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어디 어디 숨었나, 블라디미르 쿠쉬展[전시]

글 입력 2015.02.0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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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어디 숨었나, 블라디미르 쿠쉬展


김지현 ART Insight 서포터즈 3기


블라디미르 쿠쉬전 (2015.01.19).jpg


<관람정보>

▪전시  제목: 환상 세계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쿠쉬 (World of fantasy Vladimir Kush)
▪전시  기간: 2014.12.23(화) ~ 2015.4.5(일)
▪프레스VIP오프닝: 2014.12.22(월) 오후 4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작가사인회: 2014.12.23(화)-12.24(수)오후4시~5시30,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작가와의 대화:2014.12.23(화) 오후 7시30분, 종로 마이크임팩트
▪작가와의 대화 게스트: 블라디미르쿠쉬, 김경주(문학), 박준상(철학), 유영봉(미술), 신민경(큐레이터)
▪ 장      르: 회화,오브제,드로잉, 에디션등 약 170여 점
▪참여  작가: 블라디미르쿠쉬(Vladimir Kush)
▪ 장      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2층
▪ 주      최: (주)와이제이커뮤니케이션
▪ 제작지원: 티켓몬스터
▪ 후      원: (사)한국미술협회, KushFineArt
▪협      찬: 롯데백화점, GS칼텍스, 대한항공, 팔레스호텔, 씨앤앰케이블방송, 스카이픽쳐스,이가자헤어비스, 아메리카핫요가, 얼짱몸짱, 골든네일
▪공식싸이트: www.kushart.co.kr
▪관람문의: 02-784-2117




1월의 막바지, 러시아의 북풍만큼 매서운 바람을 뚫고 블라디미르 쿠쉬를 만나러 갔다. 유명한 작품 몇 개만 염두에 두고 갔었건만, 전시회에는 숨겨진 대작들이 많았다. 그림을 보고 있자니, 작가와 내가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누가 누가 숨은 그림을 찾나. 그만큼 쿠쉬의 작품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블라디미르 쿠쉬, 그와 함께했던 숨바꼭질을 되짚어보겠다. 

블라디미르 쿠쉬는 초현실주의 작가이다. 초현실주의. 얼마나 현실을 초월했길래 앞에 ‘초’가 붙을까 싶었다. 초현실주의(Surrealism)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24년부터 제2차 세계 대전 발발 직후까지 약 20년 동안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예술 운동이다.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사람들은 전쟁의 원인이 이성에 의한 합리주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거와 전혀 다른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성의 지배를 거부하고 비합리적인 것, 의식 아래의 공상, 환상세계를 표현하는 예술 혁신 운동이 바로 초현실주의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가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살바도르 달리라고 불리는 블라디미르 쿠쉬는 특이한 초현실주의 작가였다.


살바도르 달리.jpg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르네 마그리트.jpg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초현실주의 관련 동영상


대체적인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화풍은 어둡거나 괴상했다. 전쟁을 겪고, 핵 무기의 위협 등을 겪은 암울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쿠쉬는 그러한 초현실주의 작가들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화풍은 기존 초현실주의자들과 달랐다. 미술 역사상 처음으로 그는 자연과 깊은 조화를 이루는 원형적이고 이색적인 형식으로 초현실주의의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를 그려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초현실주의가 자주 사용했던 ‘변형(왜곡)’ 기법과 달리, 관련없는 사실적 사물들의 숨겨지거나 내면적인 유사성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 차이점은 그만의 기법 ‘은유적 현실주의’를 통해 극명히 알 수 있다.


93b4153483436c4efe270f9c4a57ed69_NAjEaU5Mg.jpg▲ 사랑과 이별은 뗄 수 없는 커플이다. 위 작품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신화 중 오디세우스의 원정을 예로 들 수 있다. 칼립소의 영생을 거부하고 원정을 떠나는 모습과 남겨진 칼립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보이는가? 그림 속에서 여자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Bound for Distant Shores-Vladimire Kush


은유적 현실주의(Metaphorical Realism)란, 있는 그대로의 원형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은유적인 표현을 통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는 쿠쉬 작가만의 기법이다. ‘은유의 거울 안에 있는 세계를 반영하는 것’, 그것이 쿠쉬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은유가 관람객들의 감정과 무의식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은유로 엮인, 완전히 다른 두 개체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상상력을 발현시키기 때문이다. 두 개체의 생각지 못했던 유사성이 크면 클수록 효과도 커진다. 이러한 그의 생각 밑바탕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명언이 있다.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한계가 있는 반면, 상상력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Arrival of the Flower ship.jpg▲ 19세기 영국의 ‘바운티 호’가 가난하고 먹을 것 없던 타히티 섬에 도착한 모습. 당시 바운티 호의 풍부한 과일과 먹을거리를 화사한 꽃으로 표현했다.


Arrival Of The Flower Ship-Vladimir Kush


내가 쿠쉬의 작품을 보면서 느낀 몇 가지 특징들이 있었다. 먼저 자연물과 일상적인 소재를 많이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나비, 꽃, 거미, 알, 바다, 새 등의 소재가 많이 쓰였다. 당연히, 이것들에도 의미가 있다. 먼저 나비. 나비는 특유의 날갯짓과 변모의 과정, 가벼움으로 인해 여러 신화에서 영혼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 중 ‘프시케’ 는 나비의 날개를 갖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뿐만 아니라 여행, 모험, 그리고 아름다움 역시 나비의 속성이다. 쿠쉬 작가의 작품 중 ‘Departure Of The Winged Ship' 을 보면 이러한 나비의 속성이 잘 나타나 있다.


Depature of the winged ship.jpg▲ 나비는 예로부터 기쁨과 축하를 뜻했다. 바다를 건너는 배의 출항에 나비로 표현된 돛을 통해 축하의 의미와 희망찬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Departure Of the Winged Ship-Vladimir Kush


쿠쉬의 작품에 나타난 자연물들은 모두 은유적 소재들이었다. 그는 주로 세계적인 역사나 신화에서 이런 소재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만국 공통으로 통하는 상징들을 사용해 국가에 관계없이 모든 수용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깨진 알에서 노른자가 나오는 작품은 세계의 탄생을 상징하는데, 이는 인도, 중국, 그리고 폴리네시아의 미신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운명의 세 자매’ 를 모티브로 한 실은 운명을 상징하고, 창문은 도주를 연상시킨다. 그는 이처럼 은유적 현실주의 기법을 사용하는 그의 화풍이 ‘아이러니라는 망치로 신화를 깨뜨리고 다시 모아 나의 방식으로 신화를 창조하는 것’ 이라고 표현했다. 이것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의 작품은 수용자들로 하여금 다른 장소와 시대로의 여행을 하게 해 준다. 거기서 사람들은 유년기의 꿈 같은, 그들의 무의식에 묻혀 잘 표현하지 못했던 기억을 회상한다. 비록 다른 시대, 다른 지역이지만 모두가 느끼는 공통성의 소재로 인하여 가능케 한다.


sunrise by the ocean.jpg▲ 쿠쉬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오브제로서 ‘알’은 떠오르는 태양과 삶의 시작을 상징한다. 위 작품에서는 세상의 창조를 예고한다. 해와 달이 천부(天父) 라고 믿는 폴리네시아 신화에 따른 것이다.


Sunrise By The Ocean-Vladimir Kush


eye of the needle.jpg▲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라는 속담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 낙타를 이끌며 황금바늘로 비유된 성공을 이루려하는데 그것이 어려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리스 신화 중 실로 인간들의 운명을 정하는 세 여신 ‘모이라 자매’를 모티브로 했다.


Eye Of The Needle-Vladimir Kush


Daisy Games.jpg▲ 창 밖의 외부 세상을 열망하는 꽃의 모습.


Daisy Games-Vladimir Kush


신화 뿐만이 아니었다. 과학, 종교, 역사, 철학, 속담과 미신 등 쿠쉬는 다양한 분야를 참고했다. 동양의 ‘천원지방사상(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 이 작품에 나타나기도 했고, 바벨탑과 예수님을 상징하는 그림들도 볼 수 있었다. 십자군 전쟁을 상징하는 십자군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아프리카와 전혀 상관없는 오케스트라의 조합도 볼 수 있었다. 그의 이런 소재사용을 통해서 나는 초현실주의를 다시 이해할 수 있었다. ‘꿈’에는 지역, 시대, 종교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소재가 나온다. 그의 작품도 그랬다. 전혀 매치가 안 되는 시대와 지역이 버젓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소재들의 공통점을 생각하다 보니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의 작품에는 현대의 산물이 거의 없었다. 핸드폰,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는 물론, 풍경도 현대의 배경이 아니었다. 즉 대부분 ‘과거의 것’ 이거나 ‘역사적인’ 사건 및 소재를 재료로 쓴 것이다. 그렇다면 ‘꿈’ 에는? 꿈은 무의식의 표현이다.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것, 즉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꿈이 형성되는 것이다. 겪지 않은 미래의 소재에 대해 꿈을 꿀 수 있을 리가 없다. 작가는 과연 이런 것도 의도를 했을까.


African Sonata.jpg▲ 아프리카와 오케스트라의 만남은 도저히 매치가 안된다. 아프리카 동물들의 축하 향연을 오케스트라로 표현했다. 코끼리는 다른 동물들을 아우르는 포용력과 지혜, 관용을 상징하며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순록의 뿔은 성스러운 예언을 상징한다.


African Sonata-Vladimir Kush


Crusaders.jpg▲ 십자군의 모습. 빨간색이 아닌 파란색의 십자군을 통해 바다와 하늘처럼 평화로운 이미지를 연출한다. 십자군의 방패가 물고기의 모양을 띠는데, 물고기는 예수를 상징하는 상징물이다. 신비스러운 햇빛의 효과로 예루살렘과 같은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상할 수 있다.


Crusaders-Vladimir Kush


전시회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는 정말 ‘즐겼다’는 것이다. 사실적이지만 동화적이고, 심플해보이지만 심오한 그의 화풍을 그림으로, 조각으로, 드로잉으로 볼 수 있었다.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했음에도 우리가 아! 하고 인지하고 의식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진정한 가치를 볼 수 있었다. 화려한 동화 속 숨겨진 이야기처럼, 숨은 배경을 생각하다보면 당신도 현실을 초월하는 꿈을 겪을 수 있을 것이다.


Behind the trees.jpg▲ 필자가 제일 인상깊게 본 작품. 사슴의 다리가 나무로 표현됐다. 나무 사이로 숲에 불을 지른 밀렵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밀렵꾼과 사슴의 모습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지 알 수 있다






출처 및 참고자료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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