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가를 하면서 숨(Breath)을 바라본다. [운동/건강]

"나에게로 집중."
글 입력 2023.09.0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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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antly Alive, Canggu, Bali, 2023

 

 

요가 수련은 하루 일과 중 가장 소중한 루틴이다.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우롱차를 우려 마시고 10분 거리의 동네 요가원으로 향했다. 지갑도 휴대폰도 없이 가볍게 집을 나선다. 요가원의 문을 열고 들어서기만 해도 벌써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매트를 깔고 수련전 가볍게 몸과 마음을 이완한다.

 

요가 매트 위에는 나 자신만 둔다. 몸과 마음 외의 것들, 상념과 사념은 들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시간 만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이다. 작은 매트 위에 존재하는 내가 바로 우주이다. 이 공간과 순간에만 집중하자 다짐한다.

 

어떤 날은 잘 되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불쑥불쑥 떠오르는 생각들에 빨려 들어가 길을 잃는다. 어려운 동작을 하는 중에도 잡념들은 계속해서 달아나지 않는다. 동작을 따라 하다가도 문득 아, 전혀 집중하고 있지 않구나 깨닫는다. 의식하고, 깨닫고, 다시 집중하려 하지만 또 다시 놓친다.

 

불안과 긴장이 높은 날에는 요가 수련도 어김없이 영향을 받는다. 아사나(요가 자세)를 하면서도 머릿 속은 끊임없이 걱정들이 난잡하게 돌아다닌다. 그런 날은 요가를 끝나고 돌아오는 날 왠지 모를 패배감을 느낀다. 몸은 매트 위에 있었지만 마음은 어딘지도 모를 곳에 있었구나.

 

"나에게로 집중."

 

수련 중 선생님이 자주 하는 구령이다. 사념의 길에서 방황하던 의식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아사나에서 오래 머물다가 돌아오면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진동한다. 서둘러 다른 동작으로 옮겨가지 않고 진동을 느끼는 시간을 가진다. 손끝 발끝에서 에너지가 채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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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actice, Canggu, Bali, 2023

 

 

"숨을 관찰해 보세요. 코를 통해 폐로 들어가고 나오는 그 느낌을 잘 살펴봅니다."

 

하타 수련시간. 부장가사나(코브라 자세)에 오래 머무르면서 숨을 관찰했다.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지난여름, 건강검진에서 폐결절이 발견되어 폐수술을 받았다. 처음 진단명을 들었을 때 담배도 피우지 않고 가족력도 없는 내게 왜 이런 병이 찾아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이해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초기였고 수술도 잘 끝나서 금방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태어나서 몇 번의 들숨과 날숨을 쉬어왔을까?

 

몸 속에 폐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아오다가 폐를 잘라내고 나서야 아, 내가 매일 숨을 쉬고 있었구나 깨닫는다. 의식하지 못하는 모든 순간에 숨은 항상 들어오고 또 나가고 있었다.

 

조용히 숨을 관찰하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숨을 쉬고 있고,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고, 아사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가까운 거리에 좋은 요가원이 있어서, 날씨가 좋으면 날이 좋아서, 비가 오면 빗소리를 들으면서 요가를 할 수 있어서, 가족 친구들 모두 건강해서, 차를 마실 수 있어서, 나에게 집중할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숨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에디터 명함 최은지.jpg



[최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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