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짜 ‘악(惡)’은 무엇인가 – 수어사이드 스쿼드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8.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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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빌런들로 세상을 구한다는 스토리를 내세워 기대감을 얻은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개봉했다. 8월 3일 개봉했지만 10일 기준 누적 관객이 164만 명 정도로 박스오피스 7위로 떨어졌다.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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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 '수어사이드 스쿼드' 캐릭터 포스터> 


설득력 없는 스토리에 갇힌 설득력 없는 캐릭터
 
 영화의 큰 축을 이루는 스토리가 설득력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인챈트리스의 배신이나, 그로 인한 인류 멸종의 위기. 그에 대립하는 악당들의 부대. 이 스토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해명되고, 캐릭터의 세계관이 꼼꼼했어야 했다. 다수의 악당들의 스토리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니 캐릭터마저 후반부에 흔들렸고, 눈물의 결의를 다짐하는 악역을 기대하지 않은 관객들은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혼돈’ 그 자체로 설명할 수 있는 ‘조커’와 ‘할리 퀸’ 같이 폭탄 같은 캐릭터들이 너무 예상가능 하게, 기대하지 않았던 캐릭터들로 그려졌다. ‘조커’와 ‘할리 퀸’ 커플의 러브신은 평범한 남녀 로맨스 주인공으로 그려졌다. 우리가 기대한 조커, 할리 퀸 커플의 모습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의리라곤 없다던 ‘캡틴 부메랑’은 도망가는 척 하더니 다시 팀에 합류하고, ‘데드 샷’은 여자와 아이들은 죽이지 않는 따뜻하고 의리 있는 팀의 리더를 자처한다. ‘엘 디아블로’의 능력은 끝까지 해명되지 않다가 마지막에만 반짝하고 소멸하고, ‘킬러 크록’은 왜 그렇게 말을 잘 듣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영화 내내 ‘할리 퀸’과 ‘데드샷’외에는 캐릭터의 필요성을 납득할 수 없었다. 세계관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캐릭터들은 슈퍼 빌런들의 자살부대라는 설정마저 흔들리게 했다.

 악당들의 부대가 기대되는 이유는 선한 영웅들이 아닌 악당들만의 삐딱한 시선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악당들은 다른 이들에게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그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어하는 이레귤러(irregular)처럼 그려졌다. 연민을 바라는 악역은 매력적인 악역일 수 없다. 악당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조소하고 그 위에 있어야 매력적이다.

 
진짜 악(惡)은 무엇인가
 
 왜 악당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켰을까? 시도는 실패했지만 의도는 이해한다. 절대적 기준에 의한 악을 얘기하기 어렵다는 것.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악은 달라질 수 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악당들의 부대다. 그들은 왜 ‘악당’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흔히 얘기하는 범법자들만을 악당이라고 부르기에는 악의 범위가 너무 좁다. 범법자들 외에도 우리 근처에는 많은 악이 있다. 노인을 공경할 줄 모르는 젊은이, 청년을 격려할 줄 모르는 어른들,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은 범법자들은 아니지만 분명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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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 '수어사이드 스쿼드' 인물 포스터>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모은 ‘아만다 월러’ 국장은 국가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요직에 있으며 나라를, 인류를 지키기 위해 빌런들을 모았다는 점에서는 선한 사람일 수 있으나, 기밀 유지를 위해 자기 부하들 죽이기를 망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100% 그녀의 입장을 인정하기는 힘들다. ‘데드샷’에게 ‘잔인하다’는 평을 듣는 게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
 어떤 시선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악은 달라질 수 있다. 악에 대해 고민해야 정의에 대한 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 악을 고민하고, 자신의 악을 반성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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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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