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느끼고 감상한다. 조금 극단적인 감정이 들 때도 있다. 때로는 예술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할 때도 있는 법.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방식으로 무엇인가에 몸담고 있다가, 빠져나온다. 나 또한 문학을 읽거나 글을 쓸 때의 내 모습과 외부 세계를 마주할 때 내 색이 달라진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야닉 에넬의 ‘블루 베이컨’은 주인공이 프랑스 퐁피두 센터에서 새벽에 혼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전시회를 감상하면서 느낀 감정을 솔직히 써 내려간 일기 형식의 책이다.
그는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주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문학적으로 표현한다.
야닉 에넬이 자신이 묘사한 감정들로 인해 독자가 베이컨의 그림을 찾아보기를 원했던 것처럼, 나도 독자들이 나의 감정을 바라보며 '블루 베이컨'을 읽게 되기를 소망한다.
저자는 약간은 극단적인 감정을 느끼며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감상한다.
예술 그리고 문학과 마음껏 교감하고 반성하고 깨닫고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파란색이 보이고.
사실 난 이러한 과정을 겪은 적은 없다. 하지만 깊이 예술에 빠지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묘사하는 미술관에서의 밤은 상당히 흥미로웠으며, 약간의 시기도 느껴지기도 했다.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의 더게티 센터에 갔을 때를 회상해 본다.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드는 듯한 순간들이 몇 있었다. 살짝은 오싹하고, 도망가고 싶었다. 끝까지 빠지지 않고 도망가 버렸다. 주인공처럼 작품에 내 몸을 던졌다면 그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책을 읽다 보면 다시 한번 미술관에 가고 싶은 열망이 든다. 다시 간다면, 작가처럼 나의 감정들을 자세히 기록하고, 그리고 내 몸이 말하는 바까지도 묘사할 것이다.
가끔 어떠한 형태의 예술이든 간에, 감상하면서 내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할 때가 있다. 감상하다가 튀어나온 감정에 놀라 작가가 이러한 감정을 느끼라고 의도한 것이 아니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야닉 에넬은 이러한 고민들을 날려주었다.
문학의 깊이를 완벽히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내 감정에 더 집중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아는 것을 통해 안도를 느낀다.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내 감정은 내 감정대로, 뒤섞이든 평행선을 그리든 그것은 나만의 세계이지 누군가의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
계속해서 예술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싶어진다.
미감은 분명히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 작품을 통해 미술과 문학이 참 닮아있음을 본다. 글 쓰는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글을 그리고 그림을 쓰는 삶.
언젠가 다들 좋아하는 것을 암호 삼아서, 나만의 색으로 밤을 통과하는 날을 경험해 보기를 소망한다.
내가 책을 읽으며 많은 영감을 받았던 구절들을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림(문학도 마찬가지다)은 우리에게 절대 멈추지 말라고 요구한다. 만일 우리가 멈추면 어둠이 으리 모두를 집어삼킬 것이다. 어둠은 우리의 주의력이 흐트러지고 무력해지고 태만해지기를 원한다."]
["황홀경과 고통의 교대는 안정적인 세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우울증을 조장하지만 또한 걸작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베이컨의 그림처럼 심연으로 가 득 채워진 그림들에 다가가면 그것에 흡수될 위험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날 밤 내내 나는 이 그림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면서 이 그림에 최 대한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썼다."]
["문학의 모호함 자체도 이와 마찬가 지인데, 문학은 단지 문장의 세계를 조정할 뿐이지만 이러한 문장을 통해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조 명한다고 주장한다.
그림은 가장 사색적인 형태의 사랑이다."]
["나는 밤은 나의 젊음이라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밤은 생각의 도취다."]
["내가 그렇게까지 자유로웠던 적은 결코 없었고, 그 자유는 나의 문장들을 통해 더욱 커진다. 내 마음대로 하는 것, 그것이 나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