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이제 어디에로 가는가 [음악]

글 입력 2023.10.22 12: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가수를 가장 좋아하는지 물을 때면, 나는 항상 망설임 없이 심규선 아티스트를 언급해 왔다. 마치 수필을 읽는 것과 같은 담담함, 그리고 깊이 있는 가사를 통해 전해지는 위로, 아름다운 멜로디와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그녀의 음악은 포근함을 준다.


지난 10월 9일에 발매된 심규선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HUMANKIND>는 Instrumental을 포함해 22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앨범의 이름인 Humankind, ‘인류’라는 뜻에 맞게 심규선은 인류를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했고, 답을 내리지 못한 사고의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깨달음을 노래에 녹여냈다.


 

#HUMANKIND는 우리 인류라고 하는 종, 사람을 이루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앨범입니다. 지금의 우리를 이루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져 왔습니까?

 

문제는 나의 이해가 너무 얕고 얄팍하여, 쉽게 대답을 내리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가 차라리 발단이 되어,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는 인식으로 가닿게 해주었습니다.


나는 복잡하게 엉켜있는 나 자신을 스스로 해석해 보고자 하였고, 그러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나의 관심은 점차 시대적 물음으로 번져갔고 자연스럽게 거슬러 올라 우리의 본성에 대한 의구심에까지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 심규선, <#HUMANKIND> 앨범 소개 中

 

 

오늘은 이 앨범에서 아티스트의 고민이 가장 잘 녹아든 음악 두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Question 


 


 

 

< Question >은 <순례자>와 함께 이 앨범의 더블 타이틀을 이루고 있는 곡이다. 2020년 발매된 싱글 앨범 <월령: 上> 속 수록곡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과 유사한 멜로디로 전개되는 곡으로, 가사에 맞게 큰 울림과 웅장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다.


제목이 'Question'인 만큼, 가사에는 다양한 물음들이 담겨 있고, 각 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문제는 뚜렷하다. 1절에서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벌어지는 환경 파괴를, 2절에서는 증오와 혐오로 인해 발생하는 전쟁의 참상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지적의 끝은 결국 인간의 본성을 향한다.


 

우리 옳거나 그름은 과연 옳은가 혹은 그른가

우리 사람의 욕망에 과연 한계나 끝이 있는가

우리 사람의 본성은 과연 선한가 혹은 악한가

 

- 심규선, < Question > 

 

 

‘내가 옳고 너는 그르다’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시작되는 전쟁, 끝을 모르고 계속되는 자연 훼손. 인간의 본성이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상관없이 더 이상 자행되어선 안 될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노래를 끝까지 들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아티스트가 인간의 본성을 선과 악, 둘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이 두고 있는지.


 


Last Generation 



앞서 생략했던 앨범 소개 중 이런 말이 있었다.

 

 

만약 우리가 우리 세대에서, 더 이상의 파괴를 끊겠다고 다 함께 선언하고 실행해 나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 세대가 다음에 올 인류 전체에 대한 거대한 제방이 되어, 우리 문명에 덮쳐올 붕괴와 재난을 막아낸 첫 세대가 된다면 어떨지 말이에요. 어떤 과학자들은 이대로라면 지금의 우리 세대가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붕괴되고 있는 자연 체계와 더 이상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사회 제도에 대한 반향으로, 우리의 가장 어린 세대들은 자기 포기적인 태도를 그 어느 시대보다 더 눈에 띄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중심축에 서서, 번영에서 붕괴로 치닫는 이 현실을 비틀거리며 겨우 통과해 나가고 있습니다.

 

- 심규선, <#HUMANKIND> 앨범 소개 中

 

 

 

 

위 인용 속 ‘마지막 세대’라는 표현을 제목으로 사용한 이 노래는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르는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외치고 있다.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고, 우리가 결정해야 할 것은 사람의 운명이기에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며 매우 간절하게 말이다.


앞서 언급했던 노래 < Question >과 마찬가지로 자연과 사회 두 부분을 짚고 있는데, 마지막 세대인 우리가 손을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벌어질 일들을 이야기하며 경고하고 있다. 당장의 욕심으로 생태계를 무너지게 둔다면 내 가족과 친구가 살고 있는 집, 그 집이 있는 도시가 수몰될 것이고, 무의미한 전쟁을 지금처럼 지속한다면 우리들의 낙원, 터전은 바닷속 산호초가 백화했듯 연소할 것이라는 게 바로 그 경고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현재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준 과거 세대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다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아티스트의 생각이다. “낙원에서 추방된 난민”이 되지 않기 위해 지혜를 발휘하고 희생과 감내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아티스트가 인류에게서 보았던, 그리고 앞으로의 인류에게 바라는 핵심적인 희망이다.


3분도 안 되는 길이의 짧은 노래가 많아지고, 점차 가사에서 한국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된 지금, 5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름다운 한국어를 속삭여 주는 심규선의 음악은 소중하다. 노래를 듣다 보면, 심오한 메시지를 묵직하게 지고 있는 이 예술가의 짐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들 예술가에게는 뮤즈가 필요하고, 창작을 지속하려면 그러한 존재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감사하게도 내게는 그 뮤즈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기웃거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뮤즈이자 경청자인 당신이 나를 떠나지 않아 준 덕분이지요. 당신의 실존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창작 이유입니다.

 

- 심규선, <#HUMANKIND> 앨범 소개 中

 


앞으로도 심규선 아티스트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그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청자인 내가 뮤즈로서 함께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에게, 한 모금의 숨까지도 조심스레 음악 속에 담아내는 심규선 아티스트의 뮤즈가 되어보길 권한다.

 

 


에디터 김지현.jpg

 

 

[김지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