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각을 생각하며 [문화 전반]

문득 드는 생각과 번뜩 드는 생각
글 입력 2024.05.2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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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하게 되는 생각에는 두 가지가 있다. 문득 드는 생각과 번뜩 드는 생각. 그렇다면 단어(문득과 번뜩)로 그 종류가 나뉘는 것인데, 무엇이 이들을 분리하는가?

 

그 차이는 시간성에 있다. 문득이라는 말은 지나간 것과 연관이 깊다. 잊은 줄 알았던 것들, 잊으려 했던 것들, 어쩌다 잃어버린 것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평소와 같은 일상을 살다가 예기치 못한 어느 순간에 ‘아,’ 하며 생각나는 그런 것들이다.

 

우린 자주 잊고 산다. 일상적 나는 망각에 빠진 나다. 문득은 이런 나를 망각으로부터 건져 올린다. 그렇게 되면 일상은 잠시 멈추고 시간은 거꾸로 흘러 기억의 가장 밑에서 부유하던 조각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래서 문득은 주로 ’떠오른다’와 짝을 이룬다.

 

문득 드는 생각은 과거와의 연결고리라 떠올리면 종종 멍해진다. 침착해지거나 서글퍼지기도 한다. 주로 후회와 반추를 동반할 때 서글퍼진다. 내가 떠올리려고 애쓴 것도 아닌데 저 혼자 솟아나기에 억울할 때도 있다. 그런 방식으로 문득 떠오르는 것들은 가끔 나를 울게 한다. 그래도, 그래. 나는, 우리는, 그땐 그랬을 수 밖에.

 

반면 번뜩 드는 생각은 비교적 현재, 바로 이 순간과 관련이 있다. 문득이 발견이라면 번뜩은 발명이다. 불쑥 찾아오긴 해도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그렇게 번뜩이는 생각은 ‘찾아오거나’ ‘스친다’. 그 순간을 놓치면 손해라 찾아오는 생각을 붙잡아 어디에든 남긴다. 약간의 확신을 동반하는 생각, ‘아,’ 보다는 ‘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번뜩이는 생각이다. 그래서 번뜩은 자주 ‘아이디어’, '영감'과 함께 쓰인다. 이 생각을 기막히게 써먹게 되는 날이 오면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다.

 

번뜩 찾아오는 생각은 감성적이라기보다는 창의적이다. 빠져나오기보다는 몰두하면 그게 더 좋다. 문득 든 생각으로 인해 멈추었던 일상을 번뜩이는 생각이 다시 열심히 굴린다.

 

하나는 멈춰 서게 하고 다른 하나는 나아가게 한다. 좋고 나쁨을 따질 수는 없지만 구분은 할 수 있다. 내 경우에 전자는 대개 일기에 적히고 후자는 주로 밖으로 꺼내어진다(과제나, 기획서 등). 사전은 문득과 번뜩을 모두 갑자기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일어나는 모양으로 정의하지만 갑작스러움의 종류가 하나는 아니지 않을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든 번뜩 찾아오는 생각이든 일단 생각하게 되면 내 삶에 어떤 방식으로든 작용한다. 그래서 모두 소중하고, 얼마든지 환영이다.

 

봄의 끝자락에 서 있는 지금, 당신의 오늘은 어땠는지 묻고 싶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마음이 아렸는지, 번뜩 스친 생각에 가슴이 뛰었는지.

 

 

[오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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