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solo album] track06.

글 입력 2024.04.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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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track06..jpg

[illust by Yang EJ (양이제)]

 

 

[NOW PLAYING: Tango in the Night - Fleetwood Mac]


이번 기고 글은 고민하는 시간이 유독 길었습니다. 저번 글에서 예고해 드린 대로 서로 다른 인물끼리 충돌시켜 보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두 인물이 마주하자마자 서로의 소망과 직업이 충돌해 빠른 결과를 냈던 것이 지난주라면, 이번 주는 인물끼리 만나게 해봤지만 쉽사리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분명 개성이 강한 인물 둘이 만났으니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했던 짐작이 그만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습니다.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선 인물 간의 상호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인물을 '나열'하는 데에만 급급하더군요.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그림을 구상하기에 앞서 저는 다시 저번 주를 되짚어보기로 했습니다.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길래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속도가 더뎌졌을까 궁금해졌거든요. 저번 주에선 인물의 '소망'과 '직업'이란 요소가 서로 충돌했지요.(편의상 트랙5번 게시글의 인물들을 'A'(해당그림 좌측), 'B'(해당그림 우측)으로 부르겠습니다.) A의 노래를 완벽하게 구현하고자 하는 마음과 B의 코러스 가수라는 직업이 충돌해 단순지인 관계에서 데모녹음을 도와주는 협업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저는 그걸 토대로 장면을 구상해 냈고요.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살펴보니 인물을 서로 연결해 줄 힘이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두 인물에게는 A의 소망만큼 사람을 끌어들일 만한 '강렬함'이 부족했어요.


인물이 가진 강렬함이 단지 소망이나 목표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인물은 원대한 목표나 열렬히 좇아갈 꿈이 없을 수도 있어요. 단지 하루 먹고 지낼 곳이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을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에게도 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욕구가 있어요. 아주 극단적으로 삶의 의지를 모두 잃은 인물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죽을 날을 바라보며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은 얼핏 무욕(無欲)의 인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욕구는 살아있단 걸 전제로 피어나는데 그 살아감조차도 포기한다는 거니까요. 그러나 그런 사람에게도 욕구는 있습니다. 삶을 끝내고 싶다는 말은 곧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비롯한 것이지요. 모든 욕구를 내려놓고자 하는 마음이 역설적이게도 욕구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 욕구는 인물이 행동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인물의 개성이자, 앞으로의 마주하는 타인들과의 관계를 결정지어주는 강렬함인 것이죠. 인물은 이 강렬함을 통해 타인을 끌어당기기도, 밀어내기도 합니다.


욕구는 손꼽아 기다리는 꿈부터 단순히 맛있는 걸 먹고 싶다거나 잠을 편히 자고 싶다거나 등의 아주 사소한 마음까지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소망과 꿈, 야망, 목표, 계획, 가치관 등과 달리 당장 매 순간의 일상과 밀접해 있습니다. 욕구는 충동의 단편적인 마음도,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욕심이란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뉘앙스도 함께 포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인물이더라도 이 단어를 쉽게 적용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욕구가 일전의 A처럼 늘상 바라보고 추구하는 꿈과 목표가 될지, 절실하고 애타는 심정의 소원이 될지 혹은 쾌락 위주의 욕정이 될지는 인물에 따라 다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마음이건, 인물의 앞으로의 행동을 이끌어 줄 좋은 단서가 되겠지요. 그걸 기대해 보겠습니다.


 

 

양은정 에디터태그.jpg

 

 

[양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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