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별] 단 한 치의 구겨짐
가끔은 둥글고 싶다
글 입력 2024.04.2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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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EUNU]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한 오늘은
차가운 바닥에 던져져
천장을 올려보며 생각하지
세상은 춥고도 높구나
한 번 구겨져 버린 내 마음은
모든 걸 구겨진 채로 바라보네
그럼에도 눈앞 세상은
여전히 구김 하나 없이 올곧구나
이미 꺾여버린 종이 자국은
절대로 지워지지 않아서
다른 걸 접을 수도 없어
다른 모양이 될 수도 없어
구겨진 종이에게 이 세상은
곧고 높게 뻗은 나무일 뿐이지
절대 돌아갈 수도
닿을 수도 없는 거야
*
단 한 치의 구겨짐도 허락하지 않는 세상이다.
모두가 열을 다해 평행선을 그리며 나아간다.
베일 듯 날카로운 그림자를 지고서 생각한다.
'가끔은 둥글고 싶다.'
반듯하게 재단된 곳에서 감히 나를 구겨 본다.
나는 이제 둥글다.
나는 이제 지워지지 않는다.
[박가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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