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장 한국적인 발레란 - 코리아 이모션 精

글 입력 2024.02.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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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에 관심을 처음 가지게 된 건 <발레 춘향> 영상을 접했을 때이다.

 

짧은 영상 속 긴 옷자락을 휘날리는 변사또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유려한 턴, 동작과 함께 펼쳐지는 한복, 그리고 무용가들의 오랜 연습이 드러나는 탄탄한 몸까지. 낯설지 않은 것들이 결합해 만들어낸 낯선 아름다움에 매료되고자 <코리아 이모션 精>을 관람하기로 했다.

 

 

코리아이모션-poster-final.jpg

 

 

[작품 구성]

 

1. 동해 랩소디 Rhapsody of the East Sea | 앙상블 시나위

2. 달빛 유희 Dancing Moonlight | 앙상블 시나위

3. 찬비가 Cold Rain | 앙상블 시나위

4. 다솜 Ⅰ Dasome Ⅰ – 피터 쉰들러 (Tristesse D` Amour)

5. 다솜 Ⅱ Dasome Ⅱ - 피터 쉰들러 (Prelude)  

6. 미리내길 Mirinaegil  - 지평권

7. 비연 Bee Yeon  - 지평권 

8. 달빛 영 Moonlight Young  - 지평권  

9. 강원, 정선 아리랑 Arirang 2014  - 지평권

 


<코리아 이모션 情>은 국악과 발레를 결합해 한국적인 한국 고유의 정서 ‘정’을 풀어낸 유니버설발레단의 2024년 초연 작품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한국무용과 발레의 특징이 간단히 소개되었는데, 한국무용은 상체를 주로 안으로 마는 동작들이 있는가 하면, 발레는 팔과 다리를 쭉쭉 뻗는 동작이 많다. 하지만 위 작품은 발레와 한국의 정서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팔을 감거나 늘어뜨리기도 하며, 한국 무용의 기초 동작인 굴신과 투스텝 등의 다리 동작들을 많이 사용한다.


한국적인 동작은 ‘정’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잘 드러내는 매개체가 된다. 본디 ‘정’이란 오랜 시간이 빚어낸 감정이다. 고운 정은 함께하며 생긴 두터운 신뢰, 미운 정은 쉽게 잘라낼 수 없는 미련을 포함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딱 단정지어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는 단어 ‘정’은 쭉쭉 뻗어내는 기존의 발레보다 부드러운 동작에 녹아 <코리아 이모션 情> 속에서 잘 표현되었다.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든 무대를 감상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무대 두 가지에 대해 특히나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여상과 남성이 함께한 군무도 있었으나, 동성이 만들어내는 군무가 더 낯설어 더욱 선명한 기억을 남겼다.

 

먼저 [달빛 유희]는 가야금과 아쟁 선율 음악에 맞추어 진행된 여성 4인무이다. [달빛 유희]는 무대 중 가장 상상할 여지가 많은 무대였다. 이 무대는 역동적인 음악과 화려한 미디어 아트, 한복의 조화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오로라가 흩뿌려진 하늘이 채워진 화면 아래에서 4명의 무용수들이 춤을 추었다.

 

 

2023Korea Emotion-ⓒ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16.jpg

 

 

신비함과 역동성을 가진 음악, 상상력을 자극하는 밤하늘, 신비하고도 힘있는 안무.

 

마치 달빛 아래에서 흥을 즐기는 선녀들을 엿보는 것 같았고, 이에 설렘과 묘한 두근거림이 있었다. 또한 드라마틱한 음악에 맞는 안무의 강약조절은 발레의 외유내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정’이라는 단어를 명확히 보여주기 보다는, ‘정’을 상상하게 만드는 무대라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이다.

 

[찬비가]는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는 남성 4인무이다. 초반에는 조용히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휘몰아치듯 자신의 마음을 토해내는 듯한 음악이 특징이다.

 

 

2023Korea Emotion-ⓒUniversal Ballet_Kyoungjin Kim 2.JPG

 

 

인상깊은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소품으로 사용된 부채. 무용수들은 이 부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고무줄로 부채와 손목을 고정했다고 한다. ‘착’ 소리를 내며 펼쳐지고 다시 접히는 부채는 절도를 보여주면서 그 자체로 쾌감을 선사했다.

 

다음으로 의상. 펄럭이며 곡선을 만들어내는 쾌자 자락은 무용수들이 가진 힘을 시각화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가진 힘을 보여주며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로 보여내는 의상이 아름다웠다. 단체의 단일화된 의상보다 색이 구분되는 4인무의 의상이 훨씬 무용수 개인의 매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남성 무용수들의 힘과 아름다움을 부채와 의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신선하게 다가왔다.

 

 

손유희 무용수.jpg

 

 

모든 무대가 끝나고, 고별무대를 마친 수석무용수 손유희를 위한 단원들의 응원과 격려가 담긴 영상 편지가 상영되었다.

 

교육자라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자신이 평생을 노력해 온 여정을 마무리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관중석에 있는 것만으로도 손유희 무용수의 이야기를 함께 마무리하는 것 같아 눈물이 흘렀다.


<코리아 이모션 情>은 발레와 한국의 요소가 결합한 네오 클래식 발레의 매력을 알게 해주는 무대이다.

 

가장 한국적인 발레라고 말할 수 있는, 울림 있는 공연이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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