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하기 위해 행복을 그린 화가 -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평범한 일상을 눈부시게 만드려면
글 입력 2024.04.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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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칼 라르손.jpg

 

 

나는 몇 년째 일기를 쓰고 있다.

 

장점 중 하나는 행복했던 일들을 기록해 두면, 다음에도 꼭 그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떤 날 오후에 좋아하는 어떤 곡을 들으며 프로젝트 미팅을 가는 중, 마침 바람이 살랑이고 그날의 어떤 성취로 마음이 충분히 행복했다'면, 그 마음을 구체적으로 적어뒀을 때 같은 상황에 같은 행복을 더 크게도 느낄 수 있다.

 

나는 이렇게 몇 년간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어쩌다 보니 찾았다. 자기 행복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삶을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있어 대단히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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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 Larsson, Breakfast under the Big Birch, 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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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 Larsson, Detail Of Christmas Eve,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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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 Larsson, Flowers on the windowsill, 1894

 

 

칼 라르손은 스웨덴의 국민 화가로 불리며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그는 부인 카린 베르구와 함께 8명의 아이를 키우며 스웨덴 팔룬에 있는 집 '릴라 히트나스'를 손수 가꾸는 행복한 삶을 그림에 담았다. 이 책은 지난 몇 년간 그의 작품과 삶을 헤매며 그를 탐구하고자 한 작가의 여정이다.

 

작가 이소영은 이 책을 집필하는 3년간 매일 밤 서재에서 칼 라르손의 그림을 쳐다봤다. 작가에게 칼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어쩐지 애매했다. '마당에서의 대가족 점심 식사', '그림 같은 집에서의 홈파티'처럼 그의 그림은 마치 완벽한 행복을 박제해 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 꾸며진 정지 화면은 작가를 자꾸 예민하게 만들었다. 작가는 행복보다 불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었고, '행복한 그림'보다는 고야나 뭉크처럼 '삶의 어두운 모습을 표현한' 암울한 그림에 감동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어떤 날에는 한참을 그림만 쳐다보기도 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사람들은 왜 칼의 그림을 좋아할까?

 

많은 사람들은 칼이 일부러 행복한 장면만 그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작가는 그것이 찝찝했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이 칼의 그림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그렇게 하기 때문이었다.

 

칼은 그림에서 우리 대신 행복해 주었다. 우리는 칼 라르손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며, 행복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배우기도 한다. 그리고 일상적이고 행복한 날들에 비로소 '행복'을 느낄 것이다.

 

작가 이소영은 칼의 '행복의 비밀'을 찾기 위해 칼과 카린의 '릴라 히트나스'를 어렵게 찾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특별한 비밀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오히려 그의 유년 시절은 가난과 불행으로 뒤덮여 원망에 가득 차 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칼은 그것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알았기에, 아내와 아이들에게 결코 물려주지 않고자 애썼다. 그래서 결혼식 도중 칼은 삶의 불행이 행복으로 극복되었다는 생각에 울었다.

 

칼은 그를 불행하게 했던 많은 어떤 날보다, 아름답고 일상적인 날들을 구체적으로 그렸다. 칼의 그림을 보는 이들은 어쩌면 지극히 평범하고 따분한 과거를 영원한 환상처럼 받아들인다. 그는 행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그래서 가장 행복한 화가가 되었다.

 

우리는 칼의 그림을 통해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상을 얼마든지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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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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