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압도당하다, 한일연합 오케스트라 '하모니' [공연]

글 입력 2015.02.0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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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당하다,
한일연합 오케스트라 '하모니' 콘서트


김지현 (ART Insight 서포터즈 3기)


하모니 포스터.jpg


<2015 서울국제음악제-한일연합오케스트라 ‘하모니’ 콘서트>


일시: 2015.01.31(토) 오후 8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가격: R석 7만원 / S석 4만원 / A석 2만원 / B석 1만원
주최: 서울국제음악제 조직위원회
문의: 02)522-4185

-프로그램 Program- 

류재준 - 오페라 서곡 '장미의 이름으로'

브람스 -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 작품번호 102

드보르작 - 교향복 9번 '신세계'


- 아티스트 Artist -

권혁주(Hyuk-joo Kwon / Vn) , 레이 츠지모토 (Rei Tsujimoto / Vc) 

한일연합오케스트라 (Korea- Japan United Orchestra) / 세이타로 이시카와 (Seitaro Ishikawa / Con )




어릴 적, 엄마와 몇 번 오케스트라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뭐든지 때가 있는 법, 아무리 좋은 공연이어도 내게는 당장 나가서 뛰노는 것이 더 재밌을 때였다. 그리고 거의 10년 가까이 다 된 지금, 다시 오케스트라를 보러 가게 되었다. 20대가 된 후 처음으로 보는 오케스트라였다. 유년기의 지루했던 오케스트라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음지으면서도 과연 지금도 나는 철부지처럼 몸을 뒤틀 것인지 궁금했다.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이 오케스트라의 여운이 오래 갈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사운드가 환상적인 두 번째 줄에 앉아 그 웅장함을 가까이서 본 것이 제일 큰 이유였다. 눈빛을 교환하는 연주자들에 매료당하고,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지휘자의 모습에서 ‘오케스트라’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정말로 숨만 쉬면서 눈을 고정시키고 봤다.

콘서트에 대한 평은 Breathtaking, 그야말로 숨을 앗아가는 공연이었다. 먼저 ‘한일연합오케스트라 하모니’의 예술감독 ‘류재준’이 직접 작곡한 ‘장미의 이름' 서곡은 단연코 막을 올리는 무대로서 손색이 없었다.  

‘장미의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로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에 관한 내용이다. 이 소설은 당시 교황과 황제 사이의 세속권을 둘러싼 다툼, 중세의 생활상과 세계관, 각 교파간의 이단논쟁과 종교재판, 수도원의 장서관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종교적 독선과 편견이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던 14세기 유럽의 암울한 역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장미의 이름.jpg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그리고 류재준의 ‘장미의 이름’ 서곡은 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의 서곡이다. 자신의 곡에 시대성을 반영한다는 류재준의 가치관에 걸맞게, 당시의 암울했던 시기와 분위기가 곡에 잘 녹아 있었다. 맨 처음, 염탐하는 듯 조심스러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조심스레 시작하는 서두부는 수도원의 자욱한 안개와 아름다운 자태를 묘사했다고 한다. 조심스럽던 그 선율은 살인사건을 예고하듯 점점 무거워지고 불안감을 동반한다. 그리고 클라이막스에 다다랐을 때, 흘러넘치는 듯한 ‘광란의 왈츠’가 주요 멜로디로 선보이며 소설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 광기스러운 멜로디는 절정 이후, 플롯과 하프의 이중주로 점차 잠잠해진다. 나는 박수 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차릴 만큼, 곡에 빠져들었다. 아직 미발표곡인 것이 아쉬울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서곡이었고, 특히 ‘광란의 왈츠’ 부분은 생생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소름끼치는 멜로디였다.



류재준-장미의 이름 서곡


다음으로 ‘러시아의 음악 계보를 이어갈 차세대 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와, 도쿄예술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첼로리스트 ‘레이 츠지모토’의 이중 협주곡이 있었다. 곡은 요하네스 브람스의 마지막 관현악 작품인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작품번호 102’ 이다. 브람스는 이 곡을 위해 모든 악기 중 가장 선율적이고 표정 변화가 풍부한 바이올린과 첼로를 독주 악기로 선택하여 고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곡을 만들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경쾌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나는 협주곡을 들으며 악기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톤이 높은 바이올린은 소프라노를, 중후한 저음의 첼로는 바리톤을 맡아 이중창을 하는 것 같았다. 소프라노와 첼로의 듀엣 무대 후, 뒤의 관현악단은 합창단이 되어 훨씬 풍부한 음율을 선보였다. 안정적인 멜로디 중에서도 때로는 관능적으로, 때로는 도도하게 연주되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협주는 한 여인과 남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요하네스 브람스-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마지막은 안토닌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 로 장식했다. 드보르작의 작품 중 가장 많이 사랑받는 이 교향곡은 그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미국에서 받았던 광활한 자연과 대도시의 활기에 대한 주관적인 인상이 많이 담겨있다고 한다. 인디언들의 춤추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선율이나 음계에서 인디언과 흑인의 음악적 요소가 엿보인다. 특히 4악장은 영화 ‘죠스’ 의 삽입곡으로도 유명한데, 드보르작에게 ‘신세계’ 였던 미국에 대한 활기찬 에너지를 곡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고국인 체코 보헤미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대미를 장식하는 악장답게 웅장하면서 힘이 넘치는 선율을 느낄 수 있었다.



안토닌 드보르작-교향곡 제 9번, "신세계로부터" 4악장


하모니 오케스트라에서 나는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가까이에 앉아 연주에 압도당하고, 감정을 이입하며 스토리를 상상하는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이 공연에서 누가 한국인이고 누가 일본인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하모니를 이루어 환상적인 연주를 보여줬다. 평소에는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호른이나 하프같은 진귀한 악기들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어서 더욱 특별했다. 근 10년 만의 오케스트라는, 가히 최고의 경험이었다.





출처 및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SIMF 서울국제음악제 프로그램북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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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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