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루나틱' - 미칠 수 있게 해드릴게요 [뮤지컬]
글 입력 2017.12.1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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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면 행복하다.”이 말만 하고 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극을 보러 가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누구든지 저렇게 말은 할 수 있다. 문제는 미칠 수 있는가이다. 프리뷰 때도 말했지만 우리는 ‘미친척하고 XX 하고 싶다.’ 라는 표현을 일상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이 표현으로만 남는 것은 실제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예외가 있다면 미친척하고 지갑을 여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왠지 이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은 건 기분 탓 아닐까). 사실 누구든 가볍게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일탈을 즐기는 영화들을 보면서 누구든지 그 즐거움에 공감하고 부러워하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미치지 못하는 것은 미칠 수 있는 시간이, 공간이, 환경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일상은 미치기에는 너무나 부적합하다.‘루나틱’은 짧은 시간동안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웃고, 극에 반응하고, 소리도 질러보고, 함께 일어서서 음악을 즐기고. 평소에도 하는 행동들이지만 극의 내용과 맞물리면 미칠 수 있는 기회로 변모한다. 스토리에 충실하면서도 중간중간 잘 녹아들어있는 웃음 포인트들과 저절로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배우들의 노래들은 우리를 예열시켜 준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서 돌아가는 길까지 미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미칠 수 없게 되겠지만 그전까지는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극이다. 이것이 이 극이 오랜 기간 동안 살아남아온 비결이 아닐까. 무책임하게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미침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극이기에 지금까지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좋은 극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물론 이 극을 본다고 해도 일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장 이 리뷰를 적는 지금도 필자는 시험기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바쁜 일상은 우리에게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저 해야 할 일만 바라보다 보면 미치는 것은 전혀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슬프게도 해야 할 일은 그치지 않는다. 계속되는 바쁜 시간들은 우리를 미침과 더 멀어지게 만들어 버린다. 그럼에도 이 극은 불현듯 미침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잠깐의 생각이 주는 재충전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이것이 이 극의 능력이 아닐까. 그러기에 여러모로 쉬는 시간에 꼭 맞는, 이어질 바쁜 일상들을 대비하기 위한 극이 아닐까.- 필자가 본 공연의 출연진.모두 너무 멋진 공연을 보여주셨다.아쉬운 것은 극이 강요를 한다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먼저 극의 주제를 과하게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그것을 위해 엔딩을, 대사들을 과하게 의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면이 있었다. 충분히 이 극은 그러지 않아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러기에 아쉬웠다. 또한 극에 대한 참여를 강요하는 면이 있다. 왜 모두가 춤을 춰야 할까.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두가 일어설 때 앉아있는 것도 미치는 것의 다른 형태일지 모른다. 꼭 흥겹게 즐겨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만약 필자처럼 일어서서 사람들과 함께 춤추고 즐기는 것과 별로 친하지 않다면 자신 있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될 것이다. 그것이 더 자신에게 충실한 길이니까.루나틱- 세상이 미친게 분명하다 -일자 : Open Run시간평일 8시토 2시, 5시 / 일 3시월, 화 쉼장소 : 문 씨어터티켓가격전석 40,000원주최/제작(주)elplus관람연령만 13세이상공연시간 : 100분문의(주)이엘프러스02-6403-7117
[김찬규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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