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 예술의 진가, 한국 가곡 [음악]

글 입력 2023.09.17 16: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2년 10월 16일,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한국 가곡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미시간 음대 교수인 메튜 톰슨은 한국 가곡의 매력을 알리고자 한국 가곡 발표회를 기획하였다. 이날 공연은 예상치 못한 많은 관객의 호응으로 인해 추가 좌석을 마련할 정도였다.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고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려는 모습을 보며,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감사함을 동시에 느꼈다.

 

미시간 대학교 외 다양한 곳에서도 최근 한국 가곡이 점차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K-pop 열풍에 이어 'K-art song' 열풍이 시작되는 것일까?

 

그런데 정작 한국 내에서는 한국 가곡이 대중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 가곡 아는 거 있어?”라고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쉽사리 대답하기 어려워할 것이다. K-pop 중심의 음악 환경 속에서 우리 세대가 한국 가곡에 익숙하지 않은 현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변화와 시간의 흐름은 필연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전통의 아름다움이 잊혀 가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상기시키고 즐겨보자는 의미로 한국 가곡 몇 곡을 소개하려고 한다.

 

 


 

하늘로 날을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처마끝 곱게 느리운 주염에 반월이 숨어

아른아른 봄 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와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호장 저고리 하얀 동정이 화안히 밝도소이다

열두폭 긴 치마가 사르르르 물결을 친다

...

 

 

첫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윤이상의 ‘고풍의 상’으로,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시를 바탕으로 하였다. 1946년에 발간된 『청록집』에 수록된 고풍의 상은 조지훈의 대표적인 서정시이다.

 

‘처마’, ‘호장 저고리’, ‘열두폭 긴 치마’와 같은 전통적 소재와 ‘아름다운지고’, ‘밝도소이다’와 같은 예스러운 말투는 한국 고전적 아름다움을 더 짙게 풍긴다. 한국 옛스러움에 어울리는 가락과 자유로운 박자의 움직임은 한국적 특유의 흥과 향취를 불러일으킨다.

 

이 곡은 2박자계와 3박자계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어 자유롭게 박자를 넘나드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나라 전통 의상, 호장저고리와 열두폭 치마가 자유로이 곡선을 그리며 춤추는 듯한 한국적 요소를 돋보이게 한다.

 

 

 

 

젖은 배꽃이 흩날릴 제

눈물 비되어 떨어지네

배꽃이 떨어진다 배꽃이 떨어진다

비가 되어

 

그대가 멀어진다 그대가 멀어진다 

사랑에 눈이 멀어진다

그리움 때문일까

 

가을 바람에 흩어지는 잎을 보며

그대 그대 날 생각할까

 

멀리 저 멀리 외로운 그대만이 

꿈에 꿈엔들 보일까

 

비가 눈물이 되고

한숨 꽃바람 되어

아 내 마음에 그대가 지네

꽃비 속에서 우리 다시 만날까

꿈에 

 

젖은 배꽃은 비 되어 흩날리고

바람 속에 흩어진다 그대 꽃이 되어

 

 

두 번째 가곡 '이화우'는 이원주의 작품으로, 가사의 원작은 매창의 시조이다. 매창은 조선 중기 부안 기생으로 황진이에 버금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류 시인이다.

 

이 시조는 매창과 정이 깊었던 유희경이 서울로 간 뒤 소식이 없자 그를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매창이 유희경과 이별했을 당시는 배꽃이 떨어지는 봄이었고, 그를 그리워하는 현재는 나뭇잎이 떨어지는 가을이다. 배꽃과 나뭇잎이 떨어지는 하강의 이미지는 '젖은', '눈물', '비가', '한숨' 등 하행하는 멜로디에서 반복적으로 표현된다.

   

이 곡은 특히 첼로와 함께 연주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서양 악기인 첼로가 함께 연주되어도 곡에서 느껴지는 한국적 정서는 변함없이 들린다. 선율적으로 흐르는 피아노 소리에 얹어진 첼로의 서정적인 음색은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여인의 울음이 느껴지는 듯하면서, 가을 바람에 낙엽이 흩날리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고요히 눈을 감고 한국 가곡을 들으면 마음속 깊은 울림과 감동이 찾아온다. 한국 가곡만의 짙은 감성과 한국 가곡만이 줄 수 있는 정서적인 힘, 예부터 전해오는 '민족적인 정서'와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한' 그리고 우리 고유의 장단이 가지고 있는 '흥'을 한국 가곡을 통해 느껴보길 바란다.

 

 

 

홍승민.jpg

 

 

[홍승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