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생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가다, 스쿨 오브 락(樂)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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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스쿨 오브 락(樂)’이 우리에게 이러한 물음을 던진다. 영화 속 아현산업정보고는 이러한 물음에 대해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아현산업정보고의 박승호 교장은 “우리 아이들은 지지받은 경험이 적다. 최소한 교장 한 명은 자기편이라는 믿음을 주고 싶다”라고 말한다. 학교는 믿음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학교가 학생에게 믿음을 주는 것에 이유는 없다. 학생에게 주는 믿음에 어떤 대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의 학생이기에, 너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믿음을 주는 과정에서 모범생과 불량 학생, 예의 바른 학생과 예의 바르지 않은 학생을 구분해 서는 안 된다. 어떤 학생도 학교에서 소외당하기 위해 학교에 가지 않는다. 학교는 모든 학생들을 지지해야 하고, 모든 학생에게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아현산업정보고에서는 교사와 학생 간 상담이 의자에 앉아 진행하는 일반적인 상담으로 이뤄지지 않고, 간단한 신체활동을 하거나 훨씬 더 자유로운 방식의 상담으로 이뤄진다. 상담자인 교사는 학생들에게 해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담을 받는 학생들은 교사가 말하고자 하는 가치를 주입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교사가 전달한 가치를 자신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고, 자신이 이 가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아현산업정보고의 활동을 보고 아현산업정보고가 입시교육이 아닌, 직업교육을 하는 학교이기에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입시 교육을 하는 일반고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움직이고, 가치를 깨닫게 하는 활동에 시간상 제한을 받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이 일반고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활동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학생들이 입시 준비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입시는 학생들 개개인이 ‘어떤 삶을 살 건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대학 진학을 위해 준비하는 한 단계일 뿐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자신이 입시 준비를 하는 이유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고 이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학생이 목표로 하는 것에 대한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영화 초반에 박승호 교장이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학생들에게 교장실에 간식을 먹으러 놀러 오라고 하는 말들은 당연히 연출된 장면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교장선생님’은 항상 양복을 입고 학생들에게 자주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훈화 말씀 때에만 간간이 볼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내가 교장실 청소 담당이었을 때는 교장실이 넓어서 다른 친구와 두 명이 청소했고, 교장실은 항상 깨끗하게 정리 정돈된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교장실에 간다는 것은 무엇을 심하게 잘못했거나, 외부대회에서 상을 타는 등 학교의 자랑이 되었을 때뿐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교장실은 지저분했고, 많은 학생으로 북적였다. 교장실은 학생들의 목표와 그동안 학생들이 성취한 것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여기저기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교장실에서 박승호 교장과 일상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고 때로는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교장실에는 학생들의 흔적과 생활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이러한 박승호 교장의 모습에서 교사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 알 수 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믿음을 주고 가치에 대해 알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 대해 파악해야만 하고, 이를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소통이다.
소통을 통해 학생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알게 되면 더 이상 모범생과 불량 학생, 전교 1등과 전교 꼴등으로 구분 지어 바라볼 수가 없다. 개개인의 삶에 대해 알게 되면, 그들의 삶을 존중하게 되고 학생을 그 자체로 바라보게 된다. 학생과 얼마나 소통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관점이 바뀌는 것이다.
학생에 대한 애정은 학생의 삶을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결국 교사는 학생과의 소통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존재여야 하는 것이다.
[송유빈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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