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즐거운 아프리카 미술전

글 입력 2015.01.17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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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미술은 사하라 이남 지역의 흑인 예술을 의미한다고 한다. 사전에 조사한 팅가팅가와 릴랑가의 그림으로 원색의 다양한 무늬와 동물로 대략의 전시 분위기를 예상했다. 하지만 전시회에서 내가 본 건 예상을 뛰어넘는 다채로움이었다. 민화가 생각나는 팅가팅가와 축제를 벌이는 릴랑가의 그림은 흥겨웠다. ‘아프리칸 톨레랑스’라는 소개문구가 붙은 카툰은 어딘지 모르게 피카소가 생각났고, 케베의 단순한 형태에 흡입력 있는 색감은 인상에 오래 남았다. 하지만 내가 그림 앞에 한참을 멈춰 서있었던 건 내가 생각한 전형적인 아프리카 미술의 틀을 조금 벗어나 있는 작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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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멈춰선 건 주베리(Zuberi Daimu)의 표범 그림이었다. 가정사로 인해 정규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주베리는 팅가팅가의 아트소사이어티를 통해 미술을 시작하게 되었다. 표범 무늬는 그 자체로 매우 강한 느낌을 주는데 주베리는 그런 표범 무늬를 꽃처럼 표현했다. 강한 표범 무늬가 빠진 자리에는 붉은 배경에 붉은 표범, 녹색 배경에 녹색 표범이라는 원색이 대신 자리했다. 전시되어있는 주베리 작품의 주인공은 전부 동물이었는데 마치 다른 작가가 그린 것처럼 다양한 화풍을 보여줬다. 위 작품 같은 경우엔 미국의 텍스타일 디자이너가 만든 퀼트 원단처럼 보였고, 화려한 무늬의 새가 둘러 싸고 있는 하마와 코끼리 그림은 동화 삽화 같았다. 

세상의 빛을 담아
아마르(Salah Ammar)의 그림은 다른 의미로 토속적이었다. 자연을 닮은 색과 추상적인 표현에서 ‘본질’의 느낌을 받았다. ‘다르푸르의 평화를 위하여’ 연작은 토속과 무게를 동시에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실루엣 정도로 표현된 사람과 거친 텍스처가 척박한 상황에서 염원하는 희망을 보여줬다. 전시회에서 가장 어두운 색채를 선 보인 작품이었는데 그만큼 작가가 바라는 평화가 무겁고 진하게 느껴졌다.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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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두츠(Ndoye Douts)였다. 3층 전시실의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두츠의 작품은 언뜻 아이의 서툰 그림처럼 보였으나 집중하게 만드는 강한 힘이 있었다. 표현하고자 하는 게 분명한 작품임이 느껴졌다. 두츠의 작품명은 ‘100=1, 1=100’이거나 100-1=0이었다. 소개에 따르면 완전한 세계인 100과 정체성인 1, 아무 것도 없다는 0으로 세상 모든 것을 다 소유한다 할지라도,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는 두츠의 지론이라고 한다. 
자동차, 건물 등 도시적인 소재였지만 그림은 동심에 가까웠다. 동양화에서 흔히 보이는 하얀 여백이 아닌 원색의 여백에 골판지와 잡지(어쩌면 신문)의 꼴라주가 특히 그랬다. 

 ‘단체’와 ‘자유로움’
 릴랑가의 그림엔 한 사람이 단독으로 등장하는 일이 없었다. 축제도, 패션쇼도 모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었다. 3층에 전시된 조각작품도 개인이 아닌 가족과 단체를 말하는 것들이 많았다. 부족사회라면 가지고 있을 당연한 특성이겠지만, 현대 도시 사회를 살고 있는 나에겐 그러한 큰 규모의 단체 의식이 낯설게 느껴졌다. 
아프리카 미술엔 아카데믹한 느낌이 없어서 자유롭게 느껴졌다. 미술이라고 하면 구도가 어떻고 투시가 어떻고 인물의 비율 같은 게 다뤄지기 마련인데 그러한 틀이 없어서 보여지는 대로, 그대로 감상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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