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맥북'으로 글쓰기

허세와 본질의 사이
글 입력 2023.10.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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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글쟁이 삶을 떠올리면 맥북으로 글 쓰는 로망이 있다. 카페에 앉아 맥북으로 글을 쓰면 잘 써질 것 같았다. 나는 백수였기 때문에 그 꿈을 저 멀리 언젠가로 미루고 살았다. 기나긴 백수 기간을 끝내고 두 번째 월급을 받자마자 나는 맥북을 살 계획을 세웠다.

 

어떤 제품

어떻게 살까

언제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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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떤 모델을 살지 고민했다.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가 있다. 솔직히 내가 돌릴 고사양의 프로그램은 넷플릭스가 될 확률이 높아서 에어를 선택했다. 그리고 화면이 큰 걸(15인치) 살지 화면이 작은 걸(13인치) 살지 고민했다. 원래 화면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 하지만, 나는 카페에 들고 다녀야 하므로 가볍고 한 손에 들 수 있는 13인치를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색깔이 남았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스페이스 그레이! 실버의 깔끔함에 살짝 흔들리긴 했지만 약간의 진중함을 가진 스페이스 그레이만의 느낌을 놓칠 수 없었다. (전부 쓸데없는 소리다.)

 

한 줄로 요약하면, Macbook air M2 13인치 스페이스 그레이로 결정했다.

 

두 번째로, 어떻게 160만 원을 충당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다. 월급을 받자마자 살 수 있었지만 월급의 50% 이상을 노트북에 쓰는 건 조금 부담스러웠다. 직장인이니까 신용도를 높여야 하는 방법이라는 핑계 삼아 인생 첫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이왕이면 애플페이가 되는 카드사로 신청했다. 조금은 어른의 세계로 들어온 것 같았다.

 

나는 3개월 무이자 할부를 이용해 매달 53만 원씩 갚을 계획을 세웠다. 25일 월급을 받자마자 53만 원을 비상금 통장에 넣어뒀다.

 

이제 언제 살 것인가?의 문제만 남아있었다. 온갖 계획을 다 세우고 이제 결제만 하면 되는데 망설여졌다. 내가 맥북을 사고 싶은 이유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본질은 잊히고 맥북의 존재감이 커져갔다.

 

사실 글은 쓰고자하는 마음만 있다면 쓸 수 있다. 첫 직장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글을 멀리한 나 자신에게 과연 맥북이 의미가 있을까? 그냥 맥북을 산 사람이 될 확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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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하게 사고 싶기 때문에 스스로 약속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1,000자 이상 글쓰기”

 

맥북은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맥북으로 글을 쓰는 나의 이미지에 취할 것이 아니라, 맥북으로 ‘글’을 써야 의미가 생긴다. 정말 맥북으로 글을 쓰면 효율이 올라갈지 그것도 지켜봐야 할 노릇이지만, 멀어진 글쓰기가 다시 가까워지길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코스트코에 가서 3개월 무이자 할부로 맥북에어를 샀다. 포장지도 없이 소중히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조심스럽지만 흥분한 마음으로 노트북 포장지를 뜯었다. 맥북을 열자마자 “hello”의 다양한 언어가 쏟아져 나왔다. 그 사이에 “안녕하세요”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내가 좋아하는 메모 어플을 가장 먼저 설치했다. 그리고 약간의 적응을 거쳐 지금의 글을 쓴다. 새로운 자판, 새로운 화면의 내 글이 어색하지만 앞으로 차츰 익숙해지겠지? 나타났다 사라졌다 반복하며 반짝이는 커서를 가만히 노려보는 시간도 꽤 길더라도 앞으로 어떤 글을 맥북과 함께 써갈지 설렌다.


그런 마음으로 맥북을 산 첫날, 글을 쓴다.

 

 

 

[강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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