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한테 왜 그래 [패션]

글 입력 2023.12.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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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유지하고, 성장할 때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아마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브랜드 이미지 일 것이다. 브랜드들은 자사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고, 해당 브랜드만의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하지만 자사의 의지대로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고,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망가진 브랜드들이 있다. 오늘은 이런 브랜드들에 관해 얘기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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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브랜드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가?

 

요새 흔하게 인터넷 상에서 퍼지고 있는 사진 중 하나이다. 일명 ‘일진 패션’이라 불리며 길거리에서 한 번 쯤 봤을 법한 행색들의 옷차림들이 SNS상에서 하나의 밈으로 퍼지고 있다. 흔히들 일진이라 불리는 불량 청소년들의 패션이 획일화되고, 이들이 자주 착용하는 브랜드들은 ‘일진 브랜드’라 불리며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동시에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를 저하하게 하는 요인이 되어 브랜드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품 브랜드도 이를 피해 갈 순 없었다.

 

고급스러운 그들의 브랜드 이미지는 추락하고, 동네 건달들이 착용할 것 같은 브랜드 이미지가 된 명품 브랜드들이 있다. 첫 번째는 바로 ‘버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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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버버리가 그런 이미지인가?”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버버리는 이러한 이유로 매출이 급감하여 브랜드 존립 자체가 위험했던 경험이 있는 브랜드이다. 과거 영국의 비행 청소년, 건달을 일컫는 ‘차브족’이 많이 착용했던 브랜드가 바로 버버리이다. 이들을 묘사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버버리의 체크 패턴이 들어간 볼캡 모자이다. 버버리 모자를 쓴 채 여러 만행들을 벌이는 차브족들로 인하여 버버리는 큰 위기를 맞은 경험이 있다.

 

‘구찌’와 ‘톰브라운’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구찌는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하고 그동안 구찌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화려한 디자인으로 한동안 큰 성장을 이루었는데 이 중 한가지 오류가 있었다. 미켈레는 스네이크와 호랑이 등 동물 문양을 지갑이나 클러치 백에 크게 넣은 디자인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 아이템들이 과시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선택 받은 것이다. 그렇게 구찌 클러치백은 양아치들의 전용 클러치백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톰브라운은 슬림한 핏의 정장 스타일을 고수하는 브랜드이다. 따라서 옷을 입는 방법이나 알맞은 핏까지 안내할 만큼 본인들의 스타일에 자부심이 있고, 이를 지키고자 하는 브랜드이다. 하지만 2016년도 한 핸드폰 판매업자가 톰브라운의 가디건을 입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무례하게 강매하고자 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압로드 되었다. 이는 뉴스에까지 방송되며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지게 되었는데, 이 판매업자가 입고 있던 톰브라운 브랜드에까지 타격이 간 것이다. 이와 더불어 톰브라운이 지향하던 슬림한 핏의 옷차림과는 사뭇 다른 불량배들의 톰브라운 패션이 인터넷에 밈처럼 떠돌며 브랜드 이미지는 실추될 수 밖에 없었다.

 

명품 브랜드 외에도 고가 브랜드 중에서도 이로 인해 이미지가 실추된 브랜드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스톤 아일랜드이다. 특유의 와펜 디자인으로 유명한 스톤 아일랜드는 본래 섬유를 개발하고 최첨단 섬유를 통해 옷을 만드는 데에 주력하는 브랜드이다. 다양하고 실험적인 소재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브랜드의 정체성이지만, 비행 청소년들이 주로 와펜이 달린 맨투맨을 착용하고 SNS에 사진이나 영상을 업로드하며 일진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들은 값비싼 최첨단 섬유 의류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맨투맨을 주로 착용한다. 이들의 목적은 스톤 아일랜드 로고가 박힌 와펜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고가 브랜드인 무스너클, 스포츠 브랜드인 데상트와 스파이더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이러한 요인으로 이미지가 실추 되고 있는 상황이다.

 

간혹 누가 입던 어쨌든 유행이면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점은 따로 있다. 경제력이 부족한 비행 청소년과 20대 초반에서 주로 유행하기 때문에 가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고, 중고품으로 사고파는 경우도 많다. 중고품으로 사고파는 경우 값 싼 가격에 거래가 되기 때문에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또한 다른 소비자들은 이러한 요인으로 구매를 망설이게 되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금전적으로도 꽤나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또한 이들은 의류보다도 모자와 악세사리 등 의류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브랜드를 과시할 수 있고 자주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주로 구매하기 때문에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로 위 비행 청소년과 양아치들은 특히나 위 브랜드들을 선호하는 것일까? 해당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바로 로고 플레이가 두드러지는 디자인이 출시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위 브랜드를 입는 목적은 자신이 값비싼 브랜드의 옷을 입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과시욕이다. 위 브랜드들은 이미 사람들의 인식 속에 로고를 보면 해당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다. 특유의 디자인만으로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는 만큼 정체성이 확립되었다는 것은 패션 브랜드로서 정말 좋은 일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점은 이들의 수요에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들에게 로고가 잘 드러나지 않고, 로고 외에 소재나 기타 디테일적인 요소들은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이 브랜드들은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버버리는 과거 차브족으로 인해 브랜드의 생존 여부까지 좌우할 만큼 큰 위기에 봉착했지만, 이 위기로부터 브랜드를 살린 브랜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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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과감하게 버버리의 시그니처인 체크무늬를 빼버리는 것이었다. 그들로 하여금 더 이상 버버리를 구매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로고 플레이를 줄이고 고급스러운 디자인들을 선보여 차브족에게 벗어나고 버버리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화하였다. 이로써 버버리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명품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지킬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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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톰브라운도 이러한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 셀럽과 연예인들을 활용하여 브랜드 정체성에 맞는 코디들을 미디어에 노출함으로써 본래 그들이 지향했던 브랜드 이미지로 다시 회복 중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고 매출까지 좌우하는 위기이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인식되건 대중에게 브랜드가 기억되고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렇다면 해당 제품군을 살 때 그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이미지를 전환할 수 있는 기점을 마련한다면 더 큰 기회가 올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실제로 보여줬던 버버리처럼 말이다.

 

제품을 입고 착용하는 사용자로 인해 브랜드의 이미지가 형성된다니 참 흥미로운 일이다. 예컨대 다른 제품군에서는 흔히 작용하지 않는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패션계에서는 너무나도 흔한 일이다.

 

소위 일진 브랜드라 불리며 브랜드의 정체성이 묵살되고 이미지가 실추되는 브랜드들이 얼른 기회를 잡아 다시 이미지가 회복되고 그들의 정체성을 더욱 확립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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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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