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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요즘 뜨개질을 하고 있는데, 너도 함께 하지 않을래 라고 말이다. 그녀가 뜨고 있다며 보여준 비니 모자는 아기자기한 무늬 때문인지 귀엽고 보송해보였다. 키트를 사면 실은 물론 도안부터 뜨는 법까지 다 알려준다며 나를 유혹 하는 말에 손가락은 어느 새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사진 속 귀여운 비니를 떠올리며 다 뜨면 겨울 내내 쓰고 다니겠다는 마음으로 두근두근 배송을 기다리길 며칠, 드디어 뜨개 키트를 받았다. 기초 중에 기초도 모르는 나에게 시작을 알려주겠다는 친구와 함께 카페에서 만나 함께 뜨기를 시작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에 손가락은 말을 듣지 않았고 간단한 코를 뜨는 것조차 헷갈려 풀었다 떴다를 계속 반복했다. 비록 그 날 카페에서 진도는 많이 나가지 못했지만 무언가 시작되고 있다는 기분에 조금 들떴던 것도 사실이다.


그날 이후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비니를 뜨기 시작했다. 아예 날 잡고 카페를 가서 뜨기도 하고, 집에서 좋아하는 영상들을 틀어놓고 뜨기도 했다. 중간 중간 뜨개 기법을 바꾸어 떠야 할 때는 유튜브에 검색해 새로 배우기도 했고, 몇 코를 떴는지 놓쳐서 허둥지둥 코를 다시 세기도 했다. 숙련자라면 며칠이면 후루룩 떴을 만큼 간단한 도안이었지만, 손도 느리고 모든걸 배우며 진행해야 했던 나로써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점점 모양새를 갖춰가는 비니를 보며 완성작을 위해 뜨개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멈추지 않고 뜨던 어느 저녁, 드디어 내 비니가 완성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이 때부터 불길한 예감이 나를 엄습해왔다. 그 느낌을 애써 무시하고, 실 끝을 정리하고, 마침내 비니를 머리에 써 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 인생 첫 뜨개질이 망해버렸다는 것을 말이다.


문제는 두가지 였다. 첫째, 크기가 작았다. 비니의 도안에도 좀 널널하게 떠야 크기가 맞으니 의식적으로 널널하게 뜨라고 써 있기는 했다만, 초보인 내가 그것까지 조절하긴 힘들었던 탓일까. 친구가 말해 주길 뜨개에서는 소위 ‘쫀손’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똑같이 떠도 쫀쫀하게 뜨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라고 하는데, 어쩌면 내가 이 쫀손인게 아니었을까 싶게 비니는 영 작았다. 두번째 문제는, 사실 이 문제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는데, 기대했던 비니의 무늬가 전혀 알아볼 수 없게 아예 다르게 나왔다는 점이었다. 내 도안은 클로버가 비니를 따라서 쭉 둘러져 있는 무늬였는데, 완성작은 클로버의 흔적은커녕 어떤 형태도 연상되지 않았다. 크기 문제야 다시 뜰 때 더 신경 쓰거나 바늘의 크기를 좀 큰 것으로 바꾸면 될테지만, 모든 걸 도안대로 차근차근 했다고 믿었는데 어그러진 무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쯤 되니 문득 잊고 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때는 바야흐로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정 시간, 바느질로 파우치를 만드는 수행평가가 있었다. 수업시간에 정말 열심히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방법으로 바느질을 했고 끙끙거리며 어찌저찌 완성을 시켰다. 나름 뿌듯한 마음으로 제출일에 제출을 했고 잠시 뒤 선생님이 나를 따로 부르셨다. 이 대목에서 조금 슬퍼지는데, 선생님께서는 내게 이렇게 장난 식으로 대충 만들어서 제출하면 어떡하냐면서 남자애들도 이것보단 잘했다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말문이 턱 막혔던 건 선생님의 상상과는 다르게 내가 그 파우치를 정말 진지하고 열심히 만들었다는 점이었고, 그랬음에도 남들 눈에는 성의없이 보일 정도로 결과물이 처참했다는 점이었다. 지금이야 웃긴 추억이 되었지만 당시는 꽤 속상했던 일로 기억한다. 결국 선생님은 나에게 다 뜯고 처음부터 다시 해오라는 명령을 내리셨고, 그 보다 잘할 자신이 없던 나는 그러면 안되지만 엄마에게 바느질을 부탁해 겨우 수행평가를 통과했다.

 

이 기억까지 떠오르자 나의 뜨개 혹은 바느질 재능은 원래 없었다는 가설에 힘이 실렸다. 동시에 그렇게 열심히 했던 뜨개질을 죄다 풀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자 도저히 이걸 다시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비니는 결국 다 풀러서 다시 실 뭉치로 돌아갔고, 내 야심 찼던 뜨개 사업은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당분간은 도저히 다시 할 엄두가 나지 않을 듯하고, 다시 시작해도 비니가 아닌 다른 도안으로 도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웃긴 말이지만 나 혼자 상처 아닌 상처를 받았달까. 그래도 빠른 시일 안에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뜨개질에 도전해 나도 뜨개에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리라. 인생이 생각한대로 다 된다면 재미가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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