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런웨이를 하기엔 부족했던 시간, AVAVAV [패션]

글 입력 2023.10.0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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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던 걸까.

 

모델의 복장엔 당당히 '디자인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말하고 있다. 패션계의 라이징스타, Beate Karlsson(베아테 칼손)의 AVAVAV(아바바브)의 성공적인 밀라노 런웨이가 벌어졌다. 3년 만에 패션계의 이단적인 코미디언으로 자리 잡은 그녀와 아바바브의 이야기를 알아보자.

 

 

 

조증? 유머? 베아테 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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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모스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전 직원의 사내 메일과 오너의 SNS에 스팸 테러를 하던 베아테 칼손은 스톡홀롬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다. 뉴욕의 파슨스와 피렌체, 스톡홀롬을 오가는 그녀의 작품활동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은 것은 'X-treame Products' 프로젝트이었다.


'X-treame Products'의 화제를 이끈 디자인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손을 형상화한 신발인 'The Claw Shoes'와 엉덩이 모양을 실리콘으로 만든 반바지인 'Kim K wearable Bum replica'가 있다.

 

두 제품의 흥미로운 부분은 사람의 손을 동물 발톱의 모습으로 표현해 그녀의 목표인 선입견을 재정의하는 디자인을 명백히 표현하였다는 점과, 단순한 엉덩이의 모양이 아닌 해당 부위의 상징체인 킴 카다시안의 엉덩이를 모방했다는 점으로 큰 화제를 이끌었다.

 

 

 

AVAVAV만의 지속 가능성, 도둑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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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AVAV의 디렉터로 선임된 이후, 칼손은 더욱 과감한 시도를 여럿 진행한다. 흥미로운 시도로는 'AVAVAV x F*ndi x B*rberry x J*qcuemus' 컬렉션을 들 수 있다. 이름과 같이 명시된 하이엔드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한 듯 보이는 이 컬렉션은, 실제로 해당 브랜드들의 원단을 재조합해 디자인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칼손은 이에 대한 브랜드의 동의를 얻는 대신, 자투리 천을 불태우는 장소에 찾아가 단순히 훔쳐 오는 방식으로 원단을 수급했다. 이런 시도는 분명히 법적으로 접촉됨을 비판하는 시각이 존재했지만, 칼손의 아바바브가 계속하여 주장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매력적인 시도라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칼손은 이 컬렉션의 태그에 어떤 브랜드의 자투리 천을 사용했는지 명시했으며, 법적인 접촉에 대해 '우리는 이들의 소송에 대항할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넘어지는 모델, 밈이 아닌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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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손과 아바바브의 첫 번째 밀라노 런웨이인 'Filthy Rich'는 완전히 망친 쇼이다. 모든 모델이 워킹을 진행하다 넘어지고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방법으로 쇼를 망치면서 아바바브와 칼손은 패션계의 라이징스타로 떠오르게 되었다.


칼손은 첫 런웨이에 대한 부담감이 강했고, 이를 쇼를 완전히 망치는 것으로 극복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녀가 쇼를 망치는 방법은, 과거부터 하나의 밈으로 소비되던 넘어지는 모델의 영상 모음인 'Falling-models'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녀는 이런 넘어지는 행위를 통해, 부와 지위에 매몰되어 있는 패션계에 집착을 전복시키는 목적을 담았으며, '경기 불황의 시대에는, 돈과 도피만이 의제의 꼭대기에 서게 된다'고 덧붙였다.

 

 

 

디자인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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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SS24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아바바브는 'No time to design, no time to explain'이라는 이름의 쇼를 펼쳤다.

 

포스트잇으로 대충 브랜드명을 붙이는 퍼포먼스부터, 'ADD BACK?!'이라는 타이포가 적힌 후드티에는 뒷면이 텅 비어있었으며, 'MADE IN ITALIA'가 적힌 후드티에는 (OR CHINA, CAN'T REMEMBER)과 같은 텍스트가 거칠게 적혀 있었다.


또 모델은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등을 떠밀리며 런웨이를 진행하였고, 옷이 없어 테이프만 대충 감고 나온 모델도 볼 수 있었다. 즉 '완전한 미완성'을 표현한 이번 컬렉션은 아바바브와 칼손의 관계 변화에서 비롯된 컬렉션이다.


2020년에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고용된 칼슨은 작년에 파트너와 함께 기존 소유주에게서 아바바브를 인수했으며, 그 이후로 계약서를 검토하고 변호사와 협상하는 등 끝없는 비즈니스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덕분에 칼손은 비즈니스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옷을 만들 시간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디자이너가 단순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비즈니스 관계에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것에 문제점을 느끼고, 칼손은 이번 아바바브의 런웨이를 "스트레스로 인한 좌절, 분노, 불안과 그 안의 아이러니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신효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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