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유와 사랑에 대하여 - 이런 밤, 들 가운데서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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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내가 안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몰랐던 것임을 깨달을 때가 있다. 무지했던 것은 누군가가 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보고 듣지 않아서였음을, 진짜 ‘앎’은 먼발치에서 던지는 가벼운 시선이 아니라 대상을 마주하고 온몸으로 껴안는 일이라는 것을.
연극 ‘이런 밤, 들 가운데서’는 참사를 지나는 우리들의 마음과 자유와 사랑에 대해 시사한다.
배우들은 자유와 사랑을 앵무새 ‘사랑이’, 뻐꾸기 ‘자유’로 형상화해 발화한다. 뉴스 속보를 통해 ‘사랑이’와 ‘자유’의 동물원 탈출 소식이 전해지고, 이를 둘러싼 배우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극의 무대 장치는 조금 독특하다.
좁고 둥근 원형 무대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배우와 관객들이 둘러앉는다. 배우는 발언하기 위해 중앙 무대로 올라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곳을 둘러싼 나머지 배우들과 관객들은 무대 중앙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그대로 직시한다. 이 곳을 찾은 우리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온전히 감각한다.
동물원에서 탈출한 뻐꾸기 ‘자유’와 앵무새 ‘사랑이’는 결국 죽은 채 발견되었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탈출했으며 어디로 날아가려 했을까. 이 지점에서 연극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자유와 사랑이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극은 질문과 동시에 빈칸을 제시하고 옆으로 비켜선다. 물음표를 안은 우리는 사유를 멈추지 않는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배우들이 희망찬 노래와 함께 춤을 추었던 장면이다.
자유와 사랑의 온전한 만남과 뒤섞임을 표현하던 배우들은 극장을 원형으로 돌며 춤을 춘다. 서로를 마주하며 춤을 추는 배우들의 표정은 환희에 차 있다. 이들을 밝히는 조명의 따스함과 화려함은 마치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낙원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의 몸짓에서 피어난 곳은 자유와 사랑이 고스란히 번져 있는 낙원이 되었다.
2014년 4월 16일, 그리고 2022년 10월 29일.
듣기만 해도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는 날들. 배우들은 참사가 일어난 날짜를 언급하며 시를 읊기도 하고, 공연 중간에 노래와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그 날일을 한 번 더 상기시키는 그들의 몸짓과 음성은 참혹함을 넘어서 애틋함을 아우른다.
여기서 나는 또 한 번 진짜 '앎'에 대해 감각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사랑’을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작은 것으로부터 피어난다. 누군가를 바라보고 끝없이 안부를 묻는 일. 내가 당신이 거기에 있음을 인지하고, 내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당신이 아는 일.
이 연극이 내게 그랬다. 내게 “당신은 안녕하냐”며 안부를 물었다. 담담하지만 단단하게 발설되던 사랑의 의미가 울리던 날이었다.[최유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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