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얀 어둠 속으로 [영화]

'퓨전 서부극'이란 무엇인가? <다크 밸리>로 알아보자
글 입력 2024.01.1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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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알프스. 깊은 산속 마을에 미스터리한 사내가 찾아온다. 미국에서 왔다는 사내는 사진을 찍으러 왔다며, 마을에서 묵게 된다. <다크 밸리>는 미국이 아닌 독일에서 제작된 영화이고, 그 배경 역시 서부가 아닌 알프스 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서부극의 분위기가 깊게 배어 있는 작품이다. 중절모를 쓰고, 총을 든 채 말을 타고 다니는 알프스의 카우보이들.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뜨거운 사막에서 펼쳐지는 미 서부극과 달리, 눈으로 뒤덮인 산맥의 차가움이 뿜어져 나온다.


장르적으로 서부극 그리고 스릴러 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액션 서부극, 스릴러물을 기대하면 십중팔구 실망하게 될 것이다. 액션 씬은 후반부 두 장면을 빼고는 없다고 봐도 된다.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그들의 쉬지않는 대사, 입담 대신에 <다크 밸리>는 스토익한, 금욕적인 느낌의 차분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킨다. 캐릭터들 사이에 깊은 감정이나 우정, 사랑이 꽃피지 않고 대사량도 그렇게 많지가 않다. <다크 밸리>는 조용하고, 느릿하며, 차분하고 무거운 영화이다.


이러한 <다크 밸리>의 특성이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1시간 50여 분의 런닝타임 중 첫 1시간은 뻣뻣하고 무감각하다. 화려한 액션, 자극적인 요소나 빠른 전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초중반부를 보면서 큰 만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흥미가 생기려나 하면서도 곧 사라져 버린다.

 

 

 

배경은 달라도 그 핵심은 서부극과 비슷한


 

[포맷변환]e다크 밸리.jpg

 

 

첫 1시간은 지루하고, 그리 잘 만들었다고 하기 어렵다. 영화를 보면서 너무 길게 끄는 듯한 장면, 내가 뭘 보는 거지 싶은 장면 등, 만족스럽지 못한 전반부였다. 그런 첫 한 시간을 지탱하고 이끌어 가는 요소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주인공 사내와, 그의 비밀,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이다. 거기에다, 새하얀 알프스의 모습을 포착한 뛰어난 영상미가 그나마 집중도를 유지시켜 준다.


하지만 영화는 아직 50여 분이 남아 있고, 남은 50여분을 포함시켜 평가한다면 영화의 전체적인 인상은 많이 나아진다. 주인공의 비밀이 밝혀지고,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들면서 몰입도나 흥미도 나아진다. 그러나 중후반부에서도 긴장감 조성이나 몇몇 장면들의 연출 면에서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주인공의 비밀도 예측이 어렵지 않은 편이다.

 

 

 

비주얼 면에서는 훌륭하다


 

[포맷변환]닼밸리.jpg

 

 

앞에서 언급했듯이 촬영은 전체적으로 훌륭한 편이다, 하지만 촬영 면에서도 한 가지 지적할 점, 이 감독이 액션 장면 연출에 능숙하지는 않은 것 같다. 과도한 클로즈업을 사용하거나 빠른 편집을 사용하는 등 보면서 눈이 아프고 약간 어지러움을 느끼는 감이 있다. 물론 액션 장면 중간중간에도 멋진 숏들이 끼어 있고, 의외로 잔인하고, 스타일리쉬한 연출을 선보이는 순간들이 있어 못 볼 정도는 아니다.


캐릭터들이 제대로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 차갑고 무거운 느낌을 주기 위한 영화의 의도일 수도 있지만, 캐릭터들을 조금 더 인간화했다고 해서 잃을 것은 없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그라이더는 인상적이다. 배우 샘 라일리의 눈빛과 카리스마가 관객들 입장에서 캐릭터에게 신경쓰게 만든다.


<다크 밸리>를 보면서, 그리고 보고 나서 생각난 영화들로는, <파고> <램> <더 하더 데이 폴> 이 있다. 전부 다 5,6점 정도로 나쁘지는 않지만 약간 미적지근한 감상을 한 작품들이다. <파고>와는 눈으로 뒤덮인 배경과 차분한 분위기, <램>과는 산맥이라는 배경과 지루한 전반부, <더 하더 데이 폴> 과는 서부극이라는 장르와 의외로 스타일리쉬한 총격 장면이 유사하다.

 

 

 

장단점이 뚜렷하고 뒤섞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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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많이 섞인 작품. 나쁜 면이 조금 더 두드러진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영화가 끝으로 갈수록 좋은 면이 더 두드러지고, 무엇보다 작품의 결말이 꽤 마음에 든, '사두용미'에 가까운 작품이라서 영화가 끝났을 때 좋은 쪽으로 인상이 기울기는 했다. 그저 그런 영화여서 그나마 좋았던 부분들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일까? 후반부가 전반부보다 나았다는 점이 내 판단을 흐리게 한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 좀 더 확실한 인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영화를 보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남는 것은 이미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크 밸리>는 이미지, 시각적으로는 훌륭한 영화라서 좋은 쪽으로 기억될까? 아니면 지루한 전반부가 더 부정적으로 다가와서 작품 전체의 인상이 구겨질까. 일단 본 게 후회되지는 않는다.

 

 

[하지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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