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극장 속 클래식 - 보이스 그리고 리스트

글 입력 2023.12.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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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글이 취향을 타듯이 음악도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클래식은 어려운 음악이라는 편견이 있을뿐더러 음악 자체를 어떻게 감상하며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존재한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이 공연은 관객이 가지고 있는 이런 고민에 집중하였음이 느껴진다. 클래식도 하나의 여가생활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를 가진 이 연주회는 곡과 곡 사이 해설과 작곡가에 대한 설명을 통해 생소한 클래식이 익숙해지는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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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원곡, 리스트의 편곡


 

공연은 총 세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1부는 물 2부는 사랑 그리고 마지막 3부는 이별을 소재로 한다. 이 공연의 핵심은 리스트가 감상한 후 피아노곡으로 재탄생시킨 슈베르트의 가곡을 토대로 한다. 슈베르트의 원곡을 리스트가 어떻게 편곡을 했는지를 피아노 연주와 소프라노로 흥미롭게 표현한다.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으면 그 당시 그들이 쓴 곡의 배경이 연상된다. 특히 프란츠 슈베르트의 Auf dem Wasser zu singen(물 위에서 노래)은 물결의 움직임과 흘러가는 시간을 표현한 곡이다. 무심코 지나친 풍경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을 표현한 이 곡은 넘실대는 파도와 석양이 지는 풍경을 연상케 한다.


 

어제와 오늘처럼 시간은 다시 사라져가겠지

나 또한 찬란한 날개를 타고 시간을 따라 사라지겠지

 


이후에는 소프라노의 노래와 피아노가 어우러지는 음악을 감상하게 되는데, 그 가사의 일부분이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그 시간 속에서 자신도 삶의 한 부분을 거치며 소멸할 것이라는 내용에는 인생무상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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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슈베르트의 Die Forelle(송어)는 물에서 튀어 오르는 송어의 이미지를 연상한 곡이다.

 

곡의 배경은 낚싯대를 던져 송어를 잡으려 했지만, 재빨리 피하는 송어를 잡을 수 없어 바라만 보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때의 송어는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헤엄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는 빠른 박자로 곡을 연주하며 몰입감을 주는 피아노 연주와 잘 어우러진다.


그런데 사실 이 곡은 삼성 세탁기가 작동을 완료했을 때 나오는 곡이다. 유명 브랜드이기에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제품과 그 속에서 나오는 노래가 클래식이라는 것을 안 순간 이 곡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를 통해 어렵고 특정인만 향유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클래식은 어쩌면 우리 생활 곳곳에 녹아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무대장치 효과: 시각적 표현


 

공연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관객이 곡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여러 부가장치가 많다는 점이다. 무대에는 큰 스크린이 있는데 이 스크린은 시각적 효과를 가중시킴으로써 형체가 없는 음악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곡마다 어울리는 풍경 사진을 띄운 후 연주를 시작하며, 소프라노가 부르는 곡의 가사는 우리나라 말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번역된 가사를 함께 제시한다. 이는 관객이 가사를 통해 곡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스스로 해석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공연을 하는 소프라노가 직접 해설을 맡아 관객의 이해를 돕는 데 협조한다. 앞서 말한 슈베르트의 송어가 세탁기에 나오는 노래라는 것과 더불어 슈베르트의 삶 그리고 곡 전반에 대한 배경 지식과 설명 모두 성악가가 진행한다.

 

해설과 노래를 동시에 진행하기가 쉽지 않지만 능숙한 진행을 통해 관객의 대답과 호응을 유도하여 분위기가 친근하게 흘러갔다.

 

 

 

소극장 속 낭만


 

클래식의 편견을 깨는 요인은 연주하는 공간에서도 느껴진다. 본래 내가 생각하는 클래식 연주는 피아노를 비롯해 여러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진 웅장하고 화려한 선율이었다. 하지만 이 공연은 피아노와 성악만으로도 클래식의 아름답고도 잔잔한 선율을 느끼게 해주었다.


마찬가지로 1층부터 시작해서 3, 4층까지 꽉 찬 객석이 아닌 관객과 연주자 간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원활한 상호작용에 도움을 주었다. 또한, 사회자가 혼자서 설명하는 것보다는 관객에게 먼저 물어보고 그들의 대답을 바탕으로 설명을 이어나가는 방식이 참신했다.

 

관객이 음악을 들으며 스스로 향유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적인 설명과 그에 따른 교감은 음악에 관한 관심과 이해도를 더욱 높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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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마지막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모두 잘 보내시길 바란다는 김민정 소프라노의 따스한 인사말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스크린에 띄워진 ‘메리 크리스마스’ 문구와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하는 잔잔한 노래 및 피아노 연주가 함께했다.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화려한 불빛 속 많은 사람이 모인 거리, 경쾌한 캐럴 그리고 거대한 건물이 당연하게 생각나곤 했는데 이런 소극장에서 고요한 노래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는 것도 낭만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불빛으로 반짝이는 거리가 다소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아름다운 클래식과 함께 즐긴 이 날의 공연과 공간 그리고 분위기는 색다른 느낌의 크리스마스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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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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