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의 유의어는 헤아리다. [사람]

글 입력 2024.01.07 00:5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그럼에도 결국, 다시 사랑이다. 기어이 인간은 평생 사랑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사랑은 삶에 해(害)가 되기도 무해(無害)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나를 영원히 따라다니는 해와 달과도 같으며,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바다가 되기도 때론 고요하고 무력한 밤과도 같다.

 

'사랑'은 다양한 '연'으로 존재한다. 인간과 인간의 연, 인간과 동물의 연, 인간과 물체의 연, 스스로와의 연 등. 삶의 다양한 시선으로 사랑은 존재한다.

 

 

 

인간과 인간의 사랑


 

내게 가족에게서 받는 사랑은 사랑에 대한 '가르침'이자 '배움'이었다. 내 마음에 닿은 첫 번째 사랑 아닐까. 무사히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아마도 걷기 시작하고 말을 처음 내뱉었을 때, 성장을 하며 같이 울고 웃었을 모든 순간들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잘못을 해서 혼이 났을 때도 내게 큰 실망을 했을 그때에도 부모님의 따끔한 말 뒤에는 단단한 사랑이 뒷받침이 되어있었을 것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라는 말도 다 사랑에서 파생된 말이 아닐까. 사랑하니까 많은 것들을 감내하며,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어주니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다시 끔 사랑으로 다가온다. 사소한 배려 하나들이 다정한 말들과 나를 위해 고맙게도 애쓰던 마음들이 되뇔수록 사랑으로 느껴진다.

 

 

infant-2717347_640.jpg

 

 

그렇게 내가 배운 사랑은 곧 내 삶으로 이어졌고 이게 사랑이 맞을까 생각하던 찰나, 내 모습에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나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며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존재 자체가 사랑의 사유가 된다. 사랑에 대한 이유가 명확한 것도 좋지만, 내가 말하는 이유들로 인해 상대가 혹여나 더 노력하고 이유가 사라질까 애쓰며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상대의 존재가 사랑이 된다. 상대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는 건 나니까. 변하지도 더 노력하지도 말고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사랑토록 함께 오래 지내고 싶은 마음.

 

좋아함은 한순간이지만 사랑은 모든 순간이다. 좋아함은 그만둘 수도 잠깐 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은 그 대상이 늘 바탕색처럼 칠해져 있다. 은은한 은방울꽃의 향처럼 기분 좋은 잔향들로 지속된다. 사랑의 정의를 계속해서 내렸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사랑은 어느 순간 느낌이 오는 것 같다. 상대의 색이 스며들어 나의 색과 섞이고 비로소 새로운 우리의 색이 보일 때가 그 느낌인 거지. 스스로의 행동에서 상대를 사랑해서 나오는 모습의 순간들이 느껴진다. 어린아이를 보는 것 마냥 너무 소중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 것들이 그냥 생각만 해도 작은 웃음이 새어 나오는 순간이, 낯간지러운 말을 주고받으며 다시 그 말을 혼자 되새길 때의 부끄러운 마음들. 마지막으로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어 자책하는 마음과 더불어 속상함에 펑펑 나오는 마음까지 사랑이다.

 

 

 

동물과 인간의 사랑


 

나는 어릴 적부터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되고 싶었다. 인간과는 또 다른 작은 생명들에게 마음이 갔는데, 그것은 작은 소망일 뿐 아직까지 행복하게 해줄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키우지 않는다. 그러나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이해 지내는 주변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의 사랑은 애절하고도 깊은 사랑이었다. 때로는 그 사랑을 나는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그 애틋하고 예쁜 사랑은 내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의 깊은 사랑임을 깨닫는다.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의 생명과 교감을 주고받는 것이 참 신기하다. 서로의 감정을 말하지 않아도 언어가 달라도 이해한다는 것이. 강아지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은 함께일 때 제한이 되는 것들이 많았다. 밥을 먹으러 갈 때도 차를 탈 때도 어디를 가든 제한적인 부분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며, 늘 꼼꼼히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찾거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puppy-2197314_640.jpg

 

 

반려견이 주는 사랑은 무해한 것 같다. 사랑으로 가득 찬 온도만을 마음에 비비며, 서로를 느낀다. 그렇게 이들은 자연스럽게 반려견과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서 깊은 배려를 배웠을 것이다. 배려를 바라는 것이 아닌, 소중한 내 가족을 위해 바라기 전에 모든 상황을 배려한다. 본인의 환경, 시간, 삶의 척도가 한 생명으로 인해 맞춰지고 맞춰간다.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랑이지만 내가 보기에 이들의 사랑이 애절하고 깊게 느껴진 이유 중 하나는 삶의 길이가 조금 다르기 때문이라, 서로가 그걸 알고 있고 맞추고 싶어도 불가피하게 맞출 수 없는 부분이기에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들어본 그들의 별나라까지의 사랑 이야기는 참 깊었다. 서로에게 한 세상이 되어주었을 그들은 어쩌면 인생에서 아주 깊고도 값진 사랑에 대한 경험을 했을 것 같다. 내가 그들이 느끼는 감정에 개입하여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각자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좋은 사랑의 경험이 됐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게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은 깊어진다. 때가 되어도 무작정 데려올 생각은 전혀 없다. 작게라도 이기적인 마음으로 품을 생각은 없고, 그저 자꾸 마음에 남는 그런 소중한 생명이 생긴다면 그로 인해 내가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때 그때, 그 사랑에 대한 용기를 내보겠다. 너무 사랑할 것을 알기에 그 두려움이 커 무서운 마음에 매번 고민한다. 하지만 언젠가 내 소중한 반려동물 가족이 생긴다면 절대적으로 그 아이의 행복만을 위해 무해한 사랑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인간과 물체의 사랑


 

사랑 중에는 이런 사랑도 있다. 화가들은 자신의 그림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영화감독은 자신이 만든 영화를 깊게 사랑하기도 한다. 일부 사람들은 책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물체는 아니지만 반려 나무 키우며 식물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제목과 무관하지만 더 넓게 가보면 지구를 사랑해 환경을 지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사랑은 이유를 창출해 내기도 하며, 사랑을 지속하게 만든다. 자신이 애정 하는 대상에 대한 마음이 깊어, 그 분야를 깊게 알아보고 연구하고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즐거움에 대한 사랑.

  

 

 

스스로와의 사랑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인생을 마무리할 마지막 순간까지 내 곁에 남아 사랑 해줄 사람은 스스로라는 것. 그리고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은 꽤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나를 이해하고 헤아릴수록, 내 마음이 원하는 게 뭔지 들어보고 마주 보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이상하게 타인의 고민이나 결정에서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옳고 그름을 열심히 따져가며 결단을 내리고, 기분을 낫게 해주려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막상 내 고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친구에게 묻곤 할 때. 친구의 고민을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나를 가장 가까운 친구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때론 너무 가까워서 시야에 담지 못하는 것들이 있으니 멀리서 내 모습을 관찰해도 좋을 것 같다. 나의 몸과 건강, 정신, 생각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먼저 알 테니 조금만 더 내게 관심을 가지면, 더욱이 즐겁게 또 다른 사랑을 하는 법을 알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일생의 삶 속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을 수도 또는 누군가의 사랑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은 사람을 단단하게도 말랑하게도 만드는 마법 같은 감정이다. 사랑으로써 둘은 단단해지고 사랑으로써 둘은 서로에게 말랑해진다. 때론 누군가를 사랑할수록 기대가 커져 아쉬운 마음에 해(害)가 될 수도 있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또다시 무해(無害)로 사랑을 덮는다.

 

 

couple-4565426_640.jpg

 

 

사랑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걷잡을 수 없도록 솔직해지는 가장 큰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말로 내뱉기도 어려운 큰 감정과 책임이 담긴 말. 살아가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진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 일 것이다. 쉬운 감정이 아니니까.


우리는 사랑 덕분에 웃고, 사랑 때문에 울고, 사랑이 있기에 버틴다. 그렇게 마음에는 다시 사랑이 움튼다.

 

 

2024. 01. 07 (한가득 눈 오는 겨울 새벽 00:20)

 

- 사랑으로 가득 찬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황수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