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사운드베리'는 국내 최초 실내 뮤직 페스티벌이다. 3월 22일, 23일 양일간 KBS아레나에서 진행됐다. 겨울의 차가움은 물러가고 푸릇푸릇한 봄의 시작을 알리면서 2025 페스티벌 시즌의 막을 열었다. '사운드베리'는 실내에서 진행되는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특성 덕분에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해서 '입문용 페스티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번 2025 사운드베리 씨어터는 가족과 함께 관람하기에도 훌륭한 환경이었다. 필자는 이번 페스티벌을 부모님과 함께 관람했는데, 놀랍도록 쾌적한 환경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오랜만에 페스티벌이라 공연과 어색한 초반엔 무대와 조금 멀리 떨어진 좌석존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공연을 감상했고, 음악에 점점 몰입되어 아티스트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을 때는 언제든 스탠딩 존으로 내려가 열정적으로 뛰어놀 수 있었다. 이렇듯 스탠딩과 좌석을 유연하게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는 시스템 덕분에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도 페스티벌의 열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했을 때에도, 공연장 주변은 이미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공연장 입구 옆에 마련된 아티스트 포토죤에서 많은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현수막 앞에서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멀리서도 은은하게 들려오는 음악 소리와 관객들의 들뜬 감정이 공기중에 퍼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페스티벌의 기대감이 부풀었다.

 

 

 

 

후이: 무대를 넘나드는 소통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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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잘 알지 못하는 가수였지만, 무대 위 그의 열정적인 모습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쉴새 없이 뿜어내는 넘치는 에너지와 관객들엑 진심어린 즐거움을 전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후이가 노래하고 춤출 때면 관객을 신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특히 당시 아직 발매하지 않았던 신곡 '눈물나게'를 미리 들려주었는데, 밴드 사운드의 멜로디가 인상적인 노래였다. 처음 접하는 가수의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금세 그의 매력에 빠져드는 새로운 발견의 순간이었다.

 

후이의 가장 큰 장점은 관객과의 소통 능력이었다. 그는 단순히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 가까이에서 공연했다. 심지어 좌석 구역까지 올라와 2층 부분에서 오랫동안 노래를 불러주었다. 덕분에 후이라는 가수가 가까이서 노래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멀리 있는 관객들에게까지 자신의 음악을 고스란히 전달하겠다는 진심 어린 의자가 느껴졌다.

 

왼쪽, 오른쪽, 중앙 가리지 않고 공연장 전체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나눠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계단 위 객석에 올라갔을 때는 관객 바로 옆 빈자리에 직접 앉아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의 모습이 화면으로 나오는는 무척 설레는 장면이었다. 조금이라도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후이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감동적이었으며, 이런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소수빈: 목소리 하나로 무대를 채운 숨은 실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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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빈은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부터 줄곧 응원하고 즐겨 들어온 아티스트였다. 평소 고운 음색의 발라드를 주로 불러서 목소리가 여리여리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놀라울 정도로 단단한 발성의 소유자였다. 역시 가수는 녹음된 음악이 아닌 직접 라이브로 들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강한 발성을 낼 수 있으면서도 섬세한 부분에서는 힘을 빼며 자유자재로 음악적 표현을 조절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수빈의 노래에는 특유의 '소수빈' 감성이 묻어난다. 사랑에 빠지고 싶게 만드는 로맨틱한 분위기와 순수한 설렘이 느껴진다. 그의 노래는 마치 학창시절 고등학교 첫사랑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날 그는 자신의 목소리와 닮은 듯 순수함을 담아 고등학생처럼 셔츠에 조끼를 입은 풋풋한 의상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페스티벌에서는 밴드의 풍성한 사운드로 무대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수빈은 오직 자신의 목소리로 승부하는 모습이 특별해다. 무반주로 노래를 시작할 때는 관객들이 그의 목소리에 빨려들듯 숨을 죽이고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공연장을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으며, 그의 목소리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음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의 공연은 새로운 실력파 가수의 발견이라는 기쁨을 안겨주었다.

 

목소리 하나로 시작해 모든 관객을 몰입시키며 시작된 공연은 점차 그가 직접 연주하는 통기타 선율이 더해지고, 이어서 하나씩 섬세하게 음악 세션이 추가되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했다. 피아노 반주, 드럼 소리, 일렉기타 소리가 차례로 더해지며 점점 풍성해지는 사운드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음악은 마치 80-90년대 포크송 가수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으며, 김광석이 연상되는 감성이 돋보였다. 레트로한 분위기 속에서도 세련된 현대적 감각을 유지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싱어게인'에서 선보였던 'Try again', '넌 쉽게 말했지만' 등의 노래들을 실제로 들을 수 있어서 감격스러웠고, 평소 즐겨 듣던 그의 앨범 수록곡들'사랑하자'와 새롭게 발견하게 된 곡 '사랑의 소동', '이러지도 못하고'까지, 모두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적인 음악들이었다.

 

특히 '이러지도 못하고'는 소수빈이 무대에 처음 등장해 선보인 곡으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라는 솔직한 가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진솔한 감정이 담긴 가사가 더욱 깊게 와닿았다.

 

'말해주라' 공연에서는 관객들에게 '사랑해!'를 외치도록 유도하며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응원법을 연습시키는 소통의 시간도 가졌다. 소수빈은 "사랑한다는 말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질리지 않고, 듣는 사람도 기분 좋은 말"이라며 "여러분들 사랑합니다!"라고 진심을 담아 전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같은 가수의 무대를 보는 것은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다. 함께 응원하며 느끼는 단합심과 공동체 의식, 그리고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이 함께 커져가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엔플라잉: 청춘의 에너지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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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사람의 형태를 갖는다면 바로 엔플라잉이 아닐까 싶다. 약 1시간 동안 엔플라잉은 쉼 없이 신나는 노래를 연이어 선보였다. 놀라운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동일한 에너지와 열정을 뿜어냈다는 것이다.

 

작년 다른 페스티벌에서 엔플라잉을 처음 접하고 완전히 매료되었는데, 당시에는 드럼, 일렉기타, 베이스 담당 멤버들이 군 복무 중이어서 보컬인 이승협과 유회승만 볼 수 있었다. 2025년 사운드베리에서는 드디어 완전체 엔플라잉을 만날 수 있었다. 모든 멤버가 통일된 흰색 의상을 입고 등장했을 때, 그들만의 아우라가 무대를 빛내고 있었다.

역시 완전체 밴드 사운드는 관객들의 마음을 강렬하게 울리며 전율을 느끼게 했다. 마음속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이들의 음악은 모두 함꼐하니 더욱 빛을 발했다. 보컬들이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닐 때 기타리스트도 함께 뛰어노는 모습에서 모든 멤버가 진심으로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그 에너지는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엔플라잉은 무대 곳곳을 누비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공연했다. 그들의 모습에서 젊음과 청춘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화려한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탄탄한 음악적 기반이 있기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유회승 보컬은 뛰어난 가창력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이승협 리더는 파워풀한 랩과 보컬로 무대를 한층 더 열정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엔플라잉이 단순히 미친 듯한 퍼포먼스와 강렬한 밴드 사운드만으로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오랜 시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진정한 비결은 '좋은 노래'에 있다. 그들의 음악은 신나는 밴드 사운드와 캐치한(귀에 딱딱 박히는) 멜로디 위에 깊이 있는 감성적인 가사가 더해져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특별함을 준다.

 

현재 엔플라잉의 대표곡이자 차트 1위를 기록한 'Blue Moon'의 첫 구절은 마치 첫사랑에게 보내는 설렘 가득한 편지와도 같다. "푸르른 달에 맘을 도둑맞듯 세상에 너와 나 단둘만 같았어 이 순간이 잠시라면 영원히 멈춰 버리자"라는 시적인 가사는 청자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처럼 문학적인 감성이 깃든 가사와 파워풀한 밴드 사운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독특한 조합은 엔플라잉을 다른 밴드와 차별화되는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

 

이날 공연에서도 그들은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하는 강렬한 비트와 가슴을 적시는 서정적인 가사를 오가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감정의 파도를 선사했다. 무대를 뜨겁게 달구는 격정적인 순간과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감동적인 순간이 교차하며, 엔플라잉만의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소리만으로도 관객들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들의 음악은 페스티벌이 끝난 지금까지도 귓가에 맴돈다.

 

 

 

진정한 소통이 있었던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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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베리 씨어터는 무대와 관객 사이의 벽을 허물고 모두가 하나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누구나 쉽게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 페스티벌 운영과 관리 측면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고, 이미 알고 있던 가수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곡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가장 자유롭고 편안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사운드베리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운드베리 씨어터 이후에는 야외에서 진행되는 사운드베리 페스티벌도 계획되어 있다고 하니, 다시 한번 음악이 주는 해방감과 열정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2025 Soundberry Theater(사운드베리 씨어터)는 단순한 음악 공연을 넘어선 감동의 향연이었다. 무대와 객석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아티스트와 관객이 하나가 되어 호흡하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실내 페스티벌이라는 독특한 포맷은 자연의 변덕스러운 날씨나 외부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음악과 그 감동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몰입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KBS 아레나의 공간은 마치 거대한 음악의 요람처럼 모든 사운드를 완벽하게 품어 안았고, 조명과 음향 시스템은 각 아티스트의 개성과 음악적 색채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땀방울이 튀는 열정적인 무대에서부터 관객들의 숨소리마저 들릴 듯한 고요한 어쿠스틱 순간까지, 모든 음악적 순간들이 그 의도대로 완벽하게 구현되는 기술적 완성도는 실내 페스티벌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사운드베리 씨어터에서 아티스트와 관객이 음악으로 하나되는 감동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