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피어싱, 귀에 새기는 소박한 일탈

글 입력 2023.12.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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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피어싱을 세 군데나 뚫었다. 사춘기 무렵 귀걸이가 너무 하고 싶어 엄마 손을 잡고 14K 금은방 가게에 가 귓볼을 뚫은 게 십여 년 전인데 연골 피어싱이라니.

누군가에겐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이 행동이 내겐 큰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다.


티브이에 보면 가수, 연기자들은 한 두 개씩 꼭 귓바퀴, 이너컨츠, 아웃컨츠 등 피어싱을 하고 있다. 한때 ‘신민아존’이 큰 인기였다.

 

귓바퀴에 한, 두 개 심플한 피어싱 만으로 장식한 귀로 예쁨이 배가 되어 보인다고 하여 여자들 사이에서 붐이었던 시절.

 

허나 그때는 생각도 못했다. 특히 연골은 꿈도 못꿨던 부위였으니. 허나 한번 사는 인생 ‘내가 살아온 날들보다 아플까 한번 해보자’. 나름의 용기와 다짐을 품고 씩씩하게 피어싱 숍에 패기 있게 갔다.


처음 뚫을 때는 무서워서 지인 A가 따끔할 때마다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처음이 무섭지, 뚫으니

아무것도 아니네


 

나는 뭐든 처음 할 때 긴장하는 편이다. 겁 많고 엄살이 많다. 하고 나서 아무렇지 않은데…허나 후에는 취미 생활하듯 좋아하게 된다.

바리스타 자격증, 핸드드립 커피, 요리 등 손으로 하는 활동들이 그랬다. 언제 뚫어요?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귀 연골을 관통해 이미 피어싱이 끼워졌다.


이십 초는 얼얼한 표정을 지었다. 메디컬 피어싱 숍에서 철저한 위생을 지켜 써지컬 피어싱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고 엄살꾼이라 덧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사로잡혔다. 약국에 들러 갖가지 염증 약을 먹고 한쪽으로 잠을 자는 습관을 들였다. 그러나 첫 피어싱의 무서움은 삼 일 만에 잊혔다.

 

 

 

스트레스 해소

채우고 싶은 욕구, 작은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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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하고 나니 두 번 세 번은 쉬웠다.

 

이게 바로 피어싱 중독이란다. 한 달 만에 세 개 정도 밖에 안 뚫었는데…중독이라는 말을 듣다니 피식 웃음이 났다.

 

가수 태연은 걸그룹 시절 유독 많은 피어싱을 했다. 스트레스 받는 날이면 피어싱을 하곤 했다곤 한다. 실제로 아주 적은 확률이지만 피어싱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피어싱 자체가 몸에 구멍을 내는 행위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난 뚫는 그 순간의 쾌락보다는, 누가 아픈 걸 좋아하겠는가. 아직도 피어싱을 뚫는다고 결심하고 숍에가면 가슴이 콩닥콩닥 조마조마하다.

 

뚫는 순간보다는 어떤 피어싱을 할까? 고를 수 있는 즐거움, 꾸밀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둔다.

 

얼마 전에는 피어싱 관련 커뮤니티 카페를 가입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걸음마 단계 신생아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묘한 경쟁심리도 생겼다. 아직 세 개밖에 뚫지 않은 신생아 단계지만 나도 멋들어지게 조금씩 채워지겠지라는 기대감과 함께. 부위도 다양하고 액세서리도 각양각색인 피어싱을 표현의 자유라 생각한다.

 

최근에는 셀피, 셀프 피어싱을 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나는 무서워서 못하지만.

 

한편으론 내 피부에게 감사하고 있다. 연골이 두꺼운 편이라 염증이 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염증은커녕 약도 삼일 정도 먹고 일상생활에도 무리가 없다.

 

좀 더 일찍 알았다면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뚫었을 텐데…라는 아쉬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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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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