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추억하고 기억하게 만드는 힘 - 던전앤파이터 심포니 [게임]

글 입력 2023.10.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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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동안 쌓아 올린 이야기와 음악들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던 [던전앤파이터 심포니]. 18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자, 무려 6년 전부터 구상한 야심 찬 계획이 이뤄지는 날이기도 하다. 던전앤파이터의 강렬하고 호쾌한 음악이 우아하고 웅장한 클래식으로 탄생한 순간을 포착했다.

 

통쾌한 액션이라는 던전앤파이터답게 음악에서도 이런 강렬함을 풍기고 있는데, 바로 일렉 기타 덕분이다. 일렉 기타가 던파 음악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놀랍게도 일렉 기타가 등장하지 않았다. 밴드 구성의 곡들이 많기에 밴드가 더해진 오케스트라를 예상했지만, [던전앤파이터 심포니]에는 순수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연주되었다.

 

전자 음악이 함께 믹스된 음악들이 많은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했을 때 주로 밴드와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하이브리드 구성을 선택한다. 하지만, 던전앤파이터는 다른 길을 갔다. 바로 순수 오케스트라 구성을 선택했는데. 이들이 순수 심포니를 보여준 이유는 바로 오케스트라만의 음악을 들려주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드럼은 있었는데ㅡ 공연의 진행을 위해서는 드럼을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여기서 그들의 고민이 보였다. 던전앤파이터 음악에서 밴드가 빠진다면 원곡의 특성을 자칫하면 잃어버릴 수 있고, 날카로운 소리가 없어져 다소 밋밋하게 들릴 수도 있는 리스크도 예상을 했겠지만. (실제로 공연 후기 중 시그니처 악기인 일렉기타 및 밴드 구성을 듣지 못해 아쉬웠다는 평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새로운 장르를 유저들에게 선사하고자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대신, 그들은 다른 게임 음악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합창단을 함께 구성하며 클래식의 맛을 더 살렸다. 합창단이 함께했기 때문에 원곡이 가진 에너지를 라이브 공연에서도 표현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선택은 사도 테마에서 빛을 발했다. 연주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사도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실제로 사도들을 찬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어 공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모험가는 음악으로 연단되어 간다


 

모험의 시작부터 시련의 극복, 사도와의 전투 끝에 당도한 천계의 해방, 그리고 지난 9월 14일 등장한 미지의 대륙 선계를 향한 새로운 모험까지, 수많은 명곡 중 27곡을 엄선해 ‘모험의 여정’이라는 하나의 서사를 클래식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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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제공

 

 

1부에서는 캐릭터 선택 창(모든 게임 오케스트라 공연의 첫 곡인)부터 세리아의 방, 엘븐가드로 모험의 시작을 나타낸다. 이후에는 ‘스톰패스’, ‘쇼난’, ‘체스트 타운’과 ‘히링 제도’ 등 모험가들의 여정을 그린다. 


2부에서는 성장한 모험가들이 사도들을 찌르는 예리한 칼날이 된다. 사도라는 관문을 통과하는 것을  의미하듯, ‘진실의 제단’, ‘검은 바다’, ‘폭룡왕 바칼’ 등 사도 테마곡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관문을 통과한 관객들에게는 ‘Liberation(해방)’과 새로운 세계 선계, ‘청연’이 그들을 맞이한다. 


[테마 1] 모험의 시작부터 [테마 7] 영웅의 귀한과 그리고 새로운 모험까지. 지나온 영웅의 스토리를 음악으로 들려주었다. 음악을 통해 다시금 지나왔던 모험을 추억할 수 있었고, 바로 이번 공연이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번 공연이 인게임 선계 업데이트와 시기와 겹친 것은 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기계혁명> 시즌에서 물리쳐야 할 최종 보스이자 던전앤파이터 스토리 자체에서도 이정표가 될 바칼. 바칼과의 전투가 끝난 후 새로운 세계로의 여정을 시작하는 지금 이 시점을 음악과 함께했다. 이를 통해 초보 모험가가 영웅이 된 이야기를 새로운 세계를 조우하기 전, 음악으로 다시 한번 추억하게 만들었다. 

 



모험의 설렘 가득 담아 


 

던전앤파이터에 접속하면 맨 처음으로 모험가들을 맞이하는 ‘캐릭터 선택창’ 부터 모험의 첫 순간을 추억하게 했다. 이후에는 엘븐가드, 헨돈마이어 등 초보 모험가로서 만났던 지역들을 탐방했다. 


1부에서 인상적인 곡은 ‘알프라이라 임시 주둔지’였다. 비장함과 웅장함이 느껴졌던 곡으로 악기가 더해지면서 풍성하면서도 웅장한 곡으로 변모했다. 1부의 마지막을 장식한 ‘히링 제도’. 합창단의 등장으로 음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던 연주였다. 우아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왈츠곡으로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사도를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1부에서는 초보 모험가들 여정을 통해 연단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2부에서는 날카롭게 버려지고, 비로소 사도들을 찌르는 칼날이 되었음을 음악을 통해 증명했다.

 

‘검은 바다’(안톤), ‘루크: 베이스 캠프’(루크), ‘천공의 둥지’(프레이-이시스), ‘진정한 의식의 관’(시로코), ‘혼돈의 왕자’(오즈마), ‘폭룡왕 바칼’(바칼) 처럼 사도들을 맞닥뜨린 순서대로 사도 테마를 구성해서 거쳐온 모험을 다시 회상하도록 했다.

 

 

 

 

사도 브금 중 기억에 남는 곡은 ‘검은 바다’. 워낙에 좋아했던 곡이기도 하고, 성스럽고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음악이 진행되면서 화산 같은 몹집과 파괴력이 점점 드러나기 때문이다. 폐부를 찢는듯한 브라스의 소리가 무대를 진동시키면서 안톤의 파괴력을 온몸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사도의 음악에서 꼭 빠지지 않는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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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제공

 

 

사도의 음악들을 비롯해 2부에서는 합창단이 함께했다. 원곡 자체에서도 합창이 함께한 곡들이 많았기에 원곡에서 느낄 수 있었던 힘을 공연에서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웅장함은 물론 사도들을 추종하는 이들을 표현하는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음악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했다.


게임 음악 공연을 보다 보면 콰이어가 없어 음악에서 빈자리를 느낀 적이 많았기에 개인적으로는 이번 합창단의 등장은 반갑다. 합창단과 함께 음악을 완성해나갔다.

 


 

클라이막스 ‘바칼’ 


 

이번 공연의 클라이막스는 단연 사도 음악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연주를 뽑자면, '폭룡왕 바칼'이 아니었나 싶다. 원곡 자체에서도 다양한 구성으로 나뉘어 있어 바칼과의 전투를 경험하게 만들어 주고, 합창단과 성악 솔로가 오페라와 같이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꼭 들어보시길!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하모니는 그야말로 바칼과의 전투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역동적으로 변주하는 음악, 포효하는 바칼과 그의 언어를 대신 발화하는 합창단이 하모니를 이루면서 바칼과의 전투를 온몸으로 생생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추억하고 기억하게 만드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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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제공

 

 

순수 심포니로 유저들에게 다가간 [던전앤파이터 심포니]가 끝이 났다. 공연에서 추억을 다시 새길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게임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었던 [던전앤파이터 심포니].

 

다양한 음악의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던 공연이었음은 물론 명확한 기획 의도, 짜임새 있었던 스토리 라인, 음악성 등 음악을 이루는 요소들이 모두 유저들을 향하면서 던전앤파이터를 애정하고 즐겨왔던 유저들을 위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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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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