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하루는 밤에 시작된다. [사람]

잠에 들기엔 너무 아쉬운 시간, 밤
글 입력 2024.01.1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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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면 해가 뜬다.

 

해 하나 떴다고 세상이 바뀐다. 어둠이 지고 세상이 밝아진다. 암흑은 완전히 숨어버리고 뜨겁고 밝은 빛만이 남는다. 애써 일어나야만 하고, 또 활동의 시간이 돌아온다. 사회가 만들어낸 활동 시간이 되어 우리는 움직인다.

 

대부분의 사람이 활동하는 이 활발한 시간, 이 시간은 어쩌면 활발한 시간이 아닌 활발해져야만 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상점들의 영업시간, 고객센터와 은행, 주민센터의 운영시간도 전부 낮이다. 그래서 우린 움직인다. 남들이 움직이니까 나도 움직여야 한다.

 

이 시간의 사람들은 바쁘고 치열하고 열정적이며, 분주하다. 사회에 내보여지는 나로 또 하루를 살아내고, 이런 모습이 수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누구에게는 감수해 내야만 하는 이 시간은 한없이 활발하고 소란스럽다. 이런 시간을 만드는 해가 제힘을 다해버려 저물면, 또 다시 어둑함이 되찾아온다.

 

차분하고 고요한 시간. 이 밤이 되어야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가 되어서야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미운 것, 괴로운 것, 해내야만 하는 것들을 이겨내야 하는 전투적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진짜 나와 나의 것들을 꺼낼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고, 내게만 집중하는 이 밤의 시간의 난 한없이 솔직해질 수 있다. 누구에게 보일 걱정 없이 무엇을 하던 나의 선택인 시간. 무엇이든 허용이 되는 시간. 누워서 멍을 때리며 게을러도 보고, 일기를 쓰며 요동치는 나를 잠재우기도 하고, 잠시 접어 둔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내 열정을 맛보며, 주머니에 넣어뒀던 웃음을 꺼내 보며 한량처럼 보낼 수도 있는 시간.

 

이 시간엔 내가 아무리 낭만만을 좇아도 가치를 따져내지 않는다. 어떤 공상을 그려도 허용된다. 그래서인지 온전히 내가 주인인 이 시간은 매일 돌아옴에도 흘러가는 것이 매 번 아쉽기만 하다. 몇 시간을 잘 수 있는지 계산하며 잠에 드는 시간을 늦춰본다. 내일 아침 눈 뜨기 힘들어할 걸 알면서도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짧지만 강하고 아름답지만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않는 온전한 내 시간.

 

서두를 필요도 양보도 어떠한 치열함도 요구되지 않는 시간, 밤.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되어 나의 하루를 시작하고 정리한다. 그래서 이 긴 밤은 늘 짧게만 느껴진다. 이 시간이 있기에 내 삶엔 낮이 존재한다. 여럿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뜨거운 세상에서, 찬 공기 속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이 시간의 존재가 누군가와 함께하는 낮 동안의 나를 만들어낸다.

 

나를 돌볼 수 있는 이 소중한 시간, 밤. 나의 하루는 밤에 시작된다.

 

 

[김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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