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4 S/S 서울패션위크에 다녀오다 [패션]

글 입력 2023.09.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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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하나의 큰 트렌드를 따라 비슷한 재질의 옷과 룩이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짧은 기장의 하의, 로우라이즈 패션이 유행한 경우에도 그렇다. 미우미우처럼 시대를 이끌어가는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점점 짧아지는 하의를 내놓자, 이를 반영한 패션 시장에서도 하의의 길이가 점차 짧아진 것이다.

 

이렇듯 트렌드를 이끌어주는 감각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있다. 그들은 매 S/S, F/W 시즌에 맞춰 새로운 트렌드가 될 디자인을 한 시즌 앞서 선보인다. 런웨이에서는, 난해하고 기상천외한 디자인의 옷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다.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그래서 판도를 뒤엎는 트렌드를 볼 수 있는 문화 행사가 바로 패션쇼라고 생각한다.

 

이번 2024 S/S 서울패션위크에서 소중한 시민초청의 기회를 얻어 잠시 발을 담가본 패션쇼 현장에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깔맞춤한 사람, 특유의 컬리한 머리카락을 통통하게 살려줄 헤어밴드를 차고 온 사람, 두꺼운 가디건을 입은 사람이 눈에 많이 띄었다.

 

반바지와 반팔티 한 장만 걸치고 나섰음에도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질 날씨였는데도 말이다. 이곳은 어쩌면 나처럼 캐주얼하게 입는 게 독특한 패션이 될 정도였다.

 

 

 

마음을 사로잡은 까이에(CHHIERS)의 런웨이


 

이번에 초청받아 보게 된 디자이너 브랜드의 이름은 ‘CAHIERS(까이에)’다. 이번 쇼에서 선보일 디자인의 이름은 ‘미스틱 인디아’로, 2024년 S/S시즌에 맞춘 컬렉션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컬렉션을 통해 인도풍의 컨셉을 차용한 룩을 선보였다. 사암의 핑크빛과 오렌지빛 햇살로 물든 인도의 도시 자이푸르는 신비한 자연의 컬러에 화려하고 정교한 인도 특유의 장식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매료한다.

 

인도에는 오랜 기간 다른 문명과의 교류를 통해 향료와 차, 그리고 특유의 염색과 직조, 자수, 아플리케, 퀄팅 등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문화가 있다.

 

그런 인도의 문화를 배경으로, 화려한 직물 패턴, 그리고 도시 자이푸르의 신비하고 오묘한 컬러를 재해석한다. 사리(Saree), 도티(Dothi) 등 인도 전통의상에서 볼 수 있는 매듭, 언밸런스한 드레이프, 레이어드 등의 디테일을 차용한 보헤미안 룩을 볼 수 있었다.

 

음악이 런웨이장의 전부이기라도 한 것마냥, 귀를 따갑게 하며 현장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또 그것과 함께 분홍빛 조명이 어우러져 담대하고도 차분했다. 그런 분위기에 천천히 녹아들고 있을 때쯤, 처음 등장해 워킹하는 모델을 시작으로 쇼가 시작됐다. 이어서 나오는 모델들은 전부 비슷한 듯 다른 디자인의 옷을 입고 차례대로 무대 뒤에서 등장했다.

 

 

 

옷이 걸어다니며 느껴지는 신선함


 

나는 "옷이 걸어다닌다."는 표현을 좋아한다. 패션 모델의 역할은 사람이 돋보이는 게 아닌, 옷이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모델의 워킹이 어떻냐에 따라 옷의 맵시가 살고 분위기가 결정된다. 따라서 옷이 걸어다닌다는 표현은 모델에게 있어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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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쇼에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나오던 모델들은 마네킹처럼 담백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선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하지만 워킹으로 그보다 더 생동감 있는 옷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빛과 선이 몸의 곡선을 감싸고 도는 듯했다.

 

덕분에 연보라 빛의 의상의 프릴이 걸음 하나에 흩날릴 때. 인도에서 흩날릴 라일락이 떠올라 향긋했다.

 

무엇보다, 가장 놀랐던 것은 컬렉션 디자인의 ‘신선함’이었다. 패션에 어느정도 관심을 두고 있던 나였지만, 캐주얼룩을 주로 입으며 화끈하고 도전적인 룩은 눈으로만 관망해왔다. 대개 쇼를 이끌어가는 디자인들은 혁신적이고 독특한 것들이 많았으니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까이에의 쇼에서 본 컬렉션들은, 분명 인도풍 장식과 디자인, 소재를 빌려 결코 캐주얼하지 않았지만, 왜인지 모르게 한번 쯤은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유니크함과 캐주얼함을 적절히 믹스매치한 디자이너의 역량을 존경하게 됐다.

 

파스텔 컬러와 원색의 조화, 하늘거리는 프릴이 달린 단정한 블라우스의 조화는 없는 디자인과 세계를 만들어내는 또다른 신선함이자 독특함이었다.

 

그런 런웨이장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모델이 앞으로 워킹하는 전방면의 사진 기자님들이 부러워진다. 그곳에서 런웨이를 바라보면 어떤 기분일까. 길게 늘어진 흰색 무대 위로 쏟아져 나오는 걸음들이 동공에 투명하게 비치는 것이 부러웠다. 안으로 흡수되는 것만 같았다. 그만큼 두 눈이 가득찰 정도로 쇼의 모든 것을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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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의 가장 큰 매력은 시대를 이끌어가는 힘이 매료되는 독특함으로부터 자꾸 생산된다는 것이다. 무수한 브랜드들이. 그것도 제각기 다른 매력으로, 새롭게 시대를 이끌어나간다.

   

나도 누군가를, 세계를 신선함에 적시게 해 줄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까? 중요한 숙제 하나를 크게 떠안게 된 것 같다.

 

 

[박정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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