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자극을 갈망하다 파멸한 두 청년의 이야기 - 뮤지컬 쓰릴 미

글 입력 2024.09.2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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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탈 때, 긴장감 있는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스릴 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네이버 어학사전에 따르면 ‘Thrill’이라는 영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황홀감, 흥분, 설렘이라고 한다. 평범하고 진부한 일상에서 황홀감과 흥분을 느낄 때 우리는 스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1920년대 미국, ‘스릴’을 갈망하다 결국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은 두 청년이 있다.

 

뮤지컬 <쓰릴 미>는 1924년 시카고에서 실제 발생했던 레오폴드-로엡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20대에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되어 어느덧 50대가 되어버린 ‘나’의 가석방을 위한 심의위원회가 열리고, 수감자 ‘나’는 심문자들로부터 범죄 당시의 상황에 대해 더욱 자세하게 설명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렇게 ‘나’는 ‘그’와 함께 어떻게 범행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되짚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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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러운 것 없던 두 청년의 깊은 갈증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나’와 ‘그’에게 부족한 것은 없었다. 나와 그는 풍족한 상류층 집안에 명석한 두뇌로 어린 나이에 법대를 졸업했다. 갖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고 버리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버릴 수 있었던 두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삶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그의 손길’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 어렵고, 섬세하고, 때로는 유약하게까지 느껴지는 나에게 그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반짝이는 존재였다. 자신과 같이 부유한 집안이자 똑똑한 남성, 그리고 뛰어난 외모와 언변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그를 나는 다른 것들은 모두 상관이 없을 정도로 사랑했다.

 

그가 다른 여성들과 놀아난다는 소문에 질투심에 가득 차 분노하고, 다시 만나자마자 자신을 만져달라고 애원하고, 그의 곁에서 떨어지고 싶어 안절부절못하고 말이다. 나에게 있어서 그는 누구보다도 소유하고 싶은 남성이었고, 그렇기에 ‘나만이 너의 진정한 모습을 알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렇게, 나는 그의 곁에서 머물며 그의 손길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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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에는 무엇 하나 빠짐없던 ‘그’도 스스로의 완벽함을 너무도 잘 알았다. 너무 잘 알았던 탓에, 그는 니체의 초인론에 심취하여 스스로를 부족한 점이 없는, 이 세상 평범한 사람들을 초월하는 초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쉽고 뛰어난 그에게는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단 하나였다. 바로 ‘범죄 행위 과정에서의 흥분’이었다.

 

세상으로부터 ‘해서는 안 된다’고 학습받아온 규율을 어기고, 그것을 실제로 행하며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다. 그것은 마치 세상의 위에 위치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아무리 범죄 행위를 저질러도 잡히지 않을 때, 그 누구도 스스로를 따라올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즐거움이 그를 감쌌다. 어쩌면 그는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던 자신의 공허함을, 범죄 행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초인’의 기분으로 메꾸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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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ill’의 참을 수 없는 중독성


 

언제나 하나를 가지면 둘을 원하게 되고, 둘을 원하면 셋을 원하게 된다. 그는 방화 사건으로 자신의 황홀감을 충족시키지만, 어느 순간 초인이라고 스스로를 여기는 그에게 방화는 너무나도 작은 행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는 더욱 큰 범죄 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나’를 만져주는 대가로 자신과 함께 범죄 행위에 동참하도록 하여 강도 행위까지 일을 점점 크게 벌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강도 행위조차 시시해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이제 단 하나, 살인이었다.

 

‘나’는 그런 그를 말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의 손길 한 번을 받기 위해서라면 그를 도와 함께 범죄 행위를 하는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그와 동침하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점차 그가 원하는 것이 선을 넘는 것을 보며 때로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나는 그의 손길이 너무도 간절했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은 결국 각자 자신에게 ‘스릴’을 느끼게 해주는 것에 중독된 중독자의 모습이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도 모른 채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갈증을 느끼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이쯤에서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지점은 수도 없이 있었으나 그들의 눈에는 그 지점들이 들어오지 않았고, 설령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외면해 버린다.

 

 

 

결국 입 밖으로 내뱉은 평범한 인간의 말


 

그렇게 그들은 기어코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초인인 자신들의 범행을 타인이 알 길 없다고 자신만만해하는 그와는 달리 실제로 경찰은 빠르게 용의자를 특정했다. 초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말과 달리 실제로 범죄에는 허술한 부분들이 있었고, 결국 수사망이 좁혀져 올 때, 그리고 목숨을 위협받게 될 때 그들은 드디어 ‘진정하라’, ‘무섭다’는 말을 되새긴다. 그토록 스릴을 추구했던 초인들은 그렇게 허무하게 인간의 본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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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피아니스트의 공연과 함께 진행되어 더욱더 몰입감을 강화하는 뮤지컬 <쓰릴 미>는 2007년도에 대한민국에서 초연을 올려 벌써 17년 동안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탄탄한 구성과 배우들의 깊은 캐릭터 해석, 뛰어난 연기와 중독성 강한 넘버까지. 나의 욕망은 무엇인지, 그 욕망과 결핍을 위해 나 또한 선을 넘지는 않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뮤지컬 <쓰릴 미>는 2024년 12월 0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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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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