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 냄새나는 밴드, 노래하는 O Band(오뺀)! - O Band 음반 발매 공연

멤버 전원이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재즈밴드
글 입력 2023.11.0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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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부터 박갑윤, 이승하, 배가영, 오종대이다.)

 

 

지난 11월 3일 저녁, 홍대 벨로주에서 재즈밴드 O Band(이하 오뺀)의 음반 발매 공연이 열렸다.

 

O Band는 드러머 오종대를 중심으로 기타리스트 박갑윤과 베이시스트 이승하, 피아니스트 배가영으로 결성된 재즈 밴드다.

 

오뺀의 리더 오종대는 재즈씬에서 30년 이상 활약한 베테랑 드러머로 2022년부터 ‘오종대 쿼텟’을 시작한 것이 오뺀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합주를 이어가던 4중주의 인연이 오뺀 결성으로 이어져 2023년 8월과 9월에 재즈음반을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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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페스티벌 中)

 

 

오뺀은 1년 차 신예밴드지만, 실력만큼은 탄탄하다.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스탠다드함을 견고히 닦고 팀 안에서는 그들만의 감성과 현대적인 변주를 섞는다. 이들이 뭉쳐 만드는 음악은 얼마 안 된 밴드라기에는 무척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매력을 가졌다.

 

최근 EP 1집과 EP 2집으로 10월에 열렸던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출연하여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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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Band의 새 앨범을 들으며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은 관객들로 가득했다.

 

매표소에서는 주전부리가 담긴 작은 과자 패키지와 맥주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인파 속에서 맥주를 홀짝이며 공연장을 구경하고 지인과 기대 섞인 대화를 나누었다. 높은 층고만큼이나 공연장 분위기도 두둥실 들떠 올랐다.

 

관객들은 나만큼이나 설레는 표정으로 첫 연주의 시작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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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뺀의 첫인상은 ‘따뜻하다’는 느낌이 가장 강렬했다. 별다른 코멘트나 액션 없이 시작한 첫 무대였지만, EP H.O.P.E에 수록된 H.O.P.E(Help Our Peace of Earth)가 연주되는데 포근한 느낌이 전해졌다.

 

이상하게 연주만큼이나 멤버들의 얼굴이나 표정에도 집중하게 됐다. 이 따뜻한 감정의 근원은 역시 앨범을 제작할 때 취지와 연관 있었다. 오뺀은 두 EP에 세상에 대한 연민의 시선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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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H.O.P.E 

1. H.O.P.E (Help Our Peace of Earth)

2. 시간은 기억 (El Tiempo Es La Memoria)

3. Remember Something

4. U Know The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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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새벽날개

1. Fly Away

2. 바다(The Sea In April)

3. 새벽날개(Wings Of Dawn)

4. 자장가(Lullaby)


 

O Band는 전통 재즈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감각과 멤버들의 감수성을 녹여낸 음악을 만든다. EP 1집은 첫 음반인 만큼 오뺀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곡들로 구성되었고, EP 2집 수록곡에는 연주자들의 보컬이 곳곳에 등장하며 싱어송라이터 재즈밴드로서의 면모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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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 Something -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된다. 그리고 기억은 미화되거나 잊혀지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를 거친다. 이들이 연주하는 'Remember Something'은 과거의 기억을 따뜻하게 보듬으며 그 시간에 함께 있어준다.


바다 (The Sea In April) - 여러 연주가 휘몰아치듯 즐거운 기분을 선사했다면 ‘바다’는 상기된 두 뺨을 차분히 식혀주는 느낌이 드는 곡이다. 담백한 멜로디만큼 담백한 가사와 섬세한 기타 연주는 위로를 전한다.

 

‘바다’는 드러머 오종대가 작곡한 음원으로 직접 보컬로도 참여한다. 그의 노래는 멋지기보다는 투박하다는 표현과 가깝다. 그러나 보컬의 실력과는 관계없이 전해지는 진심, 담백한 표현들이 오히려 이 곡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한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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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날개 (Wings of Dawn) - 새벽 날개는 음원으로 들으면 신나는 노래는 아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었을 때는 가장 신났던 곡이다.

 

특히 이 곡에 연주자들이 화려하게 들려주었던 바리에이션은 넋 놓고 보게 될 만큼 멋진 무대를 만들었다. 재즈의 묘미 중 하나가 주고받는 것에 있는 것처럼, 이들이 주고 받는 음의 향연이 관객에게는 가장 짜릿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새벽 날개의 재밌는 점 중 하는 곡의 후반부로 흘러가면 가사가 있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허밍 느낌의 보컬이 차례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연주자들이 부르는 노래는 한국판 세이렌처럼 꿈결에서 듣는 듯한 묘한 느낌을 전한다. 이런 신비로움이 이름처럼 해가 뜨기 직전인 새벽 5~6시쯤의 어스름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했다.


Fly away - Fly away는 ‘주말 점심 장 보러 갈 때 듣고 싶은 곡’이다. 보사노바 리듬에 휘파람까지 더해져 신날 뿐 아니라, 산들산들 움직이게 돼서 듣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특히 피아니스트 배가영과 베이시스트 박갑윤의 보컬이 더해지면서 더욱 간지럽게 느껴진다.

 

이 팀이 매력적인 이유는 재즈밴드가 노래를 한다는 것도 있지만, 보컬로서 손색없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점이다.

 

배가영과 박갑윤의 노래는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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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로도 You know the blues, 시간의 기억, 자장가 등 EP1과 EP2에 수록된 곡들이 연주되었다. 오뺀의 음반 발매 공연은 음원을 소개하는 의미 있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이 팀의 인간적인 면모와 사랑스러움을 알릴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멤버들의 개성은 그들이 연주하는 악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한명 한명 얼굴과 행동을 뜯어보면서 다들 참 자신과 어울리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 악기를 연주하다 보면 그 악기와 소리의 분위기를 연주자가 닮아가는 것일까?

 

멤버들의 얼굴에 다른 악기를 매치해 보았는데 단 한 명도 자신의 악기 외에는 어울리는 사람이 없어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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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음반 발매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인터뷰였다고 생각하는데, 멤버들 전부 입담도 좋고 팀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여 보기 좋았다.

 

인터뷰는 소위 ‘TMI 대방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멤버들의 사적인 이야기와 유머러스함이 묻어났는데, 인터뷰 도중 노래 요청에 빼지 않은 베이시스트 이승하의 열창에 분위기가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감회가 남달라 보이는 드러머 오종대의 이야기는 관객에게도 진심으로 와닿아서 나 또한 기분이 좋았다. 인터뷰 시간 동안 오뺀에게 풀풀 풍기던 사람 냄새와 따뜻함, 진정성 등을 느꼈다. 캐주얼한 공연장 분위기만큼 재즈밴드 오뺀의 멤버들, 음악과 함께 친밀감을 느끼고 호흡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음반발매 파티는 뜨거웠던 분위기 덕에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더 늦게 끝났다. 덕분에 쌀쌀한 가을날, 그들의 음악으로 온기를 가득 채우고 돌아갈 수 있었다. 오뺀은 CD의 시대가 다시 오지 않을까 생각하여 음반을 CD로 제작했다.

 

이들의 EP 앨범은 음반발매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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