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죽는 것 보다 사는 것이 더 두려운 세상 - 염쟁이 유씨

글 입력 2015.04.3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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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 보다 사는 것이 더 두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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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그런 날이 있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생기든 해서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두려웠다. 밖을 나가면 교통사고가 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방에 처박혀 있자니 죽자 하면 불가능한 상황은 없으니 이 건물이 무너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은 이 싸한 느낌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공포영화를 보면 무섭고 끔찍한 귀신이 나타나도 주인공이 하는 거라곤 고작 소리를 지르거나, 눈을 감거나, 이불을 덮어쓰고 못 본 척하는 것 밖에는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인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사람은 사주를 믿기도 하고, 신을 믿기도 하고, 하다 못해 손에 그어진 잔주름을 가지고 미래를 아니 죽음을 예측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정의가 우리를 가장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정말로 궁금했다. 그럼 왜 살아야 할까. 죽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우리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지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나는  ‘염쟁이 유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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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배경세트, 어렸을 적 할아버지깨서 돌아 가셨을 때 보았던 공기들을 다시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또 다시 두려웠다. 그 때 자연스레 한 인물이 등장했다. 나는 단박에 그가 ‘염쟁이 유씨’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우리를 ‘전통문화체험단’이라며 지레 짐작(?) 해서는 사람이 죽은 후 염을 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순서대로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너무나 현실과 다를 바가 없어서 연극과 실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사람의 피부색과 닮은 상복들과 그 천으로 온몸을 휘감는 장면을 보면서 이 연극을 보고 있는 우리도 모두 언젠가는 겪을 일이겠구나 생각했다. 기분이 오묘했지만 이상하게도 혼자 ‘죽음’의 공포를 느낄 때와는 사뭇 다른 감정이었다. 그것은 분명히 염쟁이 유씨의 말 덕분이었을 것이다.


"요새는 말이에유. 아주 별의 별 이유로 죽는 사람들이 있다우.
성적 떨어져 죽은 사람, 승진 안되서 죽은 사람,
남 잘되는 거 보고 배 아파 죽은 사람, 분통 터져 죽는 사람


이렇게 죽는 거 보다 사는 게 더 어려운 세상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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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게도 그 말이 그렇게 고마웠다.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에서 시작된 고마움이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원래 세상이 죽는 것 보다 어렵고 힘든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까지 공연을 보는 내내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혹 누군가는 이 연극을 보고, ‘사람 염을 하는 방법 알려주는 재미있는 연극’으로만 정의 내릴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염쟁이 유씨’가 달랐다.

한 창 고민하던 ‘죽음’에 대한 정의에서 많은 힌트들을 남겨 준 작품이었다.

그리고 죽는 것 보다 사는 것이 힘든 우리 모두의 삶에 ‘그래도 살아있으므로 행복한 것’이라는 무언의 말들을 준 작품이었다.
따뜻한 날씨만큼 더 지치고 우울해지기 쉬운 것이 사람 마음이다. 이 따스한 울적함 속에 조그마한 힌트를 받고 싶다면 ‘염쟁이 유씨’를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서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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