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영 : 신들의 정원, 곡신(谷神)

글 입력 2014.12.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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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영 : 신들의 정원, 곡신(谷神)


무시무시한 낭하를 향해 질주하는 푸르고 흰 말들의 곧추 선 등짝은 분명 공포 반응이나 분노의 폭발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자연의 한 억센 생명이 자신의 근육과 운동 신경을 극단의 강도로 표출하는 찬란한 희열이었다.

속도에 밀려 부리부리한 눈과 귀는 터질 듯 찢어질 듯 날렸고, 콧구멍은 젖혀져 금방이라도 굉음을 쏟아낼 것 같았다. 그리고 풀냄새가 났다. 꽃향기가 들렸고, 새와 나비와 벌레의 날갯짓 소리가 보였다. 

김석영작가가 경영한 화면 속에서는 말도 새도 나비도 풍경도 모두 강렬하고 역동적이었다. 거칠고 격렬한 붓질과 오감을 모두 뚫어주겠다는 듯한 화려한 색채는 멀뚱히 서서 구경하는 감상자에게도 장쾌한 생명에의 경외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랬다.

‘청마의 해’라며 많은 사람들이 쓸데없는 기대에 부풀었던 지난 1월, 서울 평창동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열린 <곡신불사> 展은 그랬다. 전시 자체가 생명을 향한 억센 말발굽의 질주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랬다.

노자 <도덕경> 제 6장의 바로 이 구절, ‘谷神不死 是謂玄牝’(직역 : 곡신은 죽지 않으니, 이를 현빈이라 부른다)의 번역 불가능한 다의적 화면이 전시장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산속 깊은 골짜기의 텅 빈 오묘한 곳을 곡신이라 부르더라도, 만물의 탄생과 순환의 여성성을 현빈이라 하더라도, 그의 화폭에 담긴 강렬하고 다채로운 생명의 양상은 쉽게 몇 마디로 함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가던 어린 학생 수백 명이, 수십 년 별러 여행을 떠난 동창생 수십 명이, 대한민국 물류의 첨병 운짱들 수십명이 한꺼번에 ‘세월’에 갇히고 말았다. 시시각각 전해지는 영상과 자막과 기자들의 보도는 차라리 상처를 덧내는 날선 칼과 같았다.

그로부터 김석영의 곡신은 더욱 ‘치유의 곡신’이 되어갔다. 상처받은 영혼, 맹골수로를 배회하는 길 잃은 영혼을 위한 ‘생명의 곡신’이 되어야 했다. 그리하여 ‘곡신불사 시위현빈’의 본뜻대로 영혼의 안식처로 길안내를 하고, 아픔을 넘어서는 예술적 ‘승화의 곡신’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현장을 눈으로 보고 있다.

맹렬한 기세로 근육이 끊어질 듯 터질 듯 살갗이 벗겨질 듯 흩어질 듯 달려 나가는 청마의 기운이 다시 솟아나기를 기원한다. 

이번 전시 ‘치유 곡신’ 전을 통해 나는 아픔과 상처를 뛰어넘어 생명에의 열렬한 환호성을 본다.




- 전시기간: 2014.12.04~2014.12.30
- 전시장소: 브라운갤러리1관 압구정
- 입장료: 무료
- 문의: 02-3443-6464  http://www.browngalle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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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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