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드라마를 쓴다는 것 ①

6개월간의 드라마 기초반을 수료하고
글 입력 2023.12.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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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쓰기로 결심하다


 

12월,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6개월간의 방송아카데미 드라마 작가 기초반을 수료했다.


지금 생각해도 무모한 결정이었다. 6개월간 매주 토요일 3시간씩 수업, 집에서 왕복 2시간 거리인 데다 자잘한 과제들과 마지막에는 합평을 위한 단막 1편 완성까지. 강요는 아니라지만 비싼 수강료를 내는 마당에 누가 완성하고 싶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기에 더 망설임 없이 결정했던 것 같다. 회사로부터 극심한 시달림을 받던 봄과 여름, 몇 개 없는 취미활동마저 의욕을 잃었던 시기. 나는 오히려 더욱 밖으로 나돌며 힐링을 찾았고, 그러다 보니 힘든 만큼 오히려 정말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그럼에도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토요일이 묶여버린다는 우려와(때로는 주말 근무가 있는 직무였기에 더욱 그랬다), 결코 적지 않은 수강료는 마감 며칠 전까지 고민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요일마다 참석하던 워크숍에서 우연찮게 타로를 보게 되었다.


사실 난 사주와 타로를 즐기지만 믿지는 않는다. 그날도 그랬다. 멤버 한 분이 타로 카드를 가져오셨고, 질문을 한 가지씩 받아주셔서 나 또한 질문했을 뿐이었다. “제가 계속 고민하는 일이 있는데, 이걸 할까요 말까요?”라는 다소 모호한 질문을.


그러자 다른 사람과 달리, 나는 카드를 단 한 장만 뽑으라고 하셨다.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Yes or No이기 때문에 한 장이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는데, 겨우 한 장이라는 사실에 괜히 긴장했던 것 같다. 카드를 뽑은 후, 대답은 1초 만에 들려왔다. “당장 하시면 좋겠네요.”라고.


참 웃기지만, 그 한마디에 용기를 얻었다. 사실 그 대답을 듣지 않아도 어차피 난 저질렀을 테지만, 운명도 나를 돕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래, 까짓것 하고 싶을 때, 그리고 할 수 있을 때 해야지. 그날 저녁, 집에 돌아가자마자 수강료를 결제했다. 3개월 할부, 카드값의 노예가 되어도 왠지 뿌듯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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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이야기는 아카데미 마지막 수업 날, 우스갯소리로 말했는데 선생님께서 하신 말이 참 재밌었다. 세상 이성적일 것 같은 사람이 이런 일로 결정했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무엇을 쓰고 싶은가



7월, 무더운 여름날 수업은 시작되었고, 나는 이제 꼼짝없이 단막 1편을 써내야 했다.


첫 2~3주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던 것 같다. 한 달 정도 지나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무렵, 주변 친구들로부터, 그리고 수업 동기 몇몇과 스터디를 시작하며 동기들로부터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으세요?”라고.


부끄럽지만, 그때는 적합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완벽한 대답을 한다는 건 아니다. 나의 경험과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해지기에 쓰고 싶은 이야기도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나는 왜 드라마를 쓰고 싶은가’였다.


내가 겪지 못하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소설에 푹 빠졌던 학창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을 시작으로, 대학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취미로 소설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읽는 것을 넘어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모여 갈등하고 화합하며, 마침내 성장하는 이야기를.


쓰면 쓸수록 욕심이 생겼다. 내가 만든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싶다는. 더불어 TV라는 가장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요즘은 OTT가 대세이지만,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주었으면 싶었다.


‘왜’ 쓰고 싶은지를 알았으니, ‘무엇을’ 쓸지를 정해야 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첫 작품부터 욕심내고 싶지는 않았다. 처음이니 배운 대로 드라마 대본의 형식을 지키며, 플롯과 캐릭터 설정을 연습할 수 있는 가벼운 소재,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의 ‘경험담’만큼 좋은 건 없을 것이다.


그렇게 첫 번째 소재는 가장 기억이 생생한 최근 일, 취업 후 실습을 나갔던 한 달간의 일로 삼았다. 물론 단순한 경험담은 재미가 없으니, 한껏 과장을 섞어 각종 새로운 캐릭터와 사건을 넣었다. 이후 스터디와 합평을 거쳐 수십 번 고쳐 쓴, 어쩌면 아직도 고쳐야 할 첫 번째 작품의 시작이었다.


 

- 2편에서 계속.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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