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힐링하고 가세요, '데이비드 걸스타인'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2.0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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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소는 평면성의 회화에 3차원의 공간감을 담고자 하여 큐비즘을 창시했습니다. 그렇다면 3차원을 2차원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여러분에게 생소할 수도 있지만, '데이비드 걸스타인(David Gerstein)'이 바로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한 작가입니다.

 



1. 들어가며 - 작가 소개


      데이비드 걸스타인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소재와 색상 면에서 매우 독특한 작가입니다. 그는 강철 위에 화려한 색채로 그림을 그리고 오려내는데, 이로써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업방식에 대해 자세히 말하자면, 먼저 강철에 목탄이나 연필로 드로잉을 한 후에 레이저로 강철을 자릅니다. 그리고 붓이나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색을 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데이비드 걸스타인은 작품을 여러 겹으로 얼기설기 이어 붙여 만드는데, 이로 인해 만들어진 사이사이 뚫린 공간은 빛을 통과시켜 보다 입체적인 효과를 줍니다. 이러한 그의 개성 넘치고 세밀한 작업은 관객이 독특한 감성을 느끼도록 합니다.


      전체적으로, 그의 작품에서 처음으로 와닿는 느낌은 현대인을 향한 긍정적인 시각과 사람들 사이의 밝음, 활기참 입니다. 일단 철이라는 굉장히 차갑고 냉철해보이는 소재에 원색적이고 화려한 색을 씁니다. 이러한 모순적인 요소 사이에서 관객들은 역동성과 생동력을 느낄 수 있죠. 또한, 그는 다양한 색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치밀하게 배치함으로써 작품 내의 통일성을 잃지 않습니다. 철의 층이 여러 겹으로 겹친 그의 작품을 보다 보면, 마치 팝업북 한가운데에 들어온 것만 같습니다. 회화라 생각하면 회화이고, 조각이라 생각하면 조각이 되는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들은 아주 애매모호한 방식으로 3차원 공간에 펼쳐지는 셈입니다.   


Artist_David_Gerstein_in_his_studio.jpg

[철판을 자르고, 위에 색을 칠하는 작업 중인 데이비드 걸스타인]


       저는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을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서만 알다가, 작년 처음으로 육안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2014년 9월 23일부터 29일까지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데이비드 걸스타인 초대 展> 을 통해서였습니다. 저의 경험을 토대로, 경이로웠던 많은 작품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두 점을 소개하겠습니다.




2. 작품 1 - 



lifestyle.gif


      첫 번째 작품은 입니.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대충 살아가는 방식이 되겠죠. 여태까지 보아온 대부분의 현대미술 작품들은 소통의 부재’, ‘외로움등 현대인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주된 소재였는데 데이비드 걸스타인은 이와 반대라 참신하게 느껴졌습니다. 마냥 사회를 날카로운 시각으로 보기보다는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누릴 수 있는 평화와 여유를 그려낸 듯 싶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 날씨 좋은 주말 오후에 웃으며 공원을 조깅하는 부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또한 이들의 생동감 있는 에너지를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화려한 나비들을 통해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작품은 제목과 잘 맞아 떨어지는 듯합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살아가는 방식(Lifestyle)’이 긍정적이며 활기차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보는 우리들도 덩달아 행복해 질 것만 같지 않나요?

 



작품 2 -




캡처.JPG



235.JPG

[cow 시리즈 중의 'green cow' 와 'brush stroked cow']


David-Gerstein-DIGITAL-COW-480x328.jpg

[Digital Cow. 픽셀 밑의 그림자에도 주목!]


      두 번째 작품은 입니. 이 작품은 Cow 연작 중의 하나로, 그 중 제목과 표현방식이 가장 인상깊어 뽑아 보았습니다. 앞서 소개한 작품과는 달리 흑백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 두 가지 흥미로운 생각이 듭니다. 먼저, 제목과 어울리게 강철판을 흔히 디지털의 상징으로 생각되는 픽셀 모양으로 잘라 냈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진부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너무나 1차원적으로 우리 머릿속에 메시지를 전달해 명쾌합니다. 또한, 그의 작업은 완전한 수공예지만 제목과 모양이 디지털화된 점에서도 일종의 재치 있는 괴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은, 검은색과 하얀색 두 가지 색만으로도 충분히 입체감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두 판을 엇갈리게 배치해 그림자를 생기게 해 마치 안 보이는 3차원의 공간이 있는 듯합니다. 가까이서 보면 얇은 철판에 흰색 검은색으로 색만 칠했을 뿐이지만 멀리서 보면 어느새 젖소 하나가 서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이러한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교묘한 꾀가 담긴 작품은 사람들로 하여금 의외의 재미를 느끼고 작품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만듭니다.



 


3. 나가며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들을 보며 느낀 점을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비슷한 표현방식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모두 강철판을 잘라 위에 칠을 해 겹쳐 붙였을 뿐입니다. 하지만 작품들은 각자 생동감 넘치며 다채로웠고, 화려함 속에서도 질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 담긴 현대인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은 현대인인 저로서는 기분 좋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쁜 사회 속에서도 행복한 순간들을 포착하여 관객들에게 전달함으로써, 마치 자신들이 휴식과 여유를 즐기는 것만 같은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따라서 걸스타인의 전시는 일종의 힐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최한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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