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야기로 그려온 한 세기에 의한, 그리고 다시 그려갈 또 한 세기를 위한 - 워너브라더스 100주년 특별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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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전시 1관에서, ‘워너브라더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특별전이 진행된다.
이달 중순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전시장에 방문했다. 서울에 한파 경보가 내린 아주 추운 날이었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족, 연인, 친구 등 다양한 단위의 관람객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워너브라더스의 10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히 제작한 프리미엄 굿즈를 얻을 수 있는 럭키드로우 찬스가 제공된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상품을 뽑기 위해 줄을 선 모든 관람객들의 얼굴에 기분 좋은 설렘이 비쳤다. 럭키드로우는 입장 전 티켓 발급처 옆에 마련된 기획 부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워너브라더스 100주년 특별전은 전 세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수많은 영화들을 선보인 워너브라더스가 한 편의 영화를 탄생시키기까지 그 창조적인 과정을 소개하는 특별 공간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하였다.
“수많은 이야기로 한 세기를 풍미한 스토리텔러, 워너브라더스”
본격적인 관람을 위해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어두운 벽면에 워너브라더스의 심볼이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꼬박 한 세기를 수많은 이야기로 채워온 스튜디오이니 만큼, 굳이 대단한 영화광이나 애니메이션광이 아니더라도 워너브라더스의 로고는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영화의 오프닝을 알리는 스튜디오 로고가 전시의 맨 처음에 등장하니, 전시장 입구가 마치 워너브라더스가 탄생시킨 영화 속의 세상으로 입장하는 문처럼 느껴졌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그저 회사의 심볼만으로도 세대, 성별, 국적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콘텐츠와 얽힌 각자의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징의 힘을 보며, 100년이라는 방대한 역사가 주는 위용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두운 입구를 지나쳐 밝은 내부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워너브라더스의 지난 100년간의 여정을 요약한 시네마 존과 연대기, 그리고 스튜디오의 상징인 ‘워터타워’를 볼 수 있다.
워너브라더스는 워너 가의 형제들인 해리, 앨버트, 샘, 잭이 1923년에 설립한 스튜디오로, 올해로 딱 100주년을 맞이했다.
워너브라더스의 역사는 세계 영화의 역사에도 큰 족적을 남기며 시작된다. 이들은 1927년 영화 역사상 최초의 장편 유성영화인 ‘재즈 싱어’를 세상에 공개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영화 제작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 게임과 음악, 상품까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워너브라더스는, ‘루니 툰’ , ‘DC 코믹스’ 등의 애니메이션과 전 세계 판타지 신드롬을 일으킨 ‘해리포터’의 실사 영화 시리즈, 그리고 미국의 전설적인 시트콤 ‘프렌즈’까지, 장르를 불문한 수많은 명작들을 탄생시키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워터타워’는 1927년 소방시설로 건설되어 현재 워너브라더스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물이 되었다. 380,000리터의 소방수를 보관할 수 있는 41m 높이의 크기로 스튜디오 내 화재 시, 비상 급수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소방 시설로는 사용되지 않지만 워너브라더스 영화 오프닝에 로고와 함께 등장하기도 하며, 지난 100년 동안 로고의 변천사와 함께 워너브라더스의 또 다른 심볼이 된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다. 최근 10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로고가 워터타워에 도색 되었다.
시네마 존에서 벗어나면 한 편의 영화 대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경험할 수 있는 ‘작가의 방’이 나온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매트릭스’, ‘월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의 대형 대본을 특수 효과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 한 방을 빼곡히 채운 대본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마치 작가의 창작의 고통이 전해지는 듯하다.
다음으로는 워너브라더스의 작품을 빛낸 미술부의 작업물을 구현한 의상, 소품, 특수효과 등을 관람하게 된다.
미술부는 세트, 의상, 소품, 시각 효과 등의 시각적인 형태를 구현하는 디지털 렌더링, 스케치, 컨셉 아트 및 스케치보드를 제작하는 작업을 포함하여 각본으로 쓰인 단어를 시각적 도구로 바꾸는 모든 작업을 담당한다.
우리가 워너브라더스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모든 이미지는 전부 미술부의 작업물인 셈이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다양한 분야 간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낯익은 소품들과,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워너브라더스가 탄생시킨 명작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 공간이었다.
‘해리포터’의 9와 4분의3 승강장과 마법모자, ‘프렌즈’의 소파 등을 구현한 포토존이 함께 마련되어 있다.
삐에로 입으로 만들어진 입구로 들어서면 영화 ‘그것’에 등장하는 빨간 풍선을 든 삐에로 인형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컴컴한 내부에 빨간 조명으로 반짝이는 마네킹이 생각보다 훨씬 실감 나서 무섭게 느껴진다. (굳이 함께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녹색 코드가 비 내리듯 쏟아지는 장면은 영화 ‘매트릭스’의 오프닝 시퀀스로 등장한다. 컴퓨터 그래픽에 의한 특수 효과를 통해 만들어진 이 장면은 가상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 공간을 통으로 활용하여 ‘매트릭스 코드’를 미디어 아트로 구현했다.
관람객들은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 영화,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을 맡은 ‘웡카’의 미디어 아트를 최초로 만나볼 수도 있다.
마지막 테마인 ‘애니메이션’ 섹션에는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루니 툰즈’, ‘톰과 제리’, ‘DC 코믹스’ 등의 캐릭터를 활용한 전시와 포토존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그리고 이번 100주년 기념전은 그동안 사랑받아온 서로 다른 애니메이션들을 결합한 매시-업 캐릭터들을 특별하게 선보인다.
워너브라더스 애니메이션은 오늘날 가장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극장용 단편 만화 영화와 스튜디오의 음악을 위한 마케팅 도구로써 활용될 만화를 제작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 1000편에 달하는 애니메이션과 단편을 탄생시켰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애니메이션들에 둘러싸여 있자면, 그 순간만큼은 동심이 가득했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톰과 제리’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마지막으로 전시는 끝이 난다.
이어지는 굿즈숍에서는 엽서와 포스터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념품을 비롯해, 오직 전시장에서만 판매하는 한정 기획 상품 역시 만나볼 수 있다.
특정 세대를 겨냥하지 않고 다양한 연령층을 포용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00년 동안 사랑받아온, 그리고 여전히 공고한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는 스튜디오로서, ‘워너브라더스’의 가치와 의미를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워너브라더스의 작품을 보고 자란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이곳을 찾은, 한창 무한한 상상력을 품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엿보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지난 100년 동안, 그리고 앞으로 해나갈, 세상 모든 이야기에 찬사를”
전시를 보고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가장 가슴에 남은 건 ‘세상의 모든 이야기에 찬사’를 보낸다는 이번 전시의 슬로건이다.
우리는 이야기와 함께 자라고,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쓰며 살아간다.
100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탄생시키며 우리들 각자의 어느 시점에 발자취를 남겼을 워너브라더스가 보내는 찬사는, 결국 삶이라는 여정 속에 자신들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써 내려갈 우리들에게까지 닿게 되는 게 아닐까.
이야기의 힘은 무엇일까? 누구보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그 본질이 무엇인지 답을 찾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다만 그 본질이 물리적인 세계에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물리적인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또 때로는 낡아지기도 하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시대가 변해도 계속 살아남아 누군가의 가슴에 울림을 준다.
쉬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온 스튜디오의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찾아온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을 보며, 우리 모두는 이야기를 통해 연결된다는걸, 그래서 이야기의 힘은 사람과 삶이 있는 한 영원할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됐다.
[김소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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