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뜨개 이야기 [사람]

글 입력 2024.01.0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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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었으니 누군가의 작품이 아닌,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그러므로 오늘은 나의 취미인 뜨개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입김이 폴폴 나고 눈이 소복하게 내리는 겨울이 되면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뜨개실을 왕창 사는 것. 아크릴 실부터 면, 울, 믹스, 수세미 실 등등 눈에 띄는 실을 모조리 골라 가방에 한가득 담고 나면, 나의 겨울나기가 시작된다.


한겨울에 라틴 바구니에 귤을 한가득 담고 담요를 둘러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은 낙이 된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바닥에 뜨개실을 담은 가방을 두고 소파에 앉아 뜨개질하며 영화를 보는 것도 즐겁다. 그렇게 뜨개실이 도로록 풀려 올라오는 소리를 들으며 가족과 친구들의 선물을 뜨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뜨개질에는 대바늘, 코바늘, 아프간뜨기와 같은 손뜨개와 기계뜨개가 있다. 나는 주로 대바늘과 코바늘을 사용하는 뜨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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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바늘(knitting)은 뜨개질을 생각했을 때 가장 익숙한 모양의 바늘로, 젓가락처럼 생긴 두 나무 막대기의 끝부분이 긴 줄로 이어진 형태이다. 주로 목도리를 뜰 때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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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늘(crochet)은 대개 금속재질의 갈고리 모양으로, 하나의 코바늘을 이용해 편물을 뜬다. 코바늘뜨기는 섬세한 모양을 뜰 수 있어 주로 레이스나 수세미, 티코스터, 키링 등을 뜰 때 사용한다.


2023년에는 주로 코바늘을 이용해 수세미와 인형 같은 것을 뜨곤 했다. 나도 아직 유튜브를 보며 한 단씩, 한 코씩 따라 뜨며 겨우 완성하는 단계이긴 하다. 하다 보니 팁도 생기고 속도도 붙었지만, 여전히 영상 없이 도안만 보고 뜨개질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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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취미에 있어 숙련도보단 즐기는 마음이 중시되듯 서투른 결과물이더라도 내게는 애정 가득한 아이들이나 다름없다.

 

근 몇 년간 취미로 뜨개질을 하면서 공통으로 발견한 것이 있다. 무엇을 떠도 이것만큼은 빼먹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 것들. 아래 세 가지는 일정한 모양의 편물을 짜기 위해 지켜야 하는 중요한 것들이다.

 

1. 첫 코 기억하기

2. 코 빠트리지 않기

3. 힘 조절하기

 

첫 코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한 단 한 단 떠올릴 때마다 첫 코로 돌아가 마무리 짓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 마커링을 이용해 첫 코를 표시한다. 그렇게 뜨개질하다 보면 코를 구분하지 못하고 한 코를 빠트리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코를 빠트릴 경우 모양이 삐뚤어지거나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뜨개질에 익숙하지 않으면 힘을 일정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예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코가 축 늘어져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너무 과한 힘을 사용하면 코가 조여 다음 단을 위한 적당한 구멍을 찾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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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을 하다 보면 한 단 한 단이 매해 같고, 한 코 한 코가 나의 하루 같다.


사람마다 체감 속도가 다른 것처럼 누군가는 지난 한 해가 굉장히 더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누군가는 그 한 단을 빠르게 지나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다 몇 코를 잃어버렸던 게 생각나 후회하는 이도 있을 테다.


좌절하지 말자. 몇 코를 빠트린 편물은 반듯하진 않겠지만 나름대로 개성 있는 작품이 된다. 삐뚤고 서툴러도 우리가 애정을 담아 만들어가는 편물이니,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첫 코를 잊지 않는 것.

 

그래야 다음 단을 올릴 수 있으니까. 한 해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선 첫 기둥을 잘 세우고 첫 마음가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힘이 들어간 채는 아니어야 할 것이다. 과한 목표는 그다음을 힘들게 할 뿐이다.


1월 1일. 오늘부터 올해 한 단을 위한 첫 코가 세워진다.

 

2024년의 내가 떠 올릴 1년을 기대하며 새해를 시작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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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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