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노래로써 만나 보기 [음악]

글 입력 2024.03.0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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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노래 속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있다. 가사와 소리. 그 정도는 노래를 구성하는 당연한 요소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외국어'다.

 

제목부터 시작해서 가사 안에 당연하다는 듯 들어가, 노래를 대표하여 쓰이기도 한다. 특히 요즘은 영어 단어나 짧은 문장을 반복하거나 내용과 상관없이 문득문득 들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 노래가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모국어가 한국어인 나에게는 종종 피곤함을 안겨 주곤 한다. 음이 편안한 것과 별개로 가사에서 툭툭 걸리는 느낌이랄까.

 

가끔 한국어로만 이루어진 노래가 나오면 어쩐지 반갑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이번 글은 사심을 담아 한국어 가사로 이루어진 노래 몇 곡을 나누어 볼까 한다.

 

 

 

여자친구 - 너 그리고 나


 

 

 

꽃처럼 피어나 나나나 나빌레라

아직은 수줍은 아이야

나도 떨려와

우리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하얀 진심을 담아

새롭게 시작해 볼래 너 그리고 나

사랑을 동경해 앞으로도 잘 부탁해

모아둔 마음을 주겠어 그리고 나

마냥 기다리진 않을래

 

 

가사 속 '나빌레라'는 외국어처럼 보이지만 '나비 같다'는 뜻의 한국어로, 조지훈의 시 <승무>에서 '고이 접어 나빌레라'로 쓰였다. 영어 대신 시에 쓰인 문구를 활용하면서 더욱 아름다운 가사가 만들어진 노래다. 사랑에 빠진 순수하고 맑은 마음이 보다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여자친구의 노래는 가사에 외국어가 없기로 제법 유명하다. <유리구슬>, <하얀마음>, <시간을 달려서>, <귀를 기울이면>, <여름비>, <해야>, <핑> 등 중심곡만이 아니라 수록곡까지 한국어로만 된 것이 많아 한국어 노래가 그리워질 때 찾아 듣기 좋다.

 

 

 

인피니트 - 그리움이 닿는 곳에


 

 

 

보고 싶었다고 미안했었다고

 서툴렀던 내가 많이 후회하고 있다고

 너에게 oh 너에게

 용길 내어 말하고 싶은데 넌 어디에 hoo, hoo, hoo

 어디에 넌 어디에 

 나의 그리움에 닿는 곳에 너 있을까

 

 

<그리움에 닿는 곳에>는 추임새를 제외하고는 외국어가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한국어를 통해 절절한 그리움을 담아냈는데,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지나간 사람들이 괜히 그리워지곤 한다. 더욱이 아름다운 가사에 가수의 절절한 목소리가 더해져 노래가 한층 더 아름다워졌다.

 

 

 

아이유 - 시간의 바깥


 

 

 

서로를 닮아 기울어진 삶

 소원을 담아 차오르는 달

 하려다 만 괄호 속의 말

 이제야 음 음 음

 (...)

 낮에도 밝지 않은 나의 밖

 끝없는 밤 남겨진 반

 넌 어떨까 나와 같을까

 알 수 없음에 아파지던 맘

 

 

시를 쓰기라도 한 것처럼 운율이 있다. 아이유는 유머로, '국힙원탑'이라는 명색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조금 다른 배경에서 나온 말이지만, 위와 같은 가사를 보면 그 명색을 (재미삼아) 인정하게 된다. 아이유의 모든 곡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단어를 새로 만들기도 하며, 한국어로 고이 눌러쓴 듯하여 듣기에 좋다.

 

 

 

하현상 - 사랑이라고 말해줘


 

 

 

사랑이라고 말해줘

어지러운 세상 너라고 말해줘

사랑이라고 말해줘

기다려왔다고 맘을 나눠줄게

나는 너라고 말해줘

미운 내 실수도 괜찮다 말해줘

사랑이라고 말해줘

눈뜨는 아침을 기대할 수 있게

 

 

<사랑이라고 말해 줘>에도 외국어가 나오지 않는다. 이 노래는 '그리움이 너무 추워'로 시작하는데, 이 말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리움이 춥다는 게 어떤 기분이고 어떤 느낌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한국어로만 써내 듣는 데 어려움이 없고, 가사가 예쁘게 느껴지는 곡 중 하나다.

 

문법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가사라고 해도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건 한국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이 노래가 영어로 되어 있었다면 지금 느끼는 애달픔이나 시리면서도 따뜻한 기분이 덜했을 것 같다.

 

 

 

효신 - 야생화


 

 

 

좋았던 기억만

그리운 마음만

니가 떠나간 그 길 위에

이렇게 남아 서있다

잊혀질 만큼만

괜찮을 만큼만

눈물 머금고 기다린 떨림 끝에

다시 나를 피우리라

 

 

<야생화>를 들으면 (곡의 배경이나 가수의 당시 상황 때문인지 몰라도) 굉장히 의지가 느껴지곤 한다. 아주 약해 보이는 꽃이지만, 쉽게 꺾이지는 않을 듯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하다. 막바지에 이르러 폭발하는 듯한 감정은 노래를 더 인상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리라'라는 어미 사용에 유독 마음이 가는데, 언젠간 이루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아름답게 풀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외국어의 사용도 이런 말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표현해내지 못했으리라. 쉬운 말, 쉬운 단어로 이루어진 덕에 우리는 곡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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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느낌이나 음을 거칠게 하지 않음으로써 듣기 편안하게 만드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위의 곡들과같이 가사에 걸림이 없어 편안해지는 노래도 있다. 한국어는 어미를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고, 단어 또한 다양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은데, 그게 잘 쓰인 노래를 발견하면 괜히 좋은 기분에 빠지게 된다.

 

적절하게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면 몰라도, 요즘은 쓸데없이 과하게 영어가 사용된 곡도 많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작사가 개인의 자유이기에 무어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한국어의 매력을 아는 입장에서는 외국어보다는 한국어가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내가 소개한 것 외에도 한국어로만 이루어진 노래는 아주 많을 것이다. 외국어가 활용돼 멋드러진 노래도 좋지만 때로는 한국어가 가득인 노래를 들으며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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