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장 한국적인 발레란 - 코리아 이모션 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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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에 관심을 처음 가지게 된 건 <발레 춘향> 영상을 접했을 때이다.
짧은 영상 속 긴 옷자락을 휘날리는 변사또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유려한 턴, 동작과 함께 펼쳐지는 한복, 그리고 무용가들의 오랜 연습이 드러나는 탄탄한 몸까지. 낯설지 않은 것들이 결합해 만들어낸 낯선 아름다움에 매료되고자 <코리아 이모션 精>을 관람하기로 했다.
[작품 구성]
1. 동해 랩소디 Rhapsody of the East Sea | 앙상블 시나위
2. 달빛 유희 Dancing Moonlight | 앙상블 시나위
3. 찬비가 Cold Rain | 앙상블 시나위
4. 다솜 Ⅰ Dasome Ⅰ – 피터 쉰들러 (Tristesse D` Amour)
5. 다솜 Ⅱ Dasome Ⅱ - 피터 쉰들러 (Prelude)
6. 미리내길 Mirinaegil - 지평권
7. 비연 Bee Yeon - 지평권
8. 달빛 영 Moonlight Young - 지평권
9. 강원, 정선 아리랑 Arirang 2014 - 지평권
<코리아 이모션 情>은 국악과 발레를 결합해 한국적인 한국 고유의 정서 ‘정’을 풀어낸 유니버설발레단의 2024년 초연 작품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한국무용과 발레의 특징이 간단히 소개되었는데, 한국무용은 상체를 주로 안으로 마는 동작들이 있는가 하면, 발레는 팔과 다리를 쭉쭉 뻗는 동작이 많다. 하지만 위 작품은 발레와 한국의 정서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팔을 감거나 늘어뜨리기도 하며, 한국 무용의 기초 동작인 굴신과 투스텝 등의 다리 동작들을 많이 사용한다.
한국적인 동작은 ‘정’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잘 드러내는 매개체가 된다. 본디 ‘정’이란 오랜 시간이 빚어낸 감정이다. 고운 정은 함께하며 생긴 두터운 신뢰, 미운 정은 쉽게 잘라낼 수 없는 미련을 포함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딱 단정지어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는 단어 ‘정’은 쭉쭉 뻗어내는 기존의 발레보다 부드러운 동작에 녹아 <코리아 이모션 情> 속에서 잘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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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든 무대를 감상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무대 두 가지에 대해 특히나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여상과 남성이 함께한 군무도 있었으나, 동성이 만들어내는 군무가 더 낯설어 더욱 선명한 기억을 남겼다.
먼저 [달빛 유희]는 가야금과 아쟁 선율 음악에 맞추어 진행된 여성 4인무이다. [달빛 유희]는 무대 중 가장 상상할 여지가 많은 무대였다. 이 무대는 역동적인 음악과 화려한 미디어 아트, 한복의 조화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오로라가 흩뿌려진 하늘이 채워진 화면 아래에서 4명의 무용수들이 춤을 추었다.
신비함과 역동성을 가진 음악, 상상력을 자극하는 밤하늘, 신비하고도 힘있는 안무.
마치 달빛 아래에서 흥을 즐기는 선녀들을 엿보는 것 같았고, 이에 설렘과 묘한 두근거림이 있었다. 또한 드라마틱한 음악에 맞는 안무의 강약조절은 발레의 외유내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정’이라는 단어를 명확히 보여주기 보다는, ‘정’을 상상하게 만드는 무대라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이다.
[찬비가]는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는 남성 4인무이다. 초반에는 조용히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휘몰아치듯 자신의 마음을 토해내는 듯한 음악이 특징이다.
인상깊은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소품으로 사용된 부채. 무용수들은 이 부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고무줄로 부채와 손목을 고정했다고 한다. ‘착’ 소리를 내며 펼쳐지고 다시 접히는 부채는 절도를 보여주면서 그 자체로 쾌감을 선사했다.
다음으로 의상. 펄럭이며 곡선을 만들어내는 쾌자 자락은 무용수들이 가진 힘을 시각화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가진 힘을 보여주며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로 보여내는 의상이 아름다웠다. 단체의 단일화된 의상보다 색이 구분되는 4인무의 의상이 훨씬 무용수 개인의 매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남성 무용수들의 힘과 아름다움을 부채와 의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신선하게 다가왔다.
모든 무대가 끝나고, 고별무대를 마친 수석무용수 손유희를 위한 단원들의 응원과 격려가 담긴 영상 편지가 상영되었다.
교육자라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자신이 평생을 노력해 온 여정을 마무리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관중석에 있는 것만으로도 손유희 무용수의 이야기를 함께 마무리하는 것 같아 눈물이 흘렀다.
<코리아 이모션 情>은 발레와 한국의 요소가 결합한 네오 클래식 발레의 매력을 알게 해주는 무대이다.
가장 한국적인 발레라고 말할 수 있는, 울림 있는 공연이다.
[이혜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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