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머타임, 길어진 하루를 위해 [문화 전반]

하절기에 표준시를 원래 시간부터 한 시간 앞당겨 쓰는 제도
글 입력 2023.11.0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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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주일에 얼마 없는 단비 같은 공강 날이다. 하지만 9시 수업에 길든 나의 생체리듬은 11시 반쯤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으려던 작은 소망을 산산조각 냈다. 아직 시계도 보지 못했지만, 짹짹 들려오는 새소리와, 왠지 모를 공기의 기운, 이 모든 것이 내가 일찍 일어났음을 직감하게 했다. 시계를 보니 8시, 아, 그래도 내가 일어나던 시간보다 한 시간 더 잤다. 그때 문득 오늘부터 서머타임이 시작되니 시계를 잘 맞춰두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뒤늦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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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을 실행하는 나라 [사진 출처]=statista

 

 

서머타임 혹은 일광 절약 시간제는 낮을 길게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하절기에 표준시를 원래 시간부터 한 시간 앞당겨 쓰는 제도이다. 나는 평생 한국에서 자라온지라, 이 제도를 유학 생활 중 몸소 체험하게 됐다. 한 시간이면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정직하게 반응하는 나의 몸이 신기했다. 일주일 정도 평소보다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은 덤. 대체 왜, 한 시간씩 시간을 돌리는 걸까?

 

서머타임의 기원을 찾아보면 참 재미있다. 처음 아이디어를 고안해 낸 건 뉴질랜드의 아마추어 곤충학자였던 조지 버논 허드슨이다. 그는 우체국에서 일하고 있었고, 일을 끝내고 곤충 채집을 하려면 긴 낮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그의 생각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했지만, 서머타임은 독일에서 제1차 세계대전 중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채택된 후 각국에서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서머타임에 대한 시민 인터뷰 [영상 출처]=KBS 9시 뉴스

 

 

사실 한국에서도 서머타임을 도입한 적이 있었다. 1948년부터 실행과 폐지를 반복하다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1987년부터 1년 동안 실시된 것이 마지막이다. 일찍 잤는데, 30분이나 늦게 일어났다, 왠지 적응이 안 돼서 피곤하다는 당시 시민들의 인터뷰를 보니 사람 사는 것 다 똑같지 않나 싶어 웃음이 새어 나온다.

 

서머타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다. 옹호자들은 앞서 말한 대로 건강 증진, 에너지 절약, 저녁 여가 시간 활용 등을 근거로 든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서머타임 실행으로 인한 생체 리듬 파괴와 그로 인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비판한다.

 

서머타임에 적응하기 위해 한 시간의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이 심장마비, 일터에서의 부상, 군발 두통 증가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또한, 에너지 절약 효과가 생각보다 미미하다는 의견도 있다. 여름철 냉방 비용이 서머타임으로 인해 절약되는 전기료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에서도 치열한 공방 끝에 2021년까지 서머타임 제도를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지만, 흐지부지되었다. 1시간 앞당긴 서머 타임을 1년 내내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원래 표준시를 유지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데 의견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각자의 입장이 다르고, 어떤 부분을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최종 선택에 따라 실이 분명히 있겠지만, 한번 채택했다면 장점으로 상쇄한 후, 단점을 보완하는 추가 정책들이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작 한 시간이지만, 시차에 적응하던 시간에 몸도 힘들고, 일의 능률도 떨어져서 반대의견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운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나의 한 시간이 누군가에겐 되찾아 온 한 시간일 지도 모르겠다.

 

 

[원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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