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명화는 사람으로부터 탄생했다 -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글 입력 2024.04.08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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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에는 하나의 종착역을 갖는 책이 있는가 하면 여러 정차역을 갖는 책도 있다. 전자는 소위 말해 “한번 읽으면 멈출 수 없는” 책들로 이런 책들을 읽는 건 몰입감 있는 기차 여행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편 정차역이 많은 책을 읽을 때면 어디서 멈춰도, 혹은 어디서 타도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독자의 개인적인 “시간”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은 이 종류의 책이다. 날마다의 분량을 읽으며 책의 이야기와 개인의 일상적인 삶은 뒤섞인다.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은 확실한 후자다. 손이 심심하고 허기질 때, 혹은 잠자기 전에 한 예술가의 생을 읽노라면 삼삼한 재미가 느껴진다. 여러 재미있는 화가들의 얘기가 많지만 그 중 마그리트 편을 소개해 본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좌절된 욕망을 담아낸 초현실적 그림"


 

르네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파에 속하는 대표적인 화가 중 한명이다. 사물의 크기를 왜곡해서 그린다든지, 유리컵 위에 구름을 올려놓는다든지 현실 세계를 뒤틀어 놓은 기묘하고 낯선 세계를 그린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많은 명품 브랜드의 소위 ‘거리두기’ 브랜딩이 마그리트에 의해 영감을 받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실로 '낯설게 하기'의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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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에 따르면 마그리트가 이런 낯선 세계에 매혹된 건 그의 개인적인 삶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마그리트의 아버지는 유머러스했지만 동시에 무책임해 안정감이 없는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섬세한 성정을 가졌지만 우울증에 시달리곤 했다.

 

결국 마그리트가 열네살일 때 어머니는 목숨을 끊었고 이 때부터 세계는 마그리트에게 일종의 불가해한 성질의 것으로 다가온다. 마그리트는 쉽게 신비와 미스테리에 끌렸고 납골당 위에서 햇빛을 받으며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보고 큰 영향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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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II, 1950,>

 

 

마그리트는 “서로 다른 개념들, 즉 밤의 풍경과 낮의 하늘을 재현”하는 것, “낮과 밤이 이렇게 동시에 존재한다는 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홀리게 한다”고 말하며 이런 힘을 시(poem)라고 불렀다. 마그리트는 현실에서 함께할 수 없는 것들을 함께 두고, 빛의 제국에서처럼 시간을 왜곡할 뿐 아니라 위 사과 그림처럼 물체의 크기를 왜곡하기도 한다.

 

마그리트에게 세계, 혹은 현실이라는 것은 마치 찰흙 덩어리처럼 늘어났다 줄어들며 그 물성과 진지성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림은 그림일뿐, 마그리트도 우리도 그 캔버스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는 법. 캔버스가 그려내는 세계와 발딛고 살아가는 세계의 대비는 보는 사람에 대해 '시적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 시적 힘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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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모를 쓴 남자, 1964>

 

 

여담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의 의미를 해석할 때면 마그리트는 '나도 모르는 작품의 의미를 안다고' 말했다곤 한다. 신사와 숙녀의 얼굴을 가려놓는 마그리트가 작품의 의미를 낱낱이 해부하는 것을 즐기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신비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태도가 초현실주의자답다.

 

 

 

명화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다면


 

책은 총 27명의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하나하나가 짧지만 임팩트 있다.

 

특히 예술가의 인생사를 보며 각각의 독특한 예술관과 화풍을 이해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 마틴 스콜세지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말이 예술가들의 삶에서 읽힌다.

 

새로운 예술가와 작품을 만나고, 취향의 물꼬가 터지는 계기로는 더할나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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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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