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수다의 힘 [드라마/예능]

'핑계고'와 '나영석의 나불나불'로 보는 인간과 수다
글 입력 2023.11.26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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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즐겁게 보는 유튜브 콘텐츠가 있다. 국민MC 유재석의 ‘핑계고’와 나영석PD의 ‘나영석의 나불나불’이다. 방송계에서 영향력 있는 MC와 PD가 각각 수다를 떠는 이 콘텐츠는 언뜻 보면 평범하다. 그럼에도 이런 프로그램들이 숏폼 전성기인 이 시기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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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과 나영석은 이름만 들어도 대부분의 사람이 알 법한 인물들이다. 방송계에서 MC, PD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오랜 시간 시청자들에게 방송인으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유튜브 속에선 ‘인간’ 유재석, 나영석의 모습이 돋보인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기에 두 프로그램은 TV만큼의 규제가 없다. 게다가 전용 스튜디오나 대본도 존재하지도 않는다. 몇 대 없는 카메라는 진행자가 일과 긴장감을 어느 정도 내려둘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 TV토크쇼에 비해 정말 자유로운 그림으로 방송인이 편안히 수다를 떨 수 있는 배경을 마련한다.


대본이 없기에 어떤 주제나 설정이 없어 수다는 다양한 방향으로 흐른다. 고민, 취미, 근황, 취향, 인생 등 주제가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방송을 제작하고 진행해 온 방송인이기에 기본적으로 대화에 기술이 있다. 충분히 경청하면서도 센스 있는 농담을 던지며 편안한 수다를 이끈다.


게다가 게스트로 함께 수다를 떠는 사람 역시 TV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이미 익숙한 존재들이다. 이들의 대화는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와 별다르지 않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멀지만 익숙한 스타들이 편안한 배경에서 수다를 떠는 것, 시청자에겐 이 자체가 익숙하지만 새로운 콘텐츠가 된다.


이렇게 두 프로그램은 ‘사람’끼리의 수다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남의 수다를 즐겁게 보는 것일까?

 

우리에겐 '수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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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수다(chatting)을 한다. 그러나 요즘 우리에게 익숙한 수다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기기를 통해 대화하는 채팅에 가깝다. 효율과 편리를 추구하는 시대에 채팅은 빠르게 우리의 대화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얼굴을 마주하는 수다와 기기를 통한 채팅이 완전히 같을 순 없다.


각자가 우선이고 효율을 사랑하는 이 시대에 수다는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수다로 상처를 받거나 불쾌한 감정만 남는 경우도 많다. 정말 수다는 쓸모없을까?


시간을 내어 마음이 맞는 누군가를 만나 주제도 목적도 없는 수다를 떠는 것. 이 시간은 자신을 쏟아낼 수 있는 시간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자신을 정돈하는 것이다. 게다가 상대의 표정과 감정을 헤아리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과정은 유대를 형성할 수 있다.


요즘엔 부쩍 혼자를 선호하고, 목적이 분명한 대화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이 맞지 않는 서로가 늘어난 세상이기에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수다의 존재이다.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것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성장을 이루었다. 우리에겐 수다의 욕구가 있고,  편안한 대화를 감상하는 것을 통해 이 욕구를 대리만족 하려는 것은 아닐까?


두 프로그램은 수다가 필요한 인간을 제대로 이해한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의 편안한 수다’이기에 식사, 출퇴근길 등 하루의 어느 때든 편안히 시청할 수 있다. 익숙한 사람들의 편안한 대화로 수다에 대한 갈증을 일부 해소시킨다. 출연자의 유명세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불편함이 없는 ‘수다’에 집중하는 것 또한 두 프로그램이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시간을 내어 마음이 맞는 누군가와 수다를 떨어보는 것은 어떤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가끔은 목적도 의미도 없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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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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