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평범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 어른 김장하 [영화]
-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된다. 다 자란 사람,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사전에 표기된 어른의 뜻은 이와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선 보통 만 19세 이상이 된 사람을 어른이라 칭한다.
사전적 정의를 보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이 의문이 들 것이다. ‘나는 어른인가?’ 20살이 넘었지만 난 내 일에 책임을 완전히 질 수 있나? 다 자랐나?
어른의 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있다. 바로 <어른 김장하>이다.
김장하 선생은 19살 최연소로 한약사 자격증을 따 남성당한약방을 약 50년간 운영해 왔다. 반세기의 세월 동안 한약방을 운영해 번 돈으로 그는 끊임없이 ‘키다리 아저씨’ 노릇을 해왔다.
고등학교를 설립해 국가에 헌납할 뿐 아니라 사회, 문화, 언론, 역사, 인권, 교육 등 다방면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게다가 1,0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더 나은 환경에서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학사는 물론 석사까지도 아낌없이 지원했다고 한다)
20대부터 꾸준히 기부해 왔던 그는 자신이 번 돈은 아프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돈이기에 사회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 이렇게 많은 선행을 했음에도 단 한 번의 인터뷰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자신이 해온 일에 대한 질문엔 침묵으로 답한다.
엄청난 액수의 돈을 후원해 왔으나 그에겐 승용차 한 대가 없다. 옷조차 다 낡아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장학금을 주는 학생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주목받는 것보단 구석 자리를 택하는 사람. 늘 검소하고, 자신을 낮추며 정치와 언론엔 거리를 두는 어른.
<어른 김장하>는 키다리 아저씨에서 이젠 키다리 할아버지가 된 김장하 선생과 그를 취재하는 기자를 담으며 진짜 어른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한다. 각자 다 자랐다는 기준도 자신이 해야 할 일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인지 김장하 선생을 담아낸 다큐의 이름에 붙은 ‘어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그는 늘 한결같다. 부끄럼 없이 살아가려 애쓰고, 주변을 돌보고 베푼다. 그럼에도 본인에겐 검소하고, 늘 자신의 한약방을 지켜왔다. 어른으로서 자신의 일을 한결같이 해내고 지키기에 그의 삶이 진짜 ‘어른’으로 보이는 이유는 아닐까?
<어른 김장하>의 호흡은 잔잔하고 평화롭다. 다큐의 주인공만 돋보이지도 않고 평범한 지역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리고 50년가량 운영해 온 남성당한약방이 폐업하고, 김장하 선생이 은퇴하는 장면에서 마침내 다큐의 감정은 폭발한다. 한 자리에 오랜 세월 지켰고, 늘 반복되었던 인생에 ‘휴식’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마주한 어른.
지역과 주민들에게 ‘키다리 아저씨’ 노릇을 해오며 한없이 크게 느껴졌던 한 어른, 그가 낳은 또 다른 어른들.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멀었던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다큐 <어른 김장하>
영상의 마지막엔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말에 김장하 선생이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기에 이 세상이 유지된다.”
각자의 일을 해내고, 자리를 지키는 어른. 그리고 이런 어른들이 만들고 지켜내는 세상. 그 세상에서 나오는 또 다른 어른들. 이런 순환이 <어른 김장하>가 말하는 어른의 맥락이 아닐까? 탈도 말도 많은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세상을 지탱하는 ‘어른’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김유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