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성 신체의 해방을 외치다, 발리 엑스포트 [미술/전시]

글 입력 2024.02.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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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뮌헨의 한 거리에서 가슴팍에 상자를 단 여성이 나타났다. 그는 행인들에게 상자에 손을 넣어 자신의 가슴을 만지라고 한다. 당황스러운 얼굴로 가슴을 만지는 행인들을 오히려 당당한 표정으로 똑바로 쳐다본다.

 

이 여성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디어, 퍼포먼스 예술가 발리 엑스포트이다. 그는 이 파격적인 작업 Touch Cinema를 통해 대상화되어 왔던 여성의 신체와 늘 주체로서 존재해 온 남성의 위치를 전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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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ch Cinema,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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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IE EXPORT - SMART EXPORT, 1970

 

 

그의 이름 발리 엑스포트(VALIE EXPORT)는 그의 나이 27살에 스스로 부여한 이름이다.

 

그는 아버지 또는 전남편으로부터 온 성을 거부하고, 남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예술 씬에 스스로를 자신있게 위치시켰다. 그리고 그 이름 아래서 전에 없던 신선한 충격을 주는 작업 활동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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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the Portfolio of Dogness, 1968

 

 

엑스포트는 목줄을 하고 네 발로 기어다니는 미디어 아티스트 페터 바이벨을 마치 강아지처럼 데리고 비엔나 거리를 누빈다. 수동적인 남성이 된 바이벨은 능동적 여성인 엑스포트에게 통제당한다.

 

이 작업을 통해 작가는 사회의 전형적인 젠더 구조를 뒤집어 비꼰다. 동시에 공공장소에서 이러한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퍼포먼스를 행함으로써 보수적인 전후 사회의 억압에 대해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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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y Configurations, 1972-1982

 

 

엑스포트는 도시 곳곳은 물론 모래 언덕과 들판 등의 자연에서 쭈그리고, 구부리는 등의 포즈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체와 그가 놓인 환경을 연결한다.

 

특히 여성의 신체는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가 취하고 있는 이러한 불편하고 억지스러운 자세를 통해 내면의 상태를 표현한다.'

 

베를린의 사진 미술관 C/O Berlin이 재개관하면서 발리 엑스포트의 작업을 초기부터 톺아보는 전시를 선보였다. 여성 해방과 전후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일삼는 그의 작품들을 가감 없이 선보인 점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베를린의 미술관답다고 생각했다.

 

2023년 2월, 발리 엑스포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널리 알려진 청원서의 초기 서명자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이렇듯 훌륭한 예술가들은 머무르지 않고 늘 나아간다. 그 흐름은 연속적이지만 발전적이고, 이 전의 것들을 계승하면서도 넘어선다.

 

발리 엑스포트의 작업은 현재의 우리가 보기에는 너무나 직설적이고 일차원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두려움 없는 이러한 선구자적인 발자국들은 후대 여성 예술가들, 나아가 평범한 여성들에게도 귀감이 되어준다.

 

틀을 깨는 모든 이들의 용기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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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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