함과 속죄의 노래를 베이스 솔로가 시작하면 남성합창이 화음으로 화답하는 형식을 갖췄다. 이어 박자가 빨라지면서 활기를 띠다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다시 평화로운 분위기로 되돌아온다. 



Agnus Dei


처음 들어보는 미사곡은 생소하면서도 특이한 경험이었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때처럼 말 안 듣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느라 힘들긴 했다. 하지만 여태 내가 알고 있던 곡들과는 다른 버전의 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예술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궁핍과 고통, 장애를 가장 최상의 작품으로 승화시킨 베토벤. 고통을 신에 대한 감사로 승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노력을 요하는 것인지 잘 알기에, 곡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의 신앙심 속에 묻어있는 열정은 선율을 타고 흘러넘쳤다.  




<참고자료 및 출처>

유투브
위키피디아
베토벤 장엄미사곡 프로그램북



아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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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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