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경하다 : 감성 일본 여행 에세이 (4)

글 입력 2016.05.3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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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으시면서 함께 들어주셨으면하는 BGM ♬♪
やさしさに包まれたなら(따스함에 둘러싸인다면) - miwa











모든 것은 새로운 시작


   둘째날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특별히 사촌고모께서 점심때까지 함께 동행해주시기로 하셨다. 도쿄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계시는 고모는 일이 꽤나 바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여행온 나를 위해 귀한 시간을 내주셨다. 고모의 따뜻한 마음이 제대로 전해졌다. 이번 여행.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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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묵었던 숙소 <이마노 도쿄 호스텔>의 미니멀한 네온사인 간판과, 숙소 앞 골목. 1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어서 사람들의 왕래도 잦았고, 골목길에 있었지만 큰 길과 그리 멀리 떨어진 골목이 아니어서 굉장히 안전하다고 느꼈던 곳이다. 사실 이 호스텔에는 동양인보다 서양인의 비중이 더 많았었는데, 로비에서 은근히 마주치게되는 다른 서양인 투숙객들은 모두 다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이 마주치면 그대로 피해버리지 않고 눈웃음과 함께 작은 인사를 건넨다. 이런 문화에 적응이 안된 나는 사실 약간 불편하면서도 어색한? 기분이었는데, 이틀동안 그래도 적응이 되었는지, 마지막에는 그들에게 작은 손인사까지 건네는 여유로움을 보였다. 역시 인간의 적응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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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촌고모와 만나기로한 이다바시 역까지 가려면 히가시신주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야한다. 숙소에서 히가시 신주쿠역까지는 그리 먼거리는 아니었지만, 첫째날 너무 피곤했는지 아침에 살짝 아슬아슬하게 일어나버린 나에겐 1분 1초가 위태로웠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면서도 역시나 카메라는 주위를 스캔하고 있었다. 아침을 못먹었기 때문에, 맥도날드에서 맥모닝 세트를 무려 300엔에 구입해서 들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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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히가시 신주쿠역에 도착. 나는 여기서 도에이 오에도선을 타고 이다바시 역까지 가야한다. 숙소 근처 지하철 교통편이 너무 잘 되어있어서 좋았다. 아까 구입한 맥모닝 세트는, 차마 지하철 안에선 먹기가 조금 민망해서 그대로 봉투속에 넣어두었다. 배가 너무 고팠지만, 참을 때는 참을줄도 알아야지.

   이른 오전시간대라 그런지 출근하는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오늘은 캐리어를 숙소에 두고 나왔기 때문에 완전히 여행객으로 보이진 않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타지에서 온 사람마냥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아마 그들은 완전히 나를 여행객이라고 생각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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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바시역에 도착! 사촌고모가 알려준 열차 칸에서 내리니 정말 출구와 가까웠다. 지인이 살고있는 곳에서 여행을 한다는 것의 장점은 이런 소소한 팁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어제 저녁, 함께 저녁을 먹으며 고모는 내게 다음날의 일정은 어떻게 되냐고 물으셨지만, 사실 아무런 생각이 없던 나는 '다만 비가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예요'라는 말과 함께 가고 싶은 장소만을 주르륵 나열할 뿐이었다. 그렇게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들어보시던 고모께서는 추천하는 장소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장소를 선별해주셨고, 다음날 오전에 추천하고싶은 장소를 함께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다. 

   나로써는 감사하기 그지없는 제안이었고, 원래는 둘째날 오전에 아사쿠사를 갈 예정이었으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일정을 하루 미뤄버리고, 소중한 시간을 사촌고모와 함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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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도착한 < canel cafe >. 강 위에 떠있는 카페였다. 아쉽지만 너무 일찍 도착한 우리는 이렇게 예쁜 카페를 눈앞에 두고 발걸음을 뒤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별로 배가고팠던 것은 아니지만, 테라스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는데.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고모께서는 여기 말고도 볼 곳은 충분히 많다며 나를 다른 곳으로 이끄셨다.







절제된 세련미 <카구라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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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널카페에서 3분정도를 걸으면 바로 나타나는 카구라자카 거리. '자카'라는 말이 일본어로 언덕이라는 의미라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가로수길이나 서래마을 같이 쭉 펼쳐진 골목길이었는데, 살짝 경사가 진 골목길이었다.

   고모의 말씀에 의하면, 카구라자카는 일본 중산층 3-40대가 가장 살고싶어하는 동네 중 한 곳이라고 한다. 길거리는 나무랄데 없이 깔끔하고 깨끗했고, 작고 좁아보이는 골목길엔 없는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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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나게 일본스럽다. 그리고 무언가 소박하지만 고급스럽다. 계속해서 셔터를 눌러대던 나를 보며, 고모께서는 '나중에 부모님과 함께 놀러오렴'이라는 말을 건네셨다. 이곳에 부모님과 함께 온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겁지만, 바쁜 우리 가족이 다같이 해외여행을 가게되는 날이 과연 오긴 올지 의문이 들었다. 시간이 된다면 정말 부모님을 모시고 오고 싶은 곳이었다. 

   카구라자카는 메인 거리 뿐만 아니라, 골목골목 사이사이까지 감각적인 매장들로 가득차있다.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주거지역이 나오기도 하지만, 비록 남의 집일 뿐이라도 감각적인 건축물들을 보고있자면 꽤 신이난다. 기상청에서는 이 날, 비가 온다고 예보했었지만,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맑고 쨍쨍한 날이었다. 







장엄한 <도쿄돔> 실제로 마주하다


   도쿄돔은 어릴적 동경하던 가수가 콘서트를 연 곳. 매진신화를 일으킨 곳. 이정도로 기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열지 않는 콘서트를 이웃나라 일본에서 투어 형식으로 여는 모습을 보고 참 배가 아팠던 적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부러웠던 콘서트 장소는 단연 도쿄돔이다. 4만 5600명에 달하는 좌석수를 보유한 공연장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항상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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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바시 역에서 도쿄돔까지 걸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대략 20분정도를 걸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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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길에 귀여운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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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도쿄돔과 만났다. 너무나 웅장해서 한 앵글에 잡히는 장소를 찾지 못했다. 이곳에서 열리는 콘서트의 열기는 얼마나 뜨거울까- 잠시동안 멈춰서서 상상해보았다. 이 동네는 전체가 도쿄돔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도쿄돔 시티를 이루고 있었다. 돔구장 근처에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런 곳에 놀이공원이라니. 조금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어보였다.

   아쉽지만 사촌고모는 이곳까지 함께해주셨다. 급한 연락을 받고 가시게된 고모는, 미안하다는 말씀과 함께 내일을 기약하셨다. 나이스- 내일 오전도 고모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사촌고모와는 사실 태어나서 이제껏 10번도 만나지 않은, 촌수로 쳐도 굉장히 먼 분이셨다. 10년도 넘은 지난 어느 날, 도쿄로 이민을 가신 고모는 명절에도 얼굴을 뵙기가 쉽지 않은 친척 어르신 중 한 분 이셨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사촌고모를 만나게 될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었고,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후에도 괜히 어색한 기류가 흐르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몇년만에 만난 사촌고모는 나를 정말 딸처럼 편하게 대해주셨고, 내 여행이 더 다채롭게 빛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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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촌고모가 떠나신 후에 나는 이곳, 도쿄돔 시티의 쇼핑몰을 구경하며 한시간 정도를 흘려보냈다. 이곳 <마츠모토 키요시> 매장에서 산 <이로하스> 복숭아맛 물은, 나의 인생 물이 되었다. 한국에 오면서 3통이나 쟁여왔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마시는 한모금 한 모금이 너무나도 아쉬워서 견딜 수가 없더라.








혼자서도 잘해요! <도쿄역>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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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돔 바로 앞에 있는 <고라쿠엔역>에서 도쿄 메트로 마루노우치선을 타고 <도쿄역>으로 향했다. 사실 도쿄역엔 정말 갈 생각이 없었는데, 시간은 남고 지하철 노선도를 그냥 훑어보니 고라쿠엔역과 꽤 가깝길래 선택한 목적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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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역>에 내려 야에스 지하 쇼핑센터를 찾기위해 고군분투한 나. 도쿄 지하철은 정말 어딜가든 방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출구도 참 많고, 사람도 참 많고. 정신이 없었지만 영어로 된 표지판을 자세히 살펴가며, 또 모르는 길은 역무원분들에게 물어가며 그렇게 야에스 쪽 출구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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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걷다보니 지하상가의 형태를 갖춘 길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정표의 끝에는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이 되어버린 <도쿄 라멘 스트리트>가 적혀있었다. 이때의 쾌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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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히 다양한 애니메이션 상품 샵들이 거리에 즐비했다. 예기치 못하게 이곳에서 1시간정도를 빼앗겨버렸지만, 전혀 시간이 아깝다거나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곳을 오지 않았더라면 정말 후회했을거야-! 라는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가득찼을뿐. 

   다양한 MD상품은 이곳이 정말 애니메이션의 본고장 일본이구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지각하게 만들어주었다. 사고싶은 희귀한 굿즈들이 많았지만, 예산을 아끼기 위해 나는 정말 갖고싶었던 캐릭터 안대 하나만을 사들고 행복한 쇼핑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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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도쿄 라멘 스트리트>. 그리 웅장하지도 그렇지만 좁지도 않았던 딱 좋았던 에도시대를 연상시키는 라멘 스트리트. 일본 내에서 인기있는 라면 체인점들이 들어서있는 이 골목은 관광객들로 가득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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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미슐랭에 오른 라면을 먹기 위해 이 곳 <소라노이로>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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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점이 나가버린 사진. 그릇에 새겨진 글씨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우겨본다. 일명 <베지라멘>이라고 불리는 이곳만의 특별한 라멘은, 미슐랭이라는 서양 입맛을 기준으로 이루어진 별점리스트에 오른 라멘인 만큼... 상당히 느끼했지만, 또 고추장을 풀어서 먹어보니 색다른 맛이 났다. 한번쯤은 도전해봐도 좋을법한 이색적인 라멘이었다.








추억에 젖어,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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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고 굵은 도쿄역 탐방을 마친 후, 나는 시계를 보았다. 6시 30분까지 이케부쿠로역에서 일본인 친구를 만나기로 했던 나는 거의 3시를 가리키는 시계바늘을 보며 잠시 들릴곳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고민 끝에, 다양한 노선이 다니는 도쿄역에 감사하며 JR 야마노테선을 타고 <에비스역>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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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지 일본 드라마 <꽃보다남자>를 위해 이 곳, 에비스에 왔다. 그 이유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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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비스역에 내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로 가려면 위와같은 스카이 워크를 걸어가야한다. 참고로 꽤나 길다. 지도상으로만 보더라도 역과는 꽤 거리가 있었던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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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는 좌측통행이다. 도쿄에 온 첫 날, 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한국에서 섰던 방식대로 오른쪽에 서있다가 뒤에서 걸어오던 사람에게 걸림돌이 되었던 일을 떠올리며 혼자 키득댔다. 그리고는 좌측으로 나란히 서있는 사람들을 또 한번 찰칵-하고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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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도착!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그냥 작은 타운 같은 느낌이다. 사실 볼건 별로 없고, 굉장히 공허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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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오로지 석상 때문이다. 일본 드라마 <꽃보다남자>를 즐겨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드라마속에서 주인공 츠카사와 츠쿠시가 첫 데이트를 했던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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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장소인데, 드라마는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서 지금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주변에 카페같은것이 생겨서 조금 정신이 사나웠고, 생각했던 이미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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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실망한채로, 구석구석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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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조엘 로뷔숑의 레스토랑. 사전에 가격조사를 해보고 엄청 놀랐었다. 가난한 학생 여행자는 접.근.금.지 라는 뉘앙스를 폴폴 풍기는 멋진 유럽풍의 건물을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었다. 이곳은 기모노를 멋스럽게 차려입은 일본의 상류층이 즐겨찾는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언젠가 꼭 성공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오자-라는 각오를 한 채 뒤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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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의 전경. 유독 바람이 참 많이 불던 시간대였다. 치마를 입고 온 나 자신을 원망하며 그렇게 약속장소로 향하기 위해 다시 에비스역으로 돌아갔다.








(5)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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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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