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하루의 소중함 - 매일 그림 날마다 여행

<매일 그림 날마다 여행>을 읽고
글 입력 2023.11.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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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하루하루


 

습관처럼 일기를 쓰던 때가 있다. 공부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나는 일기를 휘갈겨 쓰는 편이다. 고민할 틈을 주지 않아야 가장 솔직한 생각이 묻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온갖 스티커와 문구류 같은 것들로 일기장을 예쁘게 꾸미기보다는, 어릴 때 사두었지만 쓰지 못한 채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노트와 펜으로, 글씨를 마구 휘갈기며 일기를 쓰곤 했다.

 

그렇게 사용하던 문구류 중에 향기나는 볼펜이 유독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싸구려 껌에서 날법한 과일향이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종이 한바닥을 아무렇게나 채우고 난 뒤에 꼭 얼굴을 종이에 파묻는 버릇이 있었다. 숨을 습 들이쉬면 내 글에서 딸기 향인지 포도 향인지 모를 냄새가 폐부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러고나면 그 하루는 꼭 잘 보낸 기분이 들었다. 속상한 일에서도 달콤함이 느껴지니까.

 

 

 

내 하루에서 향기가 나는 것 같아



<매일 그림 날마다 여행> 책을 선물받고도 아직 책상에 올려두지는 못했다.

 

11월, 일력을 새로 꺼내기에는 너무 어중간하다. 그렇다고 그대로 구석에 두기에도 아쉬운 마음에 손가락으로 페이지들을 가볍게 훑으니, 책이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날마다 새로운 문구가 적혀있고, 날마다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는 모습. 일기장을 닮았다. 그것도 하루하루를 각기 다른 향기 펜으로 채워놓은 달콤한 일기장 같다. 그림에서 풀내음이 느껴지는 모네, 햇볕 냄새를 담아낸 클림트, 바다 짠내가 밀려드는 소로야, 밤공기를 담아낸 뭉크까지.

 

사실 그간에는 일기 쓰는 걸 잊고 지내왔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타이핑에 익숙해져 손글씨를 쓰기 귀찮았고, 매일 과제에 시달려서 일기를 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었다. 특별할 것 없는 무색무취 날들이 당연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일상도 향기나게 만들어줬던 일기처럼, 이 일력의 그림들이 앞으로의 내 하루하루에 향기를 담아줬으면. 책을 훑으며 문득 이런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림들이 향기를 간직하고 있기에 내 하루가 더욱 특별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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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쪼갠다는 것


 

연말이 되니 입에 붙은 말이 새로 생겼다.

 

“벌써 10일이라고?” “벌써 15일이라고?” “벌써 월말이라고?”

 

요즘따라 날짜 감각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바쁜 일상에 달력 넘기는 걸 잊어버려서일까. 구태여 날짜를 세는 게 사치같다.

 

가끔은 날짜를 세는 게 얼마나 의미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날짜라는 건 사실 인간이 마음대로 정한 허구의 개념일 뿐인데. 우리에게 주어진 연속적인 시간을 인위적으로 쪼갠 것일 뿐인데.

 

그럼에도 이렇게 날짜를 쪼개고 하루하루의 시작과 끝을 정해놓은 게 묘한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만약에 시간이 측정되지 않는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존재했더라면, 그토록 긴 세월이 두렵고 피로하고 또 단조롭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세계에는 하루하루가 존재하기에 우리는 일정한 주기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정리할 시간이 생긴다. 매일 마주할 시작이 있기에 하루하루가 설레고, 매일 마주할 끝이 있기에 하루하루 용감해진다. 삶을 더욱 미시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순간의 소중함도 느낀다.

   

잠시동안 나의 매일이 지니는 특별함과 소중함을 잊어버렸던 차에, 이 책을 선물받으며 많은 걸 배우게 된다.

 

 

 

에디터 고은샘.jpg

 

 

[고은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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