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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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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어릴 적에는 그렇게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더니, 요즘은 유치해지고만 싶다. 하지만 사회적 체면을 챙겨야 할 나이라서 괜히 여동생의 방문만 열어 본다. 관심도 없는 동생에게 만족스러울 때까지 시비를 걸다가 나오는 것이 근래의 취미였다. 그런데 3월이 되고 그녀가 대학으로 떠나버렸다. 남아도는 유치력(力)을 해소할 곳이 없어서 방황했다.

 

그러다 밴드 잭킹콩을 발견하게 되었다. 추구하는 음악의 리듬을 입으로 소리 내어 보다가 밴드명을 지었다고 한다. (대외적 설명은 그렇고, 사실 잭과 졸라 짱 큰 킹 콩나무라는 소문이 있다.) 어쩐지 마음에 드는 밴드였다. 그래서 전곡 재생을 눌러놓고 이렇게 소개 글까지 작성하게 되었다.

 

 

밴드 잭킹콩.jpg

 

 

잭킹콩은 5인조의 인디 밴드다. 멤버는 베이스 신유동, 기타 이범호, 드럼 장세훈, 보컬 및 트럼펫 심강훈, 키보드 고서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잭킹콩만의 특별한 점으로 트럼펫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인디 시장에서 흔치 않은 악기를 사용하며 재즈와 알앤비가 섞인 듯 매력적인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8년에 결성되어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밴드다.

 

밴드명은 앞서 말했듯이 추구하는 음악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정확히는 고양이가 사냥 전에 엉덩이를 흔들듯 적당히 신나는 느낌을 추구한다고 한다. 정말 그런지는 지금부터 음악을 들으며 판단해 보자.

 

 

 

US


 

 

 

I just want your love

just wanna love 우리 둘이

 

 

사랑하는 사람과 세상에 단둘이 남는다면 어떨까. 생각보다 나쁠 수도 있다. 일단 모든 공장과 기업이 멈추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슈퍼에 있는 음식들이 전부 상해버리면 자급자족을 시작해야 한다. 도시에서의 「김씨 표류기」가 시작된다.

 

충분히 낭만적이고 싶지만 천천히 생각하다 보면 전부 싫어지고 만다. 무엇이든 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US」를 듣다 보면 모두 괜찮을 것만 같다. 「US」에 나오는 사람이라면, 세상에 단둘이 남아서 영원히 춤을 추는 일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어깨에 안겨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그에게 땔감 마련을 맡겨도 될 것만 같다. 매일 밤 와인과 함께 꽃을 가져오겠다는 말을 믿어보고 싶어진다. 그는 포도나 장미꽃의 재배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Garden


 

  

 

At my peaceful garden

Frustrations are forgotten

나는 늘 꿈같이 이곳이 집이길 바래

사랑이 가득한 이곳이 집이길 바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각자 자신만의 평화로운 정원이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음악이다. 나의 마음에도 정원이 있을까 생각해 봤다. 동심이나 평화는 잊고 조급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한때는 행복 가득한 정원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면 「Garden」을 듣는다. 재즈를 기반으로 하며 장난스럽게 깔리는 트럼펫 소리를 듣고 있으면 노력 없이 정원으로 찾아갈 수 있다. 길을 헤매지 않도록 도와주는 길잡이 같은 곡이다.

 

평화를 찾고 싶을 때, 불안을 잠재우고 싶을 때, 스트레스를 전부 날려버리고 싶을 때. 눈을 감고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Garden」을 재생해 보자.

 

 

 

Summer For You


 

 

 

내가 나를 지날 때

너는 여름이 되게

Summer for you

 

 

여름은 미화되기 좋은 계절이다. 끈적한 더위는 몸으로 체감하지만 여름의 찬란함은 눈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Summer For You」는 여름의 청량함을 밀도 있게 눌러 담은 곡이다. 그래서 매서운 추위에 흐려진 여름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곤 한다.

 

화자는 '겁 없이 행복하던 나의 여름을 대신 기억하고 돌려주는 너'를 향해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나에게는 「Summer For You」가 바로 '너'와 같은 존재다. 짓궂은 어제, 지친 오늘, 벅찬 내일에 의해 깊숙이 숨어버린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파헤치는 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 조각을 꺼내보고 싶을 때 이 곡을 재생하곤 한다.

 

요즘 날씨가 부쩍 더워졌다. 머지않아 더운 여름이 찾아올 것이다. 다가오는 계절을 반갑게 맞이하기 위해 「Summer For You」를 들으며 추억에 잠기기를 추천하고 싶다.

 


 

아직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모두에게 


 

개인적으로 콩을 정말 싫어한다. 콩밥이 나올 때면 굳이 굳이 콩만 전부 골라내곤 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요란하게 콩탑을 쌓을 수는 없는 법. 억지로 강낭콩을 씹으며 표정 관리를 하느라 식사 속도가 느려지곤 한다.

 

어리광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허용된다. 하지만 사람은 오랜 시간을 거치며 성숙해져 간다. 결국 속도의 차이 때문에 참아야 하는 것들이 생기고, 피곤함이 쌓이고, 즐거움이 사라진다. 여기까지의 이야기에 공감했다면 때로는 일부러 유치하게 굴어 보자. 사랑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는 조금 철이 들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당신이 완벽주의자라면,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위에서 추천한 잭킹콩의 노래를 들어보는 것이다. 당신을 정원으로 데려가서 여름을 꺼내 줄 것이다. 잭과 졸라 짱 큰 킹 콩나무들이.

 

 

 

컬쳐리스트 이지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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