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역사가 스포일러, 스포일러가 과몰입을 유발한 이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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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는 결말이 해당 작품의 여운과 평가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이런 결말이기에 관객들과 시청자들은 스포일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023년 하반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두 영화 <서울의 봄>과 <노량>.
이 둘엔 재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점이다.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활용해 결말이 예정되어 있는 두 작품, 이 작품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흥미롭다. 과연 무엇이 강렬한 스포일러를 제치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두 영화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런 장르는 국민 다수가 인지하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팩트(Fact)’에 감독의 상상과 연출을 더한 ‘팩츄얼 드라마(Factual Drama)’라고 불린다.
두 작품을 모두 감상한 필자는 엄청난 수의 관객들을 사로잡은 이유 중 하나로 ‘팩츄얼 드라마’를 뽑는다.
<서울의 봄>은 전두환을, <노량>은 이순신 장군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 두 인물을 모두 국민들에게 악이든 선이든 간 익숙하다.
생애, 역사적 사건 등 해당 인물들의 배경을 관객들이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다른 창작 영화들보다 인물과 그들을 둘러싼 사건에 몰입하기 용이하다. 때문에 영화의 플롯보단 인물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 게다가 실제의 사건에 연출적 허구를 더함으로 사건은 완전히 영화화되고,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익숙한 사건 속, 인물의 감정에 집중해 서사를 쌓는 것, 이것이 두 작품이 단지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두 작품은 사회적 평가에 좌우해 인물을 그려내기보단, 정말 ‘인간’으로서의 두려움, 목표, 슬픔, 혼돈, 열망 등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서울의 봄>은 쿠데타를 앞둔 전두광이 진짜 무엇을 동경했는지, 그리고 그에 맞서는 이태신이 어떤 마음으로 싸움에 임했는가를 그려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 다양한 직위를 가진 개개인의 딜레마, 결정 등에 초점을 맞췄다.
<노량>은 이순신 장군이 진정 끝까지 싸우려는 이유가 무엇이었고, 수많은 사람을 잃었던 전쟁에 대한 숨겨 왔던 두려움을 그려내는가 하면 그를 따랐던 명나라와 준사, 그리고 장군들의 감정선 등을 보여준다.
이렇듯 두 작품은 이미 끝이 나버린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건 안 인물들을 입체적 ‘인간’으로 그려내어 몰입도를 높인다.
‘역사’이기에 이미 모두가 과정과 결말까지 알고 있는 익숙한 내용이지만, 이 안의 인물들을 마주할 기회는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인물이지만 단면적이었기 때문에 인물들을 입체로 그려낸 ‘팩츄얼 드라마’는 공감과 몰입을 유발하기 쉽다.
영화가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이 결국 관객의 마음을 열었고, 관객들은 영화에 완전히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로 하여금 관객들은 역사에 몰입하고 관심을 갖는다. 역사를 통해 여러 생각과 감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두 작품이 역사를 다룸으로 형성하는 또 다른 가치일 것이다.
이러한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다고 극장에서 ‘역사’를 성공의 수단으로만 활용하려 하기보단, 소재를 적절히 활용해 관객들에게 결핍, 몰입, 공감, 존경, 분노 등의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들이 앞으로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2023년의 마무리를 이런 영화들이 장식하게 되며 역사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늘어났다. 이런 문화의 선한 영향력이 2024년에는 더욱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김유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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